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는 호남·통합은 TK 독식.. 지역구도 타파는 없었다




4년 전 호남 28석 중 민주당이 건진 의석은 고작 3곳이었다. 안철수 대표가 이끌었던 국민의당이 23석을 싹쓸이하며 호남 일대가 녹색(당시 국민의당 당색)으로 바뀌었다. 보수 후보가 좀처럼 뚫지 못했던 이곳에서 당시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 이정현(전남 순천), 정운천(전북 전주을) 후보가 당선되는 파란도 일었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선 호남이 다시 민주당의 아성으로 변했다. 민생당 유성엽, 정동영, 황주홍, 천정배 등 지역 터줏대감들도 이번에는 민주당으로 돌아간 민심을 붙잡지 못했다.
18, 19대에 전북 정읍고창에서 무소속으로 민주당 후보와 맞서 2번이나 당선됐던 유성엽 후보는 16일 오전 0시 현재 30.46%를 얻으며 민주당 윤준병 후보(69.53%)에게 크게 밀렸다. 전북 전주병의 정동영 후보(30.33%)도 민주당 김성주 후보(68.44%)와의 격차가 상당했다. 민생당 현역인 최경환, 조배숙, 장병완 의원도 당선권과 멀어졌다.
지역 내 인지도가 큰 무소속 후보도 대부분 맥을 못 추었다. 전북 군산의 무소속 김관영 후보(37.27%)는 이전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신영대 후보(58.83%)와 박빙의 경합을 보였지만 실제 선거에선 격차가 꽤 났다. 전남 여수갑의 이용주 후보(31.15%)도 민주당 주철현 후보(64.44%)에게 크게 뒤졌다.

통합당은 영남의 맹주 지위를 회복했다. 민주당 현역 지역구 12곳 중 8여곳에서 우세했다. 보수 아성인 TK의 민주당 2석을 통합당이 수복하면서 민주당 전멸이 예상된다.
4년 전 대구 수성갑에서 62.30% 득표율로 당선되며 일약 대선주자로 떠오른 민주당 김부겸 후보(38.77%)는 통합당 주호영 후보(60.35%)에게 큰 격차로 졌다. 김 후보는 선거 전 기자회견에서 “다음 대선에 출마해 대구 출신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소했지만 TK의 거센 정권 심판론 바람을 꺾지 못했다. 4년 전 무소속으로 당선된 대구 북을의 민주당 홍의락 후보(32.8%)도 통합당 김승수 후보(62.63%)에게 크게 뒤졌다.
부산·울산·경남(PK)에선 민주당 현역 의원이 고전하며 대다수가 생환이 어려워졌다. 부산의 경우 부산진갑의 김영춘 후보와 남을의 박재호 후보, 북강서갑의 전재수 후보는 백중세를 보였고, 해운대을의 윤준호 후보와 연제의 김해영 후보는 통합당 후보보다 크게 뒤처졌다. 사하갑의 최인호 후보만 5%포인트 내에서 앞섰다.
경남에서만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김해갑의 민홍철 후보와 김해을의 김정호 후보는 개표가 절반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통합당 경쟁자를 10%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에서는 김두관 후보가 통합당 나동연 후보와 초박빙의 승부를 이어갔다.

28석이 걸린 충청권은 혼전 양상이었다. 개표가 70∼80%에 이를 때까지도 대다수 지역에서 민주당과 통합당 후보가 5%포인트 미만 격차를 보였다. 전통적인 캐스팅 보트 지역으로서 이번 선거에서도 끝까지 승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양상이 나타났다.
충북의 격전지로 꼽힌 청주흥덕에선 민주당 도종환 후보(54.17%)가 통합당 정우택 후보(44.59%)를 크게 앞섰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후보(41.44%)는 보은옥천영동괴산에서 통합당 박덕흠 후보(56.88%)에게 크게 뒤처졌다. 충북 8석 중 4곳이 민주당 우세, 3곳은 통합당 우세, 1곳은 백중세였다.

전통 보수 텃밭인 강원도의 벽은 공고했다. 다만 민주당 후보가 이전보다 선전하며 기대감을 모았다. 민주당은 당초 강원 8석 중 3∼4석을 기대했지만 2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강원에서 ‘2석의 한계’에 부딪혔다. 민주당 강원 의석은 20대에 1개, 19대 0개, 18대 2개, 17대 2개였다.
이번에는 원주을에 출마한 이광재 후보뿐만 아니라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의 허영 후보, 춘천철원화천양구을의 정만호 후보, 강릉 김경수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원주을의 송기헌 후보는 여유롭게 통합당 이강후 후보를 앞섰다. 원주갑, 을에서 2석 확보가 예상된다.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의 허 후보와 통합당 집안싸움의 여파로 보수가 분열된 강릉의 김경수 후보는 각각 통합당 김진태 후보와 무소속 권성동 후보에게 다소 밀렸다.



서울 49석, 경기 59석, 인천 13석 등 121석을 지닌 수도권은 그때그때 시류에 따라 옷을 갈아입은 최대 격전지다. 수도권 내 여야 전통 텃밭도 다른 지역에 비해 각종 변수와 분위기에 표심이 출렁였다. 수도권에서 승리한 당이 전체 1당을 차지하곤 했다.
수도권은 20대에 이어 이번에도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 종로에서 민주당 이낙연 후보(57.50%)가 통합당 황교안 후보(40.88%)를 앞섰고, 그 외에 상징성이 큰 빅매치 지역인 광진을(고민정, 오세훈), 구로을(윤건영, 김용태), 영등포을(김민석, 박용찬), 동작을(이수진, 나경원)에서도 민주당 후보 우세가 나타났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민주당이 코로나19 사태로 심판론을 벗어나며 열세를 만회한 데다 보수가 큰 정치적 흐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제대로 반성하지 않은 것에 대한 심판 정서가 남아있는 것”이라며 “이번에는 지지층 결집이 두드러지며 지역주의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현미·이창훈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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