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경고 무시·면박..결국 '트럼프 리스크'
[경향신문] ㆍ미, 확진자 50만·사망자 2만명 넘어 ‘세계 최다’ 불명예
ㆍNYT “1월 초 위험 보고에도 경제 악영향 고려해 늑장 대응”
ㆍ‘대책 요구’ 당국자 교체…‘안정’ 강조하며 정치적 전략 골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과 백악관이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1월 초부터 대유행 위험성을 알리는 구체적인 정황과 경고를 들었지만 경제 악영향 등을 우려해 듣지 않고 거부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험성을 경고하는 당국자들에게 면박을 주거나 교체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분열과 무능력 등도 영향을 미쳤다.
시간을 허비한 대가인가. 미국은 이날 기준 확진자 50만명, 사망자 2만명을 넘어서는 등 세계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제일 많은 국가로 기록됐다.
뉴욕타임스는 전·현직 당국자 10여명의 인터뷰와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전했다. 이에 따르면 1월 초부터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병한 신종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알리는 첩보가 쏟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은 1월 초 홍콩 감염학자 친구로부터 중국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전화를 받고, 1월 중순부터 매일 대책 회의를 열었다. 그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NSC 보좌관을 설득해 중국 여행 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1월15일 서명된 미·중 1단계 무역협정에 미칠 악영향 등을 우려한 반대파 주장에 밀렸다.
대중국 매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도 1월29일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 사망자가 5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메모를 돌렸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1월18일과 3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보고했지만, 불필요한 우려를 자아낸다는 면박을 받았다.
미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 사례가 미국에서 확인된 다음날인 1월31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 체류자 입국 금지를 발표했지만 대책은 거기까지였다.
보건 당국이 NSC와 함께 2월14일 작성한 ‘20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이라는 제목의 메모에는 공적 모임 제한, 스포츠 경기·공연 취소, 사적 모임 전화 대체 유도, 휴교령 검토, 자택 대피 명령 등의 광범위한 조치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조치를 실제 실행한 것은 한 달 이상 지난 3월16일이었다.
보건 전문가들은 2월 말부터 트럼프 대통령 설득을 위해 노력했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는 번번히 좌절됐다. 로버트 캐들렉 복지부 재난담당관은 2월21일 백악관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최대 58만6000여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유했다. 즉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월23일 인도 순방길에 오르면서 이뤄지지 못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2월25일 미국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이미 진행 중이라면서 학교 및 직장 폐쇄와 같은 고강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감행했다. 뉴욕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인도 순방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오전 6시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워싱턴에 착륙하자마자, 에이자 보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불필요한 공포를 자극했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 백악관 태스크포스 책임자는 에이자 장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으로 교체됐고, 태스크포스의 주요 임무는 ‘안정’ 메시지를 내는 쪽으로 맞춰졌다.
뉴욕타임스는 “2월 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임기 가운데 그 어느 순간보다도 극명하게 자신에게 들려오는 경고들을 받아들일 능력이 없거나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중보건 재난 상황에서 구태의연한 정치적 전략에만 매달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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