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농구 위해 우리 다시 총대 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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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대통령' 허재 전 남자농구대표팀 감독(55)과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51)가 지난달 30일 한자리에 모였다.
홍 전무는 "왜 청소년 대표 때는 잘하다가도 성인 대표가 돼서는 잘하지 못할까라는 풀리지 않는 고민 때문에 청소년 대표팀을 맡았고, 그 선수들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성공만 보장되는 선택을 하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했기에 2014년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감독직을 갑자기 수락했는데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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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형. 1998년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현대-기아) 때였던가요. 눈두덩이가 찢어지고 손도 부러졌던 형이 기가 막힌 턴 동작으로 결승 득점을 넣었던 게 제가 기억하는 인생 장면이에요.”(홍명보)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남자농구대표팀 감독(55)과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51)가 지난달 30일 한자리에 모였다. 서로를 잘 알면서도 사석에서는 처음 만났다는 두 사람은 옛 기억과 함께 대한민국의 레전드 스포츠 스타로서 각각 농구와 축구 발전을 위해 어떤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등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종목은 달라도 둘은 닮은 점이 꽤 많다. 경기 도중 뿜어내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승부욕으로 유명하다. 날카로운 시선은 상대 선수를 찔끔하게 할 정도다. 허 전 감독이 “명보는 나보다 머리가 더 영리하고 똑똑한 플레이를 잘했지”라고 하자 홍 전무는 “형은 팀을 리드하고 승부를 결정짓는 선수였지만 나는 승부를 결정짓는 사람을 막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홍 전무는 또 “나는 잘 웃지도 못했다. (수비수여서) 웃으면 안 될 때가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슬하에 아들 둘을 둔 것도 같다. 허 전 감독의 두 아들은 모두 농구 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장남 허웅(DB)은 이번 시즌 팀이 공동 1위로 마치는 데 기여했다. 허훈(KT)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힌다. 홍 전무의 두 아들은 평범한 학생이다.
“나도 처음에는 농구를 안 시키려고 했다. 아내가 시킨 건데 선수라는 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힘들다. 잘 성장해 준 아들들이 고맙다.”(허재)
가는 길은 달라도 아들을 향한 애틋한 애정은 똑같았다.
두 사람 모두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았지만 영광 못지않게 시련도 컸다. 허 전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두 아들의 대표 선발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명보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 감독을 그만둘 때 정말 힘들겠구나 생각을 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당시 홍 전무는 성적 부진에 ‘인맥 논란’이 겹쳐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홍 전무는 “왜 청소년 대표 때는 잘하다가도 성인 대표가 돼서는 잘하지 못할까라는 풀리지 않는 고민 때문에 청소년 대표팀을 맡았고, 그 선수들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성공만 보장되는 선택을 하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했기에 2014년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감독직을 갑자기 수락했는데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실패 이후 둘은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허 전 감독은 “언젠가는 농구판으로 돌아가서 농구 인기 회복, 유소년 농구 발전 등에 힘을 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행정가로 변신한 홍 전무도 “운동장이 아닌 곳에서 일하면서 ‘나(I)’만이 아닌 ‘우리(WE)’를 배우게 됐다”며 “형도 경기인 출신 행정가로 농구 발전에 기여하면 어떨까”라며 즉석에서 권유했다. 허 전 감독은 “해보지 않았던 생각인데 좋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축구와 농구를 넘나들며 밤늦도록 좀처럼 끝날 줄 몰랐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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