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용센터 가보니.."당장은 생계 잇지만, 재취업 못할까 걱정" ['코로나19' 확산 비상]
[경향신문] ㆍ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급증
ㆍ대부분 ‘경영상 이유’로 실직
ㆍ500명 직원 중 400명 퇴사도
27일 오전 대전 서구 탄방동 대전고용복지플러스센터 3층 실업급여과. 10여개의 상담 창구마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실업급여 신청서의 실직 사유에 ‘경영상의 이유에 따른 감축’을 적는 이들이 많았다. 전날 2년 넘게 일한 음식점을 그만뒀다는 ㄱ씨(51)는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크게 줄어들자 사장이 ‘월급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직을 권고했다”면서 “당장은 실업급여를 받아 생활하겠지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직장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휴·폐업이 잇따르면서 실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각 지역 고용센터에는 생계유지를 위해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급증했고, 채용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일자리 구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이날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고용복지플러스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인천공항에서 여객기에 기내식을 공급하는 업체 직원인 ㄴ씨(64)와 그의 부인(60)이 실업급여를 함께 신청했다. ㄴ씨는 “정년퇴직 후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했지만 이달 초 돌연 계약 해지됐다”며 “평소 대한항공에 하루 7만~8만명이 먹을 수 있는 기내식이 공급됐지만 최근 4000~5000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직원 500여명 중 400여명이 일거리가 없어 권고사직을 당했다. 앞길이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의 한 횟집에서 주방장으로 10년 넘게 근무한 ㄷ씨(45)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달 말부터 실직자로 전락했다. 이날 대구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그는 “이달에는 처가와 친구에게 각각 100만원을 빌려 겨우 생계비를 맞추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변 식당들에 일자리를 물어보면 모두 ‘현재 있는 직원을 내보내고 있는 처지’라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0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7000명(33.8%) 늘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직접 반영된 이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집계 중이지만 지역별 고용센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적게는 10%부터 많게는 90%까지 늘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고용시장이 한층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고용은 경기 상황에 2~3개월 후행하므로 내달부터는 실업급여 신청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번 일자리를 잃으면 재취업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고용유지가 중요하다”며 “소규모 사업장은 고용을 유지하도록 돕는 정부 지원금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자리 위기를 막기 위해 휴업·휴직을 하는 중소기업 등 소규모 사업장에 업종을 불문하고 3개월간 한시적으로 휴업·휴직수당의 90%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권순재·박태우·박준철 기자 sj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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