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톤의 씨앗 뿌려 열과 습기 '꼼꼼 체크'..2주에 1mm씩 잘라가며 1년 '지극 정성'

이정호 기자 입력 2020. 3. 30. 21:17 수정 2020. 3. 3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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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잔디 때문에 연기 쉽지 않은 윔블던…어떻게 관리하나
ㆍ늦어도 7월엔 열려야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에 장담 못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윔블던의 상징 테니스 코트. 윔블던 테니스 홈페이지 캡처

남녀 프로테니스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 개최 여부가 이르면 이번주 결정된다.

현재 영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를 보면 6월29일로 예정된 윔블던의 정상 개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5월 프랑스오픈은 9월20일로 연기됐다. 로이터통신도 최근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연기 또는 취소 중 하나를 택해 발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윔블던은 여느 대회와 비교해 연기 결정도 쉽지 않다. 잔디 때문이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윔블던 대회 상징은 잔디코트다. 잔디코트는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하다. 대회가 열리는 올잉글랜드클럽은 18개의 챔피언십 코트와 22개의 연습 코트가 잔디로 구성돼 있다. 2주의 대회 기간 선수들의 폭발적인 발놀림과 강력한 스핀이 걸린 타구를 받아내는 잔디 내구성은 거의 1년간의 보살핌 끝에 나온다.

보통은 대회 종료와 함께 다음 대회 준비에 돌입한다. 약 1t의 씨앗을 뿌린 뒤 코트마다 열과 습기까지 세밀히 관리한다. 잔디 길이를 다듬고 고운 흙을 뿌리는 과정을 통해 표면은 단단해진다. 대회가 다가오는 4월부터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돌입한다.

잔디 성장은 물론 내구성, 컬러, 뿌리 등까지 전반적인 관리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2주마다 잔디를 1㎜씩 잘라내면서 13㎜ 높이의 잔디를 8㎜까지 낮춘다. 5월부터 잔디는 대회 컨디션을 유지한다.

이같이 쉽지 않은 잔디 관리 과정 때문에 연기 개최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따른다.

일본의 한 테니스 매체는 대회 관계자의 말을 빌려 “윔블던은 잔디라는 특수 표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대회 기간 변경이 하드코트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돼 있다”고 전했다. 연기를 선택하더라도 늦어도 7월에는 대회를 열어야 하는데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하면 장담이 어렵다. 게다가 윔블던을 개최하는 올잉글랜드 테니스클럽(AELTC)은 무관중 대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1877년 시작된 윔블던 대회는 1·2차 세계대전 영향으로 1915년부터 1918년,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중단된 바 있다. 만약 대회가 취소되면 1945년 이후로 취소된 첫 테니스 메이저대회로 기록된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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