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남진, 박제된 원로가수 아닌 슈퍼스타로 존재하는 이유

멋진 형님이자 영원한 오빠인 남진의 매력 탐구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등 트롯 열풍을 통해 최근 시청자들은 슈퍼스타 남진을 TV에서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남진은 <미스터트롯>의 특별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곧바로 SBS <트롯신이 떴다>에서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른 후배가수들과 함께 베트남 버스킹에 참여한다.
흥미롭게도 <트롯신이 떴다>에서 남진은 살아 있는 전설에다가 최고참이지만 근엄한 대가인 양 굴지 않는다. 오히려 <미스터트롯>에서 본 특유의 흥 있으면서도 친근한 모습이 <트롯신>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사실 금방이라도 무대에 뛰어올라 관람객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힘이 바로 이 슈퍼스타의 매력인 것이다. 슈퍼스타인 동시에 멋진 형님이자 여전한 오빠인 것이 남진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이기도하다.
1970년대 초반 남진은 <님과 함께>로 완벽한 슈퍼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더구나 1960년대 중반 데뷔 <울려고 내가 왔나>, <가슴 아프게>의 구성진 트로트를 부르는 앳된 미남으로 정상에 올랐던 그 시절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사실 여러 인터뷰에 따르면 남진은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하고 세련된 팝송을 좋아하던 청년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첫 앨범과 두 번째 앨범도 타이틀곡은 트로트가 아니었다. 두 번째 앨범 수록곡인 <울려고 내가 왔나> 역시 남진이 끝까지 부르지 않으려다 마지막에 넣은 곡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앨범의 실패로 가수를 포기하려던 때 남진은 어머니의 조언에 <울려고 내가 왔나>로 활동을 다시 시작한다.
팝에서 트로트로 전향하자, 남진의 인기는 곧바로 치솟았다. 지금으로 말하면 남진이라는 젊고 잘생긴 트로트 아이돌의 역사가 시작된 셈이었다. 이때의 남진의 보이스는 소년티가 남은 미성으로 트로트의 꺾기를 구성지게 구사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후 그는 노래는 물론 영화배우로도 종횡무진 활약하며 남진의 시대를 연다.
그런데 남진은 1970년대 베트남 파병 군생활 이후 국내 무대에 복귀하면서 또다시 도약한다. 이번에도 역시 트로트였지만 전형적인 트로트가 아니었다. 그가 좋아하는 엘비스 프레슬리 풍의 ‘록앤롤’위에 ‘뽕앤롤’ 느낌까지 섞여 있는 <님과 함께>를 들고 온 것이다. 사실 <님과 함께>의 펑키하고 그루브감 넘치는 편곡은 당시의 레코딩 기술을 감안한다면 지금 들어도 꽤 세련됐다는 인상을 주기까지 한다.

하여튼 ‘저 푸른 초윈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는 이 노래로 남진은 1970년대 무대 위의 퍼포먼스형 가수로 우뚝 선다. 이를 통해 남진은 패티김이나 이미자 같은 대형 여가수와는 다른 본인만의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만들어낸다. <님과 함께>에 맞춰 다리를 떨고 골반을 흔드는 남진의 퍼포먼스는 남진의 무대하면 떠오르는 장면이다. 또한 록앤롤 창법처럼 호흡으로 노래를 밀고 당기며 리듬감을 살리고, 여기에 트로트의 꺾기를 얹는 창법은 남진만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1980년대 중년에 접어든 남진은 데뷔시절의 미성과 1970년대의 중저음을 넘나드는 펑키한 보이스를 지나 중년의 그윽한 저음으로 노래를 부른다. 이 시절의 히트곡인 <빈잔>은 남진의 그윽한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그의 대표곡이다.

이후 2천 년대가 넘어서도 남진은 히트곡을 만들어내며 계속해서 팬들과 호흡한다. <둥지>나 <나야 나>는 이 시절 남진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곡들이다. <둥지>는 1970년대 20대의 파릇한 남진 워너비들이 장년의 나이에 노래방에서 흥겹게 부를 수 있는 경쾌한 곡이다.
한편 작가이자 작사가인 양인자의 노랫말이 돋보이는 <나야 나>는 괴로워도 힘내자 파이팅, 느낌이 강한 노래이다. 하지만 동시에 반백년을 무대의 스타로 살아온 남진의 매력을 은유적으로 그려낸 곡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야 나>에서 남진은 ‘운명아 비켜라, 깃털처럼 휘날리며, 때로는 먼지처럼’ 밟히면서도 ‘나야 나’라는 자존감을 드러내는 스웨그를 발휘한다. 하지만 그 스웨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길가에 목로집에서 ‘자네 한 잔 나한 권커니’ 술 한 잔 마시자는 친근한 대화와 맞물린다. 무대의 슈퍼스타로 살아왔지만 그를 보며 즐기는 팬들과 편안하게 호흡하는 남진이란 존재의 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인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요즘 다시 회자되는 비의 <깡>이 얼마나 껌 같은 가사인지 또 한 번 느껴지는……)

아마도 혹자들은 1946년생으로 75세인 남진에게 원로급 대형가수의 묵직함이나 점잖은 태도가 부족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남진은 박제된 원로가수처럼 존경받기보다 현장의 무대에서 흥을 만들어내는 현역스타이다. 당연히 지금도 콘서트는 물론 전국의 행사에서 관객들과 호흡하며 즐겁게 노래하는 남진을 볼 수 있다.
<트롯신이 떴다>에서도 70대의 남진은 특유의 스텝을 밟으며 숨 가쁘게 노래한다. 그리고 TV 속 관객들만이 아니라 TV를 보는 시청자마저 즐겁게 만드는 이 슈퍼스타의 흥겹고 친근한 에너지는 여전하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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