[양해원의 말글 탐험] [115] 비행기 값을 어찌 대라고..

양해원 글지기 대표 2020. 4. 2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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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원 글지기 대표

졸던 달이 구름을 빠끔 걷는다. 아앙~ 아앙~ 소리를 들었나. 귀하디귀한 갓난아기 울음이 하도 신통해 잔뜩 귀 기울였더니…. 그럼 그렇지, 고양이였구나. 이 한밤에 어디 아프기라도 한 것이냐. 궁금한 건 잠시, 사람 소리랑 분간(分揀) 못 하다니 열없어졌다. 이깟 일이야 혼자 민망하면 그만인데.

'비행기 값 안 돌려주는 외국 항공사.' 코로나19 때문에 한국발 입국을 막은 나라로 가는 항공권 위약금을 뭉텅 뗀다는 소식을 전한 방송 자막이다. 비행기 타는 대가로 내는 돈을 '비행기 값'이라 하다니. 웬만하면 한 대에 1000억원이 넘는 돈과 '비행기표 값'은 구별해야 마땅치 않은가.

분별 없이 쓴 어느 기사가 다행히 올바른 표현도 담았다. '중국행 비행기 값(X)이 급등하고 있다. … 칭다오로 떠나는 비행기표 가격(O)… 이 노선의 항공권 가격(O)은….' 여기서 보듯 '값(가격)'은 금값, 땅값, 약값, 책값처럼 그 물건의 값을 말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때의 '값'을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가격, 비용, 대금을 나타내는 말'이라 풀이한다. 비행기는 자동차처럼 그 일부에 들지 못해 '비행기 값'으로 띄어 써야 하는 모양인데, 낱말마다 알쏭달쏭하다. 그냥 다 붙이기로 하면 어떨지.

어떤 일의 대가, 곧 서비스 품값을 가리킬 땐 접미사 '료(料)'를 주로 쓴다. 강연료, 관람료, 등기료, 보관료, 시청료, 임대료, 주차료, 출연료, 항공료처럼…. 물론 '료' 대신 '요금'을 써도 그만이다.

닮은 듯 다른 접미사 '비(費)'가 있다. 대개 어떤 일에 실제로 드는 돈을 말한다. 건축비, 물류비, 방위비, 생활비, 제작비가 그렇다. 역시 '비' 대신 '비용'도 통한다. 다만 '광고·보관·소개·숙박·운송·진찰' 따위에는 '료'와 '비'를 두루 쓰니 딱히 구별하기 어렵다.

머리칼이 더부룩, 이발삯 낼 때가 됐나 보다. 그러고 보니 뱃삯, 비행기 삯은 언제 내 봤더라? 이러다 ‘삯’도 잊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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