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할 때도 추리닝 입어요" 방구석 패션으로 뜬 '애슬레저'

김은영 기자 2020. 4. 15. 06:1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집콕 패션'으로 뜬 레깅스·트레이닝 팬츠… 재택근무복으로도 딱
국내 애슬레저 시장 규모 3조... "코로나 계기로 더 성장할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 박형준 씨의 근무복은 셔츠와 트레이닝 팬츠다. "상의는 셔츠를 입고 하의는 트레이닝 팬츠를 입고 일해요. 옷차림만 봐선 백수인지 직장인인지 알 수가 없죠." 화상회의에 참석하더라도 웹캠에선 상체만 보이기 때문에, 하의는 편하게 입고 상의만 신경을 쓴다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트레이닝 팬츠, 일명 ‘추리닝’이 집콕족(집에서만 지내는 이들)을 위한 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와 분산 근무제 등이 확산하면서 업무와 일상을 겸할 수 있는 홈웨어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운동복에서 일상복, 근무복으로... ‘집옷’으로 뜬 추리닝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남성 트레이닝복 세트 판매는 전년보다 100% 증가했고, 외출 시 가볍게 입을 수 있는 후드 티셔츠 판매는 402% 늘었다. 여성용 레깅스와 트레이닝 팬츠, 루즈핏(헐렁한) 티셔츠도 각각 116%, 103%, 82% 판매가 증가했다.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스파오의 스포츠 의류 상품군인 ‘액티브 라인’도 3월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여성용 레깅스와 남성용 트레이닝 바지, 집업 재킷 등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여성용 레깅스와 요가복 등을 판매하는 안다르와 젝시믹스는 레깅스 판매 호조로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200%, 125% 뛰었다.

운동복의 일종인 트레이닝 팬츠와 레깅스가 인기를 끈 건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패션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애슬레저(athleisure)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애슬레저란 운동(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운동복과 일상복을 겸할 수 있는 편한 옷차림을 말한다.

요가, 피트니스, 홈 트레이닝의 유행으로 성장세를 보였던 애슬레저는 코로나19로 집 안 생활이 보편화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애슬레저가 ‘집콕 패션’으로 낙점된 이유는 기능성과 활동성, 범용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은 물론 운동할 때도, 동네 슈퍼에 갈 때도 적당한 전천후 의상, 즉 원마일웨어(1mile wear)로 선호된다.

이런 경향은 해외에서도 관찰된다.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가동 중단)’이 본격화된 3월 셋째 주 온라인 패션 쇼핑몰 네타포르테의 트레이닝 팬츠 판매는 40% 증가했다. 미국 전역에 8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애슬레저 브랜드 부오리(Vuori)는 일부 매장을 폐쇄한 가운데에도, 전체 매출이 50% 늘었다. 특히 조거팬츠의 판매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일반 바지 판매가 줄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댄 바틀릿 미국 월마트 부사장은 지난달 말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이 허리 위(상의)만 신경 쓰는 통에, 하의가 팔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 국내 애슬레저 시장 3조원… 속옷업체도 출사표

애슬레저는 자연스러움과 편안함, 스트리트 감성을 추구하는 젊은 멋쟁이들의 옷으로도 선호된다. 구찌·루이비통·베르사체 등은 트랙 수트와 레깅스 등을 접목해 젊은 명품으로 재탄생했고, 푸마·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들은 스포츠 스타가 아닌 리한나, 비욘세 등 팝 아티스트와 손잡고 애슬레저 라인을 선보였다. 국내 패셔니스타로 꼽히는 배우 한예슬도 애슬레저 브랜드 폰디먼트를 출시했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이 국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10명 중 3명이 애슬레저를 구매했고, 8명이 애슬레저에 호감을 보였다. 또 응답자의 13%만이 ‘애슬레저를 운동할 때만 입는다’고 답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올해 3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는 관련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캐주얼 브랜드 에드하디는 올봄 트레이닝복 신상품을 2배가량 늘렸다. 트레이닝복을 일상복으로 입는 MZ세대(1980~2004년에 출생한 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 트레이닝복으로 유명한 여성복 쥬시꾸뛰르도 전체 상품의 25%를 애슬레저로 구성했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3월에 여성 특화 애슬레저 라인인 ‘휠라 스튜디오’를 출시했고, LF의 질스튜어트스포츠도 이번 시즌부터 ‘프리미엄 애슬레저’ 여성 라인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속옷 업체인 좋은사람들과 그리티도 각각 루시스와 위뜨로 애슬레저 시장에 뛰어들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