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헷갈리는 패혈증..발병 후 1시간이 '골든타임'

박효순 기자 2020. 4. 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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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바이러스·세균 등 감염된 혈액이

온몸 다니며 혈관·장기 손상시켜

초기 감기와 비슷, 진행 속도 빨라

치료 시기 놓치면 사망 이르기도

손 자주 씻고, 규칙적인 양치질 등

생활습관 통한 청결 유지가 기본

‘폐렴구균’ 등 예방 접종도 필요

패혈증은 몸 안에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진균) 등 다양한 미생물이 감염을 일으켜 이로 인해 신체 전반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신체의 모든 장기에서 발생이 가능하며 폐렴, 뇌수막염, 감염성 심내막염, 복막염, 담낭염, 독감, 임파선염 등이 패혈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미생물이 혈액 내로 침투하지 않아도 신체 일부의 염증 반응이나 염증 물질 생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20·30대 유명인들이 폐렴이나 임파선염 등이 1차 원인으로 작용하여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부각되기도 했다.

패혈증이 발생하면 높은 열이 나면서 으슬으슬 떨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체온이 낮아지면서 두통, 관절통, 무기력 증상도 발생한다. 구역감이나 설사, 구토 및 장 마비 증상 또한 흔히 생긴다. 심해지면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면서 의식이 떨어지며 혈압 저하와 소변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쇼크에 빠지게 된다.

한양대 구리병원 호흡기내과 문지용 교수는 “패혈증 초기에는 마치 감기 몸살과 비슷해서 질병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한다”면서 “패혈증이 의심되는 상황이 되면 의심이 되는 균의 배양 검사를 시행하고 즉시 항생제나 항진균제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패혈증은 적절한 수액요법을 시행하여 혈압과 맥박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조치들이 초기에 빠르게 진행되어야 치료율을 높이고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 발병 후 짧은 시간 내에 치명적으로 진행하여 사망할 수 있으므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병원에 가야 한다.

패혈증은 어떠한 감염증으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손을 자주 씻고, 물은 끓여 먹으며, 양치질을 규칙적으로 하는 등의 생활습관을 통해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감염으로 인해 패혈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폐렴구균(폐렴사슬알균)이나 독감(인플루엔자) 등의 예방접종으로 면역력을 높여둘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미생물이나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독소가 혈액 속에 침투하면 신체는 다양한 방어기전으로 대응하게 된다. 또한 신체가 패혈증에 대응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염증 매개물질들의 작용과 이에 동반된 혈류 장애에 의해 중요 장기의 손상이 초래되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고윤석 교수는 “패혈증이 조기에 수습되지 않으면 환자의 신체 반응은 마치 회오리바람과 같이 증폭되어(사이토카인 폭풍) 며칠 내에 사망할 수 있다”면서 “조기에 적정 항균제의 사용과 적절한 수액요법이 이루어지면 패혈증의 진행 과정이 완화될 수 있으므로 환자의 생존율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조기 증상 발현 후 2시간 이내에, 늦어도 하루를 넘기지 않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 교수는 “이미 패혈증이 진행되고 나면 전문의사들이 여러 장치를 갖고 집중치료를 잘해도 생존율을 개선시키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석찬 교수는 균혈증과 패혈증의 차이를 설명했다. 균혈증은 혈관 내에 균이 감염되어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고 있는 상태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균혈증이 있다고 모두 패혈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균혈증 상태에서 여러 장기에 균이 감염되고 전신염증반응을 심각하게 일으키는 경우가 패혈증이다. 김 교수는 “감염균을 확실히 진단하기 위한 검사 결과를 기다리거나 영상진단을 위해 시간을 지체할 수 없으므로 최소한의 검사 및 임상적인 판단으로 진단을 내리고, 경험적인 항생제 투여를 1시간 내로 시작하고 수액치료 등의 초기 치료를 즉각적으로 시행한다”고 말했다.

패혈증 환자는 코로나19 감염증과 초기에는 구분이 어려워서 코로나19 환자로 오인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환자는 기본적으로 신속한 치료보다는 전염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환자를 관리하게 된다. 김 교수는 “음압병실 격리를 하고 ‘PCR검사’ 등의 조치에 먼저 신경 쓰다 보면 발병 후 수시간 내에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패혈증 환자가 치료시기를 놓쳐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면서 “이런 불행한 일이 실제로 국내 병원에서도 일어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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