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현실이 된 '공포'

이윤정 기자 입력 2020. 4. 9. 21: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확진자 1만명 훌쩍…“2억5000만명 이를 수도”
ㆍ의료 취약, 검사도 힘들어
ㆍ“봉쇄 한 달만 이어져도
ㆍ굶어죽는 사람 더 많을 것”

케냐 나이로비 빈민촌에서 8일(현지시간) 비정부기구(NGO) 게토파운데이션이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 나이로비|EPA연합뉴스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제구호기구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감염자 수는 8일(현지시간) 기준 1만명 이상으로 보인다. 외부에 알려진 확진자 수는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열악한 의료 인프라 등을 감안하면 확산이 매우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환자 수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프리카 코로나19 확진자가 2억50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지난 7일 경고했다.

특히 최근 짐바브웨의 금수저로 통하는 저널리스트 조로로 마캄바(30)의 죽음은 아프리카가 직면한 코로나19 위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짐바브웨 일간 데일리뉴스에 따르면, 마캄바는 지난달 미국 뉴욕에 다녀온 후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동네 병원을 찾았고 단순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이후에도 열이 오르는 등 차도가 없자, 그는 지난달 21일 수도 하라레의 윌킨스병원을 찾았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수도에서 가장 큰 윌킨스병원에는 산소호흡기도 없었다. 가족들이 이동형 산소호흡기를 구해왔지만, 미국산 제품이라 병원 플러그와 맞지 않았다. 보호장비가 없는 간호사들은 감염을 우려해 그에게 다가가는 걸 꺼렸다. 결국 마캄바는 격리병동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보지도 못한 채 사망했다.

그의 아버지 제임스 마캄바는 미디어그룹을 운영하고 정계에도 진출한 짐바브웨 정치·경제계의 거물이지만, 아들은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한 것이다. 타임은 “‘부유한 사람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데, 일반 시민들은 어떻겠는가’라는 비관적인 여론이 현지에 팽배하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아프리카 전체 54개국에서 코로나19가 얼마나 번졌는지에 대한 상황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과 외신 등은 아프리카 감염자 수를 1만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영양실조, 에이즈, 말라리아 등이 만연한 아프리카에서는 의료진과 의료장비 부족 등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것 자체가 힘들다. 사하라 이남 지역은 인구 1만명당 의사 수가 1명도 안된다. 사우스아프리카메일과 가디언에 따르면 인구 2억명이 넘는 나이지리아에 산소호흡기는 500대가 채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아프리카 인구(13억명) 중 1800만명가량은 분쟁,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으로 터전을 잃고 난민으로 전락했다. 난민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할 경우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열악한 경제상황도 대처의 걸림돌이다.

2014년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응했던 제리 브라운 박사는 당시 경험을 토대로 “아프리카에서 2억5000만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짐바브웨 인권활동가인 모요는 “봉쇄가 한 달만 이어져도 코로나19로 죽는 사람보다 굶어 죽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