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필요한 건, 내가 아닌 내 차의 '본능적'인 판단력
[경향신문] ㆍ자동차의 진화, 어디까지 왔나

자동차가 진화하고 있다. 충돌 사고를 알아서 피하고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방지 기능도 갖췄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승객처럼 운전자와 농담까지 주고받고 주식 가격도 알려준다. 자동차 진화의 끝은 어디일까.
■운전자보다 충돌방지 먼저 감지
충돌방지 ‘회피조향보조’ 기능
제동은 물론 운전대도 꺾어줘
현대·기아자동차의 신형 그랜저, K5, 아반떼 등에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라는 기능이 있다. 앞차가 갑작스레 속도를 줄이거나 보행자가 튀어나올 경우 먼저 경고해주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제동도 해주는 장치다. 센서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같은 충돌방지 기술이 일반차량에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회피조향 보조(FCA)’ 기능이 대표적이다. 충돌이나 추돌 위험이 있으면 제동은 물론이며 충돌을 피할 수 있을 만큼 운전대도 알아서 꺾어준다. 흔히 급작스레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대를 제때, 충분히 꺾지 못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보다 진일보한 ‘측방 접근차량 충돌방지 보조’도 확대 적용되는 추세다.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는 변경하려는 차로의 후측방에서 다른 차량이 접근해올 때 편제동을 걸어 사고를 막는 장치다.
측방차량 충돌방지 보조는 여기서 더 나아가 본인 차량이 오른쪽 차선으로 이동하는 순간 건너편 차량도 동시에 같은 차선으로 넘어올 때 운전대를 돌려 원래 차로를 유지시켜준다.
마주 오는 차량을 회피하는 기능도 장착되고 있다. 국도 왕복 2차선을 달리다 보면 중앙선을 넘어 앞 차량을 추월해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내 차가 중앙선을 넘어서는 순간 반대편에서 차가 접근하면 다시 이전 차선으로 밀어넣는 기능이다.
주차한 상태에서 안전하게 도로로 진입하는 ‘출차보조(BCA)’ 기능도 진화 중이다. 과거에는 직각으로 전면 주차한 상태에서 뒤로 뺄 때 좌우에서 차량이 접근하면 제동을 해주는 기능이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개발된 출차보조는 평행주차된 상태에서 저속으로 본 차선에 진입할 때 후측방이나 한 차선 건너편에서 차량이 접근하면 제동을 걸어 사고를 막아준다. 제네시스 G80과 GV80에는 이들 기능이 모두 들어있다.

■또 다른 ‘연인’ AI 스피커
차량 음성 인식도 AI급 발전
코스피 물으면 답하는 등 ‘대화’
바이러스 막는 ‘헤파필터’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량의 음성 인식 적용 범위는 길찾기와 전화 걸기에 머물렀다. 음성인식률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경우 안전 운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실제 해외 유명 프리미엄 업체가 사용하는 차량 음성인식 기능 대부분이 길찾기와 전화걸기에 집중돼 있다. 이 같은 트렌드가 최근 달라졌다. 제네시스 G80, 그랜저, K5는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 전화 걸기, 창문 여닫기, 실내온도 조절, 시트 열선과 통풍 온·오프 제어를 음성으로 할 수 있다. 통신 기능까지 더해져 날씨와 뉴스 등 인터넷을 통한 정보 검색과 카카오톡 송수신도 가능하다.
여기가 종착역이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와 중앙연산처리장치(CPU)의 성능이 올라가면서 처리 속도와 음성인식률이 크게 높아져 최근 출시되는 고급차량은 인공지능(AI) 스피커와 비슷한 수준의 음성인식률을 갖췄다. 운전 중에도 현재 코스피 주가와 개별 종목의 주가를 물으면 안내해줄 정도다. 제네시스 GV80과 G80에는 AI 스피커처럼 차량과 유머를 나눌 수 있는 ‘채팅’ 기능도 탑재됐다. 동승자에게 말하듯 차량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드라이브를 즐기는 시절이 온 셈이다.
다만 음성으로 음악이나 동영상 스트리밍을 불러오는 서비스는 아직은 제한된다. 예컨대 구글 AI 스피커는 요즘 한창 인기인 소년 트로트 가수 “정동원이 부른 노래를 들려달라”고 명령하면 유튜브 음원을 찾아 틀어준다. 그러나 차량용 음성 인식으로는 아직 이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의 음성 인식 수준은 AI 스피커만큼 높아졌지만 데이터 통신이 제한돼 있어 서비스 범위가 아직은 한정적”이라며 “저렴한 차량 전용 데이터 요금제 등이 출시될 경우 자동차 음성 인식 서비스 범위가 큰 폭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주행거리 내년에 확 는다?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에도 시간이 많이 걸려 보급 확대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국산 전기차 가운데 주행거리가 가장 긴 코나 일렉트릭도 복합 주행거리는 406㎞(도심 444㎞, 고속도로 359㎞)에 머문다. 주행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서울~부산을 편도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되지만 현재도 전기차 가격의 상당 부분을 배터리가 차지해 한계가 있다. 충전시간도 100kWh급 급속충전을 해도 80%까지 채우는 데 50분 이상 걸린다.
전기차가 동일한 배터리로 더 멀리 주행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내연기관에 해당하는 전기모터, 변속기 역할을 하는 인버터 효율을 높이면 도움이 되지만, 이도 한계가 있어 획기적인 주행거리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은 배터리 성능 개선만이 주행거리를 늘릴 현실적 최선책인 셈이다.
대부분의 전기차에는 400V 안팎의 배터리가 사용되는데,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800V급 배터리를 장착한 차들이 개발되고 있다. 전압이 높은 배터리를 사용하면 같은 부피에 전기에너지를 더 많이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셀을 여러 층으로 쌓거나 붙여 용량을 늘리는데, 지금 셀로는 부피를 두 배로 키워야 800V급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배터리도 발전해 400V급 부피에 800V를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시제품 형태로 개발된 상태다. 그러나 당장 이 배터리를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기모터와 인버터, 배터리 관련 부품 등을 이 배터리에 맞게 새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내년쯤 출시되는 차에는 이 배터리가 장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네시스 G80 전기차에는 이 배터리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800V 배터리 전기차가 상용화되면 충전 속도도 빨라진다. 현대차는 800V, 350kWh급 초고속 충전 설비인 ‘하이차저’를 설치해 운영 중인데, 20분이면 80% 충전이 가능하다.
■코로나19 막는 자동차 나오나
자동차에는 에어컨 필터라는 장치가 있다. 이를 통해 황사나 미세먼지를 거를 수 있지만 대부분 자동차들은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는 걸러내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바이러스나 세균까지 걸러내는 필터가 필요해졌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꽃가루, 바이러스, 박테리아, 초미세먼지 등 오염 물질의 99.97%까지 걸러낼 수 있는 헤파필터를 모델S와 모델X에 장착했다고 밝혔다.
이 헤파필터의 정화 능력은 대단하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공기 질 ‘좋음’ 기준인 12㎍/㎥를 82배가량 초과하는 대기오염도 정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먼지만 거르지 않고 바이러스도 막아준다. 테슬라는 헤파필터를 활용한 공기청정 시스템을 ‘생물무기 방어 모드(Bioweapon Defense Mode)’라 부른다. 이 기능은 차량 내부 기압이 대기압보다 높아져 미세물질이 침투하지 못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비행기 헤파필터가 내부 기압을 외부 기압보다 높게 유지해 오염물질을 차단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이 필터에도 단점이 있다. 강력한 필터링 능력 때문에 송풍력이 떨어진다. 송풍력을 높이면 윈드 블로워 소음이 커져 정숙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헤파필터가 장착된 차량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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