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에 또 맞을까 불안"..소주병 폭행 당한 50대 편의점주의 하소연

박진호 입력 2020. 4. 2. 05:01 수정 2020. 4. 2.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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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바로 검거됐지만 거주지 확실 이유로 풀려나
폭행 이후에도 편의점 찾아와 피해자 결국 뛰쳐나가
출동한 경찰의 부적절한 발언에 마음에 상처입기도


“다짜고짜 소주병으로 얼굴을 내리쳤어요. 언제 또 찾아올지 몰라 너무 불안하고 무섭습니다.” 강원 춘천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50·여)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6시 45분쯤 편의점에 들어온 60대 후반의 남성 A씨에게 소주병으로 폭행을 당했다.

A씨는 이날 편의점에 들어온 뒤 카운터에 카드를 던지고는 냉장고에서 소주 두병을 들고 카운터로 돌아왔다. 이후 손에 든 소주병을 머리 위로 들더니 순식간에 김씨의 얼굴을 내리쳤다. 그리곤 남은 소주병으로도 김씨를 내리칠 듯 한참을 위협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엔 경찰 2명이 출동했다. 경찰은 편의점 주변 폐쇄회로TV(CCTV)와 현장에 있던 카드 정보를 분석해 1시간 30분 뒤인 이날 오후 8시 15분쯤 A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붙잡았다. 이후 A씨는 거주지가 확실하다는 이유 등으로 풀려났고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 남성이 편의점에 들어와 소주를 가지고 오라고 해 카운터를 비우고 갈 수 없다고 설명했고 재차 소주를 가져오라고 요구해 다시 한번 거절했다”며 “그럼 내가 가져오지 하더니 칠까라고 말한 뒤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남성이 언제 또 올지 몰라 근무 시간 내내 불안하다”며 “가해자는 거리를 활보하고 피해자는 두려움에 더 움츠러드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무슨 일이 터져야만 해결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큰일 터져야만 해결 방안 나오나

60대 후반의 남성 A씨가 편의점에서 근무 중이던 김모(50·여)씨를 소주병으로 위협하는 모습. 편의점 CCTV영상 캡쳐
편의점에서 근무 중이던 김모(50·여)씨가 A씨가 편의점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놀라 우산을 든 모습. 편의점 CCTV영상 캡쳐


실제 A씨는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오후 7시 30분쯤 편의점에 또다시 나타났다. 다행히 당시 편의점 안에는 다른 손님이 있었고 김씨는 이 손님에게 잠시만 같이 있어 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냉장고에서 소주 한병을 들고 온 A씨는 김씨가 뒷걸음치자 만원짜리 한장을 놓고는 사라졌다. 하지만 30분 뒤인 오후 8시쯤 또다시 편의점에 왔고 김씨는 결국 편의점에서 뛰쳐나왔다.

김씨는 소주병 폭행 사건 이후 A씨가 편의점에 올 때마다 신변에 위협을 느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말이 김씨를 더 가슴 아프게 했다.

김씨가 출동한 경찰에게 “왜 자꾸 저 사람이 편의점에 오게 하느냐. 입장을 바꿔 가족이 이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는데 경찰 중 한 명이 “만일 내가 남편 입장이라면 (편의점에) 가급적 못 나오게 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매달 내야 하는 돈이 있어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춘천경찰서 측은 “해당 직원으로부터 관련 발언을 한 부분을 확인했다”며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처리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은 조만간 A씨를 불러 김씨를 폭행한 이유 등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할 방침이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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