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모녀' 유학생 동선 일부 누락..강남구청 "공개 의무 없어"

김상훈 기자 입력 2020. 3. 30. 14: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귀국 후 나흘간 동선 공개 안해..母 동선은 공개돼 '혼란' 자초
동기모임 참석, 고위공직자 딸 등 낭설..구청 "수정 필요"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에서 미국과 영국 유학생 자녀와 가족 등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는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8일과 29일에 잇따라 발생, 이들이 사는 2개 동의 주민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제공했으며 해당 2개 동의 현관과 복도 등을 소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30일 오전 타워팰리스 모습. 2020.3.30/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증상 상태로 제주여행을 다녀온 강남 거주 미국 유학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학생의 입국 후부터 제주 여행 전까지 동선이 묘연해 강남구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에선 입국 직후 고교 동창 모임 참석 등 자가격리 지침을 어겼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며 유학생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에 구민들은 2차, 3차 감염을 우려하며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30일 강남구가 제공하는 확진자 이동경로 안내에 따르면, 구내 21번째 확진자 미국 유학생 A씨(19·여)는 지난 15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20일부터 24일 4박5일간 제주여행을 다녀왔다.

A씨는 20일 저녁부터 근육통, 인후통 등 증상이 나타났지만 주요 여행지 20여곳을 관광한 뒤 24일 서울에 복귀해 진단검사를 받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어머니 B씨(52·여)는 25일 진단검사를 받고 이튿날 양성을 확인했다.

최근 강남구에선 A씨를 비롯, 해외 접촉 관련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강남구에서 나온 해외 유입 확진자는 유학생 13명 등을 포함해 20명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A씨가 입국한 날인 15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의 동선이 파악되지 않고 있어 구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강남구의 확진자 이동경로 안내에 따르면, A씨의 동선은 19일부터 게재돼 있다.

반면, 어머니 B씨 동선에는 A씨가 입국한 15일부터 확진일까지의 행적이 드러나 있어 A씨가 입국 직후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했을 것이란 '일탈'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실제 강남구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A씨가 이 기간에 고교 동창 모임을 나가는 등 자가격리 지침을 미준수했다는 근거없는 소문들이 퍼지기도 했다.

A씨와 접촉한 이들 중에는 대치동 등에서 과외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어 2차, 3차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이와 함께 A씨가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전 차관의 가족이라는 낭설도 급속도로 퍼졌다. 급기야 중기부는 지난 29일 직접 입장자료를 내고 "SNS 등에서 언급된 '제주여행 다녀온 코로나19 확진 모녀'의 전 중기부 차관 가족설은 허위"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 코로나19 긴급브리핑 모습.(강남구 제공) © 뉴스1

이에 현재 강남구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에는 강남구민들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정보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소문이 확산되는 등 불안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앞서 지난 27일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A씨 모녀와 관련 "선의의 피해자"라는 옹호 발언을 해 여론은 더욱 악화된 상태다. 정 구청장이 29일 바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에 대한 여전히 구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C씨(37·여)는 "자체적으로 확진자들의 동선을 알아보고 공유하고 있지만 알아볼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구청에서 이들 모녀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 불확실성만 키우는 셈이 됐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A씨의 19일 이전 동선은 공개될 의무가 없다. 지난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각 지자체에 배포한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개 대상 기간은 증상 발생이 있기 하루 전부터 격리일까지다. A씨 역학조사 결과 20일 최초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하루 전인 19일부터 동선이 공개된 것이다.

강남구도 정부 지침에 따라 확진자 정보를 공개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어머니 B씨의 동선이 15일 경로부터 공개된 것과 관련해선 '실수'를 인정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 따라 A씨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증상 발현 전날(19일)부터의 동선을 공개한 것"이라면서도 "B씨 동선의 경우 업무량이 많아 해당 부서에서 착오가 있었다. 이에 따른 문의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어 수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ward@news1.kr

Copyright©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