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과 마지막 건배, 싱글 몰트 위스키 글렌드로낙 12년

취화선 2020. 3.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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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156·끝] 영원한 것은 없다. 이별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3년간 연재한 졸고를 끝낼 때가 됐다. 마지막 한 잔을 무슨 술로 할까 오래 고민했다. 블렌디드 위스키의 제왕으로 할까. 품귀 현상 속에 천정부지로 몸값이 오른 싱글 몰트 위스키로 할까.

다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종장의 술이라면 무릇 여러분이 곁에 오래 두고 드시기에 좋은 술이라야 마땅하다.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술 말이다. 이 술을 드시다가 가끔 이 시리즈를 기억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

셰리 오크통 숙성 싱글 몰트 위스키의 명가 글렌드로낙의 입문용 제품 글렌드로낙 12년./사진=홈페이지 캡처

그렇게 고른 오늘의 술, 싱글 몰트 위스키 글렌드로낙 12년이다. 글렌드로낙은 셰리 오크통에 숙성한 위스키의 대표 주자다. 글렌드로낙 외에 맥켈란, 글랜파클라스 등이 셰리 오크통 숙성 위스키로 유명하다. 셰리 오크통 숙성 위스키란 스페인의 디저트 와인인 '셰리 와인'을 숙성시켰던 오크통에 십 수년 묵힌 위스키를 말한다. 셰리 와인의 특성이 녹아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풍미를 낸다.

코르크를 열어 클렌드로낙 12년을 잔에 따른다. 코냑이 떠오를 정도로 진하고 화려한 과일향이 피어난다. 냄새를 즐기다가 빛깔을 확인한다. 적갈색이 감도는 금빛이다. 냄새와 어울리는 색이다.

술을 머금는다. 우유처럼 크리미하고 점도가 제법 높다. 이내 셰리의 달고 꿉꿉한 맛이 올라온다. 농염한 셰리 향 때문에 '셰리 몬스터'라고 불리는 술답다. 진한 건포도, 잘 익은 과일 맛도 난다. 삼킨 뒤 이어지는 피니시가 상당히 좋다. 셰리에 약간 매운맛이 감돌아 감칠맛을 더한다. 매운 기운이 사라지면 포도향이 오래 남는다.

라이벌이라 할 만한 맥캘란 12년보다는 날카롭다. 맥캘란 12년은 좀 더 고소하고 둥글둥글하달까. 맥캘란 12는 견과류 맛도 꽤 난다. 그게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둘 다 좋은 술이다. 다만 나는 야성적인 글렌드로낙 12년을 더 좋아한다.

글렌드로낙 12년의 알코올 도수는 43도다. 40도짜리 위스키 먹기를 힘들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43도라니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럴 땐 물을 타 마시면 된다.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지만, 적당한 물을 타는 음주법은 매우 일반적인 것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

내가 마셔보니 글렌드로낙 12년 1대 물 1은 너무 밍밍하다. 글렌드로낙 12년 2대 물 1이 좋다. 물을 타니 당연히 빛깔이 연하다. 맛과 향도 더불어 더욱더 은은하다. 알코올 기운은 딱 적당한 정도로 순하다. 충분히 맛있는 데다가 덤으로 양까지 늘어난다. 솔직히 풍미만 놓고 보면 글렌드로낙 18년이 낫다. 하지만 가격까지 고려하면 글렌드로낙 12는 셰리 오크통 숙성 위스키를 만끽할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재구매 의사 있다. 주류전문점에서 700㎖ 한 병에 약 8만원. 알코올 도수는 43도.

그간 졸고 읽어주신 것 깊이 감사드린다. 술은 즐기시되 과음하지는 마시기를, 건강 관리 잘하시어 세상에 많고 많은 좋은 술을 두루 맛보시기를 바란다. 세월이 하수상하다. 부디 모두 건강하시고 안녕하시라.

[술 칼럼니스트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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