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팔수록 적자" 원유보다 싼 휘발유..희망퇴직도
[앵커]
코로나19 사태로 흔들리기 시작한 우리 주력산업들, 지금 증상 어떤지 진단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2일)은 기름값 얘기 좀 해보겠습니다.
요즘 주유소 기름값, 많이 내려간 거 보셨죠?
국제 유가가 뚝 떨어졌기 때문인데, 최근엔 1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우린 기름 한 방울 안 나는데, 나쁘지 않은 거 아냐? 할 수도 있지만 실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정 반대입니다.
국내 석유 관련 업계 유례없는 불황을 우려하고 있고요,
안 그래도 힘들었던 조선업계는 또 긴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용에 미치는 영향 상당한데, 이번 위기 잘 버텨낼 수 있을까요?
서재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주유소.
리터당 휘발윳값은 1300원, 한 달 전보다 300원 떨어졌습니다.
소비자로선 반가운 일인데, 절약되는 느낌은 그닥입니다.
[장문정/서울 영등포구 : "많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많이 싸다 이런 느낌은 솔직히 덜한 것 같은데요."]
주유소 매출도 신통치 않습니다.
[김동욱/도림주유소 대표 : "예전보다 판매량이 30~40% 줄었기 때문에 저희는 오히려 손실이죠."]
기름값이 싸졌는데도 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인 겁니다.
국내 기름값 싸진 것, 국제유가 영향입니다.
석 달 만에 가격은 3분의 1이 됐고, 최근엔 배럴당 2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확 줄었는데, 석유 강국들은 증산 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으니까요.
이 상황이 우리 수출엔 치명탑니다.
원유를 들여와 가공해 되파는 석유제품,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다음의 수출 효자 품목인데, 수출 단가가 뚝 떨어지니 전체 수출까지 꺾였습니다.
수익성도 안 좋아졌죠.
정제 마진, 즉 판매가격에서 원유나 운송비를 뺀 이윤이 3월 3, 4주차 연속 마이너스.
1배럴에 약 5달러씩, 팔수록 손해나는 구조입니다.
항공기가 날지를 못하니 항공유도 못 팔고 유가, 수요, 정제마진 3중고에 정유업계는 1분기,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 적자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파는 조선업계로 이어집니다.
기름을 시추하는 해양플랜트, 배럴당 50달러는 돼야 발주가 좀 있는데, 올해는 물 건너갔고요, 기름을 실어나를 필요가 없으니 운반선 만들어달란 주문도 없습니다.
불과 1년 전, 7조 원 짜리 생산 설비를 짓겠다며 고용유발 효과 연인원 270만 명을 예상했던 에쓰오일,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다른 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조상범/대한석유협회 커뮤니케이션팀 팀장 : "가동률을 10~15% 정도 낮춘 상황입니다. 새로 투자를 들어갈 부분도 여력이 없을 정도로 어려운..."]
다만, 3월 중국 수출선을 다른 나라로 돌리며 최악을 면한 경험이 있고, 방역용 화학제품 수출도 일부 늘었습니다.
업계에선 원유 관세를 낮추는 등 지원을 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 이에 앞서 고임금 고배당의 상징 대기업의 자구 노력이 우선돼야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서재희입니다.
서재희 기자 (seoj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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