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부터 코로나까지..푸틴, 질병 음모론 유포 주요 배후"

유영규 기자 2020. 4. 1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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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코로나19 허위 정보와 음모론 확산의 주요 배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NYT는 전문가 인터뷰와 논문, 기사, 러시아 문서, 트위터, TV 프로그램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등 서구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내부 분열을 일으키고자 지난 10년간 허위정보 확산에 열을 올려왔다고 주장했습니다.

NY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진두지휘한 공중보건 분야 거짓 정보전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일으키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서 시작해 2009년 H1N1 '신종플루'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2014년 서아프리카를 휩쓴 에볼라 그리고 코로나19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1975년부터 1991년까지 옛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복무했습니다.

그가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로 국외정보를 담당하며 허위정보를 뿌리는 계획을 구상하고 실행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가 KGB에 몸담은시절 KGB가 수행한 작업 중 하나가 미군이 흑인을 죽이기 위해 에이즈를 개발했다는 음모론을 유포한 것이었습니다.

1987년까지 이러한 허위정보는 전 세계 80개 국에서 25개 언어로 번역돼 전파됐습니다.

러시아 국영방송 RT(러시아 투데이)는 푸틴 대통령이 허위정보 확산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매체로 거론됩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RT 계정의 하루 평균 조회 수는 100만 건에 달해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게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입니다.

RT는 2005년 '러시아 투데이'라는 이름으로 모스크바에 설립됐으나 2008년 사명을 바꾸면서 러시아 색채를 지웠습니다.

2005년부터 따지기기 시작하면 RT가 제작한 영상의 총조회 수는 40억 건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RT는 2009년 H1N1이 전 세계를 휩쓸 당시 해당 바이러스가 생물 공학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음모론을 주창한 미국 탐사보도 전문기자 웨인 매디슨을 자주 출연 시켜 해당 주장을 확대 재생산 하는 창구 역할을 했습니다.

2014년 에볼라가 아프리카에 창궐할 때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RT는 미군이 아프리카인을 생물학 실험용 기니피그로 만들려는 에볼라를 퍼뜨렸다는 방송을 내보냈고, 이와 맞물려 트위터에는 러시아발로 "정부가 만들었다", "생화학 무기"라는 주장이 퍼졌습니다.

NYT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러시아가 노리는 주요 목표물로 꼽았습니다.

2014년 말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에 걸린 환자가 미국 애틀랜타로 넘어와 지역감염이 시작됐다는 가짜뉴스가 퍼졌는데 이 과정에 CDC가 연루된 것처럼 보이는 영상이 널리 유포된 적이 있습니다.

CDC를 비롯해 저명한 과학자들은 각종 논문에서 백신과 자폐의 연관성이 없다고 밝혀왔지만, 러시아발로 온라인에 확산하는 허위정보 중에는 아이에게 백신 접종을 하면 자폐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며 CDC가 이를 알고도 묵인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가짜뉴스가 널리 퍼지면서 미국 어린이 사이에서 예방 접종률이 떨어졌고 홍역 감염이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홍역 환자 1천282명이 새로 발생했는데 이는 근래에 나온 최고 수치입니다.

크렘린궁발 허위정보에 관한 저서 '아무것도 진실이 아니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를 저술한 피터 포메란체프는 러시아 당국의 허위정보 확산은 "미국 정부 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을 심기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인 3분의 1은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 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음모론을 믿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습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인 성인 8천9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3%가 코로나19가 자연 발생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29%는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고 믿는다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코로나19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는 응답도 1% 있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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