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호화 욕조, 한쪽은 나무 위..자가격리도 빈부격차

온누리 기자 2020. 4. 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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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빚어진 슬프고 씁쓸한 이야기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감염병은 수면 아래에 있던 불편한 불평등의 문제도 꺼내 놓습니다. 자가격리만 해도 꽃잎을 띄운 호화 욕조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홀로 지낼 곳이 없어서 나무 위로 올라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온누리 기자입니다.

[기자]

초호화 수영장과 영화관, 암벽 등반장까지 갖춘 이른바 서바이벌 콘도, 지구 종말에 대비해 만든 이 건물은 최근 미국의 부유층 사이에서 감염병 대피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한 호텔은 객실 안에서 식사와 의료 서비스까지 받는 자가격리 패키지를 내놓았는데, 가격은 하루 500만 원이 넘습니다.

팝스타 마돈나는 꽃잎을 띄운 욕조 안에서 "코로나가 우리를 평등하게 만들었다" 말하고, 미국의 음반 제작자는 "바이러스를 피해 카리브해의 섬에 고립돼 있다. 모두 안전하길 바란다"면서 초호화 요트 사진을 올렸다가 비난을 받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피해 낭만적인 자가격리를 선택하고 있지만 하루하루를 사는 게 고단한 취약계층에겐 일상이 고통으로 채워집니다.

인도와 아프리카에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 또 먹거리를 사려는 상점도 사람들이 몰려 사회적 거리두기란 말이 사치로 들립니다.

[티렐로/남아프리카공화국 : 만약 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오늘 나는 여기서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밖에 없는 거죠.]

감염병 확산으로 일자리를 잃고 당장 내일 내야 하는 집세가 없어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피난처가 없어 나무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감염병에 걸렸어도 너무 비싼 비용 때문에 진단조차 받기 어려운 빈부의 불평등.

나중에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그 수혜는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감염병은 빈부를 가리지 않고 누구라도 걸릴 수 있지만 그에 대처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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