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가 말하는 배우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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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매니저들의 '형님'으로 불린다.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라는 의미일 것이다.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문근영, 신세경, 유준상, 고 김주혁은 나무엑터스와 인연을 맺은 후 한 번도 이탈한 적이 없다. 그들은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이다.
나무엑터스가 시스템을 갖춘 엔터테인먼트사의 시초라는 이유 외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 사람 중심의 회사라는 것이다. 김 대표에게 배우는 '상품'이 아니라 '사람'이다. 눈에 보이는 지름길을 두고도 어려운 에움길을 선택한다. 어떠한 타협도 없다. 그래서인지 그의 주변엔 오래된 사람이 많다. 이것이 그의 진가다.
드라마 보조 출연자 관련 업무를 보는 스태프로 시작했습니다. 출발이 의외예요.
처음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어떤 매니저가 되어야겠다'는 식의 포부나 계기가 없었습니다. 한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 될 줄은 몰랐죠. 우연한 기회에 드라마 보조 출연자들을 관리하는 반장이 됐고, 그게 계기가 돼 배우 이창훈의 로드 매니저로 일했어요. 이후엔 김종학 프로덕션과 아이스타즈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그러면서 '이 일이 나랑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어떤 점이 잘 맞았나요?
내가 발굴한 배우가 인기를 얻고 톱 배우가 되는 걸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아마 정치를 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땐 가족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아버지가 그렇게 미웠는데 어느 순간 닮아가고 있더라고요.(웃음)
기자들이 '일다운 일을 하는 매니저'라고 하더군요. 업계 관계자들에게 평판이 좋아요.
일을 할 때 신중을 기하지만 한번 결정하고 나면 뒤돌아보지 않아요. 제 성격이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아직도 '현장'이 좋아요.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아무래도 이 직업이 천직이긴 한가 봅니다.
업계 최고참입니다. 매니저란 어떤 직업인가요?
한마디로 배우의 페이스메이커입니다. 신인, 중견 배우, 톱스타…. 각 포지션에 맞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들이 지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페이스를 조절해주는 게 매니저의 역할이죠. 배우로 태어난 사람은 끝까지 배우로 살아야 해요. 연기 외엔 다른 일을 잘 못합니다. 결국 매니저의 역할이 크죠.
좋은 매니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배우에게 요즘 트렌드를 발 빠르게 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라도 다양한 콘텐츠를 봅니다. 일주일에 평균 스무 편이 넘게 보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합니다. 자연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에 눈길이 가더군요.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뭔가요?
신뢰.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엔 신뢰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것인데 또 간과하는 것이기도 하죠.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잔머리를 굴리면 안 돼요. 꼼수를 부리다 보면 결국 한번에 무너집니다.
창립 16주년이 됐습니다. 나무엑터스는 어떤 회사인가요?
배우 중심의 회사입니다. 오로지 매니지먼트에만 집중하는 몇 안 되는 회사일 겁니다. 물론 저희도 다양한 엔터 비즈니스를 고민하고는 있습니다. 신인 배우를 키우거나 콘텐츠를 제작해 돈을 버는 일에 한 명의 톱 배우를 이용하고 싶지 않아요.
위기는 언제였나요?
늘 위기죠. 돈을 좇으며 일하고 싶지는 않은데 사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고민이 많습니다. 아끼던 배우 (이)은주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처음으로 일을 그만두려고도 했습니다. 심정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그때 동료 배우들이 손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저는 연예계에서 사라졌을 거예요. 저를 걱정해주는 그들의 있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은주 일을 겪으며 행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제 인생에서 아주 큰 변화를 맞은 시기였죠.
루머나 스캔들과 같은 배우들의 위기에는 어떻게 대응하나요?
당연히 진실! 그것 외에 어떤 방법이 있나요.
'바른 사람'을 좋아해요. 성품 자체가 도덕적이어야 하죠.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건 눈빛입니다. 눈을 보면 마음이 보여요.
문근영 씨는 첫 만남부터 눈빛이 참 좋았습니다.
빨려 들어갔었죠.
일하면서 카타르시스를 가장 많이 준 배우는 누구인가요?
많죠. 문근영, 신세경, 유준상, 천우희, 그리고 (김)주혁이…. 열심히 하는 배우는 결국 결과를 만들어내더군요. 참 애정하는 나의 배우들입니다.
가장 아티스트적인 면모가 강한 배우는 누구인가요?
당연히 이준기 씨죠. 그는 다방면에 끼가 많아요.
오래 함께 일한 유준상 씨는 어떤가요?
철없는 50대랄까요? (웃음) 그만큼 순수해요. 동시에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아는 어른이기도 하죠. 제가 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오래 함께한 배우로는 문근영 씨도 있습니다.
나무엑터스의 사명을 만들어 준 친구예요. 뿌리 깊은 나무처럼 단단하게 성장하라는 의미인데 아주 마음에 듭니다. 문근영 씨는 자존감이 높은 배우예요.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가 주체가 되기를 원하죠. 연기 역시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하는 친구입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일을 쉬기도 했는데 최근 컴백했어요. 한번 톱의 자리에 앉아봤던 배우는 언제고 다시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두고 보세요.
신세경 씨 역시 원년 멤버입니다.
똑똑하고 윤리적인 배우죠. 얼마나 바른 생각을 가진 친구인지 몰라요. 그런 면에서 저와 잘 맞아요. 그리고 크리에이티브한 면모가 있어요. 개인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는데 혼자 뚝딱뚝딱 찍고 편집해서 올리더군요. 그런 엉뚱한 면이 있습니다. 대중들이 모르는 매력이 많아요.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는 누구인가요?
(김)주혁이와 (이)은주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적어도 두 사람에게만큼은 부끄럽지 않은 매니저가 되려고 합니다.
눈여겨봐야 하는 배우가 있나요?
송강이라는 배우가 올겨울 방송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에 출연합니다. 신인 배우가 500억 대작에 캐스팅됐다는 것만으로도 기대할 만하다고 봅니다.(<스위트홈>은 이응복 감독의 신작으로 송강은 이진욱과 함께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스토브리스>에 출연했던 박은빈 씨 역시 나무엑터스 소속 배우더군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언제고 진가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아역 배우 출신인 박은빈 씨가 꼭 그래요. 뿌리부터 단단한 배우라 앞으로 더 잘될 겁니다. '날것'의 연기를 하는 천우희 씨도 마찬가지고요. 우리 배우지만 참 연기를 잘합니다.
'소녀시대' 출신 서현 씨도 최근 나무엑터스와 계약을 했어요.
의외였습니다. 우리 회사는 톡톡 튀는 이미지의 배우가 없는 게 사실이에요. 오랫동안 우직하게 연기만 하는 배우들이 많아서 생긴 회사 분위기의 영향도 있을 겁니다. 아이돌 출신의 서현 씨 역시 어느새 배우로서 나무엑터스 특유의 색깔을 입었어요.(웃음) 올 하반기에 JTBC에서 방송될 드라마 <사생활>에서 색다른 모습을 선보일 겁니다.
배우를 영입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건 무엇인가요?
'바른 사람'을 좋아해요. 성품 자체가 도덕적이어야 하죠.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건 눈빛입니다. 눈을 보면 마음이 보여요. 문근영 씨는 첫 만남부터 눈빛이 참 좋았습니다. 빨려 들어갔었죠.
사업가로서 보는 배우의 조건은 다를 것 같습니다.
역시 마음입니다. 마음이 전제가 됐다면, 신체적인 조건을 봅니다. 카메라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하려면 신체 밸런스가 중요하니까요. 그다음엔 발성입니다. 소리에 힘이 있어야 해요. 안으로 들어가는 목소리보다 시원하게 내뱉는 목소리요. 그리고 눈빛이요. 저는 순수한 사람을 좋아해요. 독한 사람과 일하고 싶지 않아요. 결국 '마음'이 중요하네요.(웃음)
소속 배우들의 이탈이 적은 회사입니다.
상식적이니까요. 배우를 상품화하지 않아요. 우리 배우들도 아마 이적을 고민하기도 할 겁니다. 배우는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대중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니까요.
배우들과는 주로 어떤 대화를 하나요?
작품 아니면 결혼이죠. 제가 미혼이라 결혼에 대한 조언은 해주지 못하지만,(웃음) 뜨겁게 연애하고 더 뜨겁게 이별하라고 말하긴 합니다. 사랑을 해야 사랑 연기를 하죠. 배우들과 작품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합니다. 배우들은 작품 앞에서 조바심을 느끼거든요. 흥행이 보장되는 작품보다 전략적으로 필모그래피에 도움이 되는 작품을 선택하라고 조언해요. 때로는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결국 결정은 배우의 몫이지만요.
매니저라는 직업, 좋아요?
이 일은 결국 접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인 배우를 발굴하는 일이 재미있어요. 능력이 닿는 데까지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낼 겁니다. 다시 로드 매니저 일을 하고 싶은 이유도 그것이에요. 살아 숨 쉬는 현장 분위기가 좋고, 그 안에서 팔딱팔딱 뛰는 배우들을 보고 있으면 제 안의 무언가도 꿈틀거립니다. 천생 매니저죠? (웃음)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요?
실제로 은퇴 시점을 고민해보곤 합니다. '촉'이 떨어지면 그만둬야죠. 막연하게는 은퇴 후에 아프리카에 탁아소를 짓고 싶다는 꿈도 꿉니다.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꿈이니까 계속 꿀 겁니다.
강한 인상 이면에는 따뜻함이 있다. '사람이 먼저'라는 그의 기조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는 대한민국 대표 매니저 김종도다.
에디터: 이예지 |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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