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40만 시대..갈팡질팡 '無정책' 역대 정부 모두 '有죄'

유동주 기자 입력 2020. 4. 19. 16:20 수정 2020. 4. 1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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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 방역 '사각' 불법체류자]④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법체류자들의 출국 문이 닫히면서 방역 사각지대로 떠올랐다. 정부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중단하고 검사, 치료 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불법 신분에 대한 두려움에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방역의 손길이 제대로 닫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체류자들이 코로나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서 체류중이던 불법 체류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몇년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이라는 다소 낯선 안건이 올라왔다.

한국 거주 외국인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하자는 이 법안은 소위 위원으로 참석한 의원들이 '외국인' 개념부터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불법체류자부터 결혼이주민 혹은 난민, 귀화인까지 다양한 형태의 국내 유입 외국인 가운데 어느 범위까지 이 법안의 대상이 되는 지부터 논쟁거리였다.

국회 법사위 풍경, '누가 외국인인가' 개념부터 각자 다른 이해
다수를 차지하는 '다문화가정'과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해서도 의원 각자의 생각이 달랐다. 이전까지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를 비롯해 어디에서도 이에 대한 개념정리와 제대로 된 정책논의가 없었던 탓이다.

법안이 '법무부'추진 형태로 진행된 데에 대해서도 의원들은 의문을 표했다. 소위에 의견 개진을 위해 출석한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법안에 강하게 반대하며 "'외국인 정책'에 대해 아직 체계가 없고 부처간 중복 운영하고 있는 부분도 많은데 관계 부처가 모여서 일관된 정책을 하기 전까지는 1000억원이 넘는 기금조성은 시기상조고 낭비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기금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여가부·고용부 유사 예산과 달리 국적상 '진짜 외국인'에게만 기금이 지원된다고 강조했으나 이는 패착이었다. 오히려 소위 위원들과 법사위 전문위원은 법무부 추진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의 지원 대상에 한국 국적자더라도 결혼이민자 등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법무부, '불법체류' 단속하는 곳인데 '외국인 사회통합기금' 추진…'모순' 지적돼
결국 기금 정당성을 강조하던 법무부는 '모순'에 빠졌다. '외국인', '결혼이민자 및 그 자녀', '다문화가정' 등에 대해 통일된 개념없이 의원들이나 부처 공무원들이 서로 각자가 생각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이미지와 선입견을 갖고 심사를 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다.

게다가 법무부는 출입국 관리를 맡아 평소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고 관리해야 할 곳이라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을 만들어 총괄 운용하겠다는 법무부 설명은 더 낯설게 느껴졌고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 각 부처 입장별 외국인 정책이 전혀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결국 법안은 의원들에게 혼란만 주며 보류됐고,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외국인 정책이 없다는 점을 참석 의원들에게 일깨워주었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3일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불법체류자 자진 출국 신고를 하려는 중국인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03.03. woo1223@newsis.com
국내 외국인 252만, 불법체류 40만 시대…역대 정부 '오락가락' 정책
대략 20여년전부터 '다문화'라는 단어가 쓰이고 '불법체류자'들이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관련 정책의 일관성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대체로 다문화가정에 '혜택성' 조치는 계속됐다. 기업들도 사회복지 차원에서 다문화가정 등을 지원한다. 그렇다고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어디까지가 지원 대상이고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어디부터는 배제대상이고 받아들여선 안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없었다.

전·현 정부들 모두 '다문화'니 '불법체류자'에 대해 일시적인 '조치'만 했을 뿐, 정부 차원의 일관된 '정책'을 내놓고 국민적 '합의'를 거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이 민감한 문제를 대놓고 논의하자고 나선 책임있는 거대 정당이 없었다. 일부 소수정당이 인권차원에서만 접근했을 뿐, 정책결정권을 가졌다고 볼 여야 거대 정당은 이 문제를 회피해왔다.

그러는 사이 불법체류자로 대표되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 대한 정책 방향은 길을 잃었다. 진지한 논의과정 없이 산업연수생을 일시적으로 늘리거나 줄이거나 했고, 불법체류 단속을 강화하거나 완화하거나 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최배근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와 이경숙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시민당·다문화단체 정책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4.10/뉴스1

'다문화 사회' 초입…혼란 감당할 '사회적 준비' 돼 있나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말 기준 252만4656명이다. 학계에선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 사회로 본다. 한국은 현재 4.9%를 기록해 이대로라면 다문화 사회 진입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불법체류 외국인은 총 39만281명으로 전년 대비 9.9% 늘었다. 현 정부들어 불법체류자는 급증세다. 2015년 약 21만명이던 불법체류자는 4년만에 두배 정도로 증가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있던 2018년엔 사상 최대 폭인 10만명 가까이 늘었다.

외국인 관련 업무를 많이 다룬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외국인 정책본부'는 2007년부터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로 통합하면서 오히려 '외국인 정책본부'기능이 축소돼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체류자 급증세 4년만에 2배…2018년 한해 사상 최대 10만명 늘어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지만, 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는 이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를 만드는 것을 주저했다는 평가다. 국민 의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역대 정권은 '저출산'과 '노동력 부족' 혹은 '인권'을 앞세워 불법체류자를 비롯한 국내 거주 외국인 관련 정책을 일방적으로 국민들에게 강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럽사회가 난민문제로 영국 브렉시트 등 EU체제의 위기를 맞고 있고 불법체류자로 치안이 불안해지고 사회질서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고 있다는 현실을 우리 정부와 국민 모두 외면할 순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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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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