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뉴스레터] 한국와인, 알고 마시면 좋아하게 됩니다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2020. 4. 13. 11: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와인’이라는 단어는 아직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단어이다. 프랑스와인, 이탈리아와인처럼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들의 이름이 아닌 한국에서 생산한 와인은 아직 낯설다.

일반적으로 ‘한국 땅에서 나는 과실로 발효 과정을 거쳐서 알코올로 만든 것을 한국 와인’이라 이야기한다. 결국 한국와인은 포도만을 이용해서 만든 일반적인 와인의 정의와는 다른 한국 땅에서 나는 과실 전체를 포함한다.

큰 틀에서 ‘한국와인’은 주세법상 과실주에 포함된다. 주세법에는 과실로 만든 술을 ‘과실주’로 정의하고 있고 대표적인 제조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주류의 종류별 세부 내용(제4조제2항 관련)
마. 과실주 : 과실(과실즙과 건조시킨 과실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또는 과실과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여 제성하거나 나무통에 넣어 저장한 것
—————————————————————————–

현재의 한국와인은 대부분 양조장 운영자가 농민으로 직접 과일 농사를 하고 그 수확물로 술을 만드는 지역특산주로서 전통주에 포함된다. 2018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7년 지역특산주 면허는 889개이며 이중 가장 많은 것을 차지하는 것이 과실주로 236개로 26.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와인을 전통주라 부르기가 어색하기에 ‘한국와인’이라는 단어가 우리 땅에서 만든 와인을 설명하기에 더 적합할 것이다.

과거 한국와인 중 포도를 보면 와인전용 포도 없이 식용 포도를 사용하면서 당도가 낮아 설탕을 사용함으로써 품질도 떨어졌고 특히 향과 맛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다른 과실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비슷했다.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한국와인 생산자들과 연구자들의 노력을 통해 품종의 발전도 이루어지고 우리나라 품종에 맞는 발효방법 기술도 개발되면서 와인 품질이 크게 발전을 했다. 지금의 한국와인들은 품종 고유의 맛과 향으로 제품의 품질과 함께 개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의 와인은 언제부터 언급이 되었을까? 처음 포도주에 대한 기록이 나오는 것은 조선시대 편찬된 『고려사』이다. 고려 충렬왕 11년(1285) 8월 28일(음력), "원 황제(쿠빌라이 칸)가 고려왕에게 포도주를 하사하다(元卿等還自元, 帝賜王蒲萄酒)"라 적힌 기록이 포도주에 관련한 공식적인 첫 기록으로 보인다. 포도주가 원나라에서 제조된 것인지, 실크로드를 타고 온 유럽의 포도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후에도 충렬왕 28년, 34년 쭉 포도주를 하사했다는 기록이 나오고 있다.

또한 고려시대의 왕실 학자로서 1324년 원나라 과거 시험에 합격한 안축(安軸·1282~1348년) 은 투루판 사람에게 포도주를 선물 받고 시로 답례했다고 전해지며 이색(李穡·1328~1936년)은 국내에서 열린 연회에서 포도주를 마신 감상을 한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포도주(蒲萄酒) 제조법은 1540년대 김유가 작성한 경상북도 지역의 고조리서(음식의 재료명을 비롯하여 음식을 만드는 요령과 그 음식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기술한 옛 문헌으로서 술제조법도 실려 있다.)인 "수운잡방"에 처음 나온다.

하지만 이때의 제조법은 쌀을 기본으로 한 제조법에 포도를 넣은 어찌 보면 쌀과 포도가 결합된 혼합주 형태였다. 또한 이 당시의 포도는 현재 포도 품종이 아닌 머루일 확률이 높다. 일반적으로 조선시대 포도를 그린 그림에 나온 포도는 잎이 다섯 갈래인 까마귀 머루로 추측을 한다. 또한, 포도는 한 송이에 매달린 알맹이가 한꺼번에 익어가고, 머루는 드문드문 익어가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 당시 포도라 지칭되는 그림들을 보면 한 개의 포도송이 안에 검붉게 익은 포도와 아직 익지 않은 포도가 함께 있는 것으로 보아 머루로 추측된다.

이후 인조 14년(1636년) 대일통신부사 김세렴의 『해사록(海笑錄)』에 따르면 서구식 레드와인을 대마도에서 대마도주와 대좌하면서 마셨다는 기록이 있으며 1653년 '하멜 표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인 하멜이 일본을 가는 도중 폭풍을 만나 제주도에 난파하여 가져왔던 레드 와인을 지방관에게 상납했다고 한다. 글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다.

"그들이 제주에 상륙했을 때 조선의 지휘관은 그들에게 각각 술 한 잔씩을 주었고 약 1시간 뒤에 갑작스러운 음식으로 탈이 날 것을 우려하여 죽을 주었다. 저녁에는 쌀밥을 주었다. 이들은 답례로 레드와인과 은잔으로 조선 관원들에게 술을 따라 주었고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며 은잔도 돌려주고 텐트까지 바래다주었다."

좀 더 자세한 포도주에 대한 기록은 없을까? 1712년 북경으로 향한 조선사신단 중의 한 사람인 이기지(李器之, 1690~1722)의 『일암연기(一庵燕記)』2) 에 따르면 "서양 포도주[西洋葡萄酒] 한 잔을 내왔는데, 색은 검붉었고 맛은 매우 향긋했으며 강렬하면서도 상쾌했다. 나는 본디 술을 마실 줄 몰랐는데 한 잔을 다 마시고도 취하지 않았고 뱃속이 따뜻해지면서 약간 취기가 오를 따름이었다." 이 기록이 아마도 와인을 마시고 맛을 평가한 자료가 아닐까 싶다.

근대에 와서는 고종 3년(1866년) 독일인 오페르트가 쇄국정책을 뚫고 레드와인을 반입하였으며 이때는 와인뿐 아니라 샴페인 및 양주도 도입했다고 한다. 그가 1880년에 쓴 『금단의 나라 조선』에는 "조선인들은 독주와 폭음을 즐기고, 샴페인과 체리브랜디를 선호하며 그 외에도 백포도주와 브랜디 여러 종류의 독주를 좋아한다. 반면 적포도주는 떫은맛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서 와인과 관련된 연구를 한 것은 1900년대 초이다. 현재와 같은 포도주는 1908년 뚝섬 원예 모범장(국세청기술연구소 전신)에서 ‘레드 워싱톤’ 포도로 시험 양조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때 머루, 딸기주, 사과주, 살구주, 앵두주도 시험 양조를 한 기록이 있다.
1910년 4월 프랑스로부터 수입한 양조용 포도(리슬링, 모스카토, 피노누아) 1800주를 재배한 기록이 있으며 1912-14년에는 68개 품종별 당분과, 총산 함량을 분석해서 주류제조업자들에게 정보를 공유한 기록도 있다.

실제 소비자들이 마실 수 있는 한국와인이 처음 생산된 것은 1969년 생산된 애플 와인이다.
이후 1974년 순수한 국산 포도로 만든 노블와인이 출시되었다. 이 노블와인은 국회의사당에 있는 해태상 아래에 1975년 72병을 묻어두었고 100년 후인 2075년에 개봉할 계획이다.
1977년에는 현재까지 생산되고 있는 마주앙이 출시되었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와인들이 생산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와인이 본격적으로 생산된 지는 채 50년이 안되었고 그중에서도 포도를 이용한 제품들이 다양해진 것은 채 10년이 안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국와인은 지금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과거의 한국와인이 품질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부터는 한국와인의 홍보 및 소비자들에게 맛과 품질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어 가는 시점이다.

와인 제조와 와인 문화는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에 한국의 와인이란 무엇이며 어떠한 특징이 있고 어떠한 음식과 매칭 해야 하는지 등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아직 대중화되어 있지 않은 한국 와인을 대중화시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 와인 연구는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와인을 만드는 방법도 더 연구를 해야 할 것이며 와인을 만드는 재료인 포도 품종 연구도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한식 또는 지역 농산물과의 페어링 연구를 한다면 외국 와인과의 차별성뿐만 아니라 한식에 대한 마리아주(mariage)나 떼루와(terroir)도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최근 와인 생산자들의 노력으로 음식점 또는 호텔 등에서 한국와인을 취급하는 곳들이 조금씩 증가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지역특산주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기에 온라인을 통한 한국와인 판매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체 와인 시장은 물론 전통주 시장 내에서 한국와인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아직 낮고 시음해볼 기회가 적어 마케팅과 판매가 어려운 실정이다.

술은 기호식품이기에 맛을 보고 입맛에 맞으면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와인은 박람회를 가지 않으면 마셔보고 살 수 있는 곳이 없다. 아직 한국와인을 마셔본 사람보다 마셔보지 못한 사람이 많다. 그러기에 한국와인을 시음하고 마셔볼 수 있는 기회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한국와인과 관련된 협회나 소믈리에들은 이러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