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이어 측근.. 親조국 세력, 집요한 '윤석열 몰이'

박국희 기자 입력 2020. 4. 2. 03:06 수정 2020. 4. 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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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측근 검사장 의혹 보도
秋법무 "감찰 등 조사할 필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확보하기 위해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이 유착돼 바이오 기업 신라젠의 전(前) 대주주 이철(수감)씨를 회유했다는 MBC 보도 이후, 여권과 정부 인사들이 일제히 '검찰 때리기'에 나섰다. 해당 검사장으로 지목된 인물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조국 수사'를 주도했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이와 같은 '검찰 때리기'를 조국 사태 이후 잠잠하던 '윤석열 때리기'의 재개로 받아들였다. 총선 이후 예상되는 '정권 수사'에 대한 견제이자 '윤석열 퇴진'을 위한 사전 포석이란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일 KBS 라디오에 나와 "(MBC 보도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며 감찰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사실 여부에 대한 보고를 먼저 받아 본 뒤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 감찰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며 MBC 보도에 힘을 실어 줬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인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채널A 기자들은 조국 전 장관 가족 수사가 한창일 때 대검과 직접 소통한 흔적이 아주 역력하게, 그리고 증거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제 윤 총장이 대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자녀의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는 전날 보도가 나온 직후 "MBC의 대특종" "(채널A의) 빨대는 한 곳으로 누군지 다 아는 그놈"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부산에 본사를 둔 바이오 기업 신라젠은 2016년 말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지 1년 만에 시가총액 약 10조, 코스닥 2위 규모로 몸집을 키웠으나 항암제 임상 연구가 중단되며 지난해 주가가 급락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백억원대 주식 차익을 거뒀다는 혐의를 놓고 수사 중이다. 신라젠 상장 전(前) 대주주였던 이철씨는 유시민 이사장이 만든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 출신이다. 유 이사장은 이씨 부탁으로 2015년 신라젠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했다. 그는 신라젠과 별개의 금융 사기 사건으로 1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MBC는 지난 31일 채널A 기자가 이철씨 대리인을 인터뷰하면서 윤석열〈사진〉 총장의 최측근인 모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유 이사장 비리를 내놓으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법조계는 MBC의 보도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수감 중이던 이씨에 대한 수사를 재개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직후 이철씨의 제보에 따라 MBC가 이른바 '검·언 유착'에 대해 취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정 기관 관계자는 "이씨가 MBC를 통해 (윤 총장 측근인) 모 검사장을 걸고 들어간 것은 윤석열 총장을 흔들어 수사를 무력화하겠다는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MBC "최경환도 투자, 유시민은 결백"

1일 MBC 뉴스데스크는 총 5건의 후속 보도를 했다. MBC는 두 차례에 걸친 이철씨와의 서면 인터뷰를 인용, "이철씨가 '2014년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5억원, 그의 주변 인물이 60억원을 신라젠에 투자했다는 말을 당시 신라젠 대표에게서 들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최 전 부총리나 신라젠 측은 이 주장을 부인했다. 이철씨는 유시민 이사장에 대해선 "50만~60만원 선에서 강연료를 지급한 게 전부이고 유 이사장 등 여권 인사가 투자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MBC 측에 밝혔다고 했다. MBC는 또 "채널A 기자는 이철씨에게 보낸 4통의 편지와 이씨 측 관계자와 만나는 자리에서 무려 52번이나 유 이사장 이름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전(前) 정부 고위 인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면서 여권 인사 관련 의혹은 전면 부인하는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검찰 내부에선 "MBC 보도가 수사 방해 목적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서울남부지검이 이철씨를 상대로 과거 송금 내역을 조사한 이후 MBC는 검찰에 '이철씨를 상대로 왜 주가조작, 금융 사기와 무관한 부분을 수사했느냐' '검찰 출두를 거부한 이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으냐'는 질의를 했다고 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그렇다면 비리를 취재한 것이 아니라 수사 방식을 취재한 것인데, 이씨 측 부탁으로 수사에 영향을 끼치려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날 MBC는 채널A 기자가 이철씨 측 인사에게 모 검사장과의 대화를 담은 녹취록을 읽어 주고 녹음 파일을 들려주며 취재 협조를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한 취재 윤리 논란이 일자 채널A는 대검에 "메모와 녹음에 등장하는 인물은 현재 거론되는 검사장이 아니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옹호자들의 '윤석열 때리기'

여권 인사들은 잇따른 MBC 보도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지난달 초 MBC는 윤 총장 장모의 '잔액 증명서 위조'를 보도하면서 이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윤 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권 인사들이 "신빙성이 없다"며 옹호했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MBC 보도를 전후해 진정·고소·고발 사건이 접수돼 검·경 수사기관 3곳에서 동시에 수사가 진행됐다. 유시민 이사장도 나서 "(윤 총장이) 알고도 묵인·방조했거나 법률 자문을 제공한 경우라면 문제"라고 했고, 최강욱 후보는 "윤석열 총장 부부가 공수처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조국 전 장관의 무죄(無罪)를 주장하며 그를 필사적으로 옹호했던 사람들이다. 한 법조인은 "MBC 보도를 기폭제 삼아 '친(親)조국' 인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조국 수사'에 대한 보복에 나선 것"이라며 "이는 여당의 주요한 총선 전략으로도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총선 이후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라임자산운용 사건' 등에 대한 본격 수사를 예고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일단 윤 총장과 그 측근들을 최대한 흔들어 무력화해 놓고, 총선 이후 '윤석열 제거 작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윤 총장 공격에 나섰던 이들이 국회에 들어갈 경우 '윤석열 퇴진론'을 선도할 것이란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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