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기료 면제" 언급에.. 요금인상 추진하던 한전 "큰일났네"

안준호 기자 2020. 3. 2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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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 한전 덮친 코로나 악재]
상반기 추진 요금인상 물건너가.. 최근 전력 판매량도 큰 폭 하락
올해로 3년연속 적자 기록할 판.. 업계 "탈원전만 안했어도.."

정부의 탈(脫)원전·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경영난에 빠진 한국전력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라는 악재 하나를 또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4대 보험료와 전기료 등 공과금 유예 또는 면제에 대해서도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전은 구체적 실행 방안 마련을 고민 중이다. 당초 한전은 4월 총선이 끝난 올 상반기에 전기료 인상을 추진하려 했지만, 전기료 인상은커녕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될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한전이 2015~2016년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던 때와 달리 지난해 1조3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기록, 전기료 감면 등 지원책을 내놓을 여력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상반기 전기료 인상 추진했던 한전

한전은 지난해 6월 여름철 주택용 전기 요금 누진제 완화 개편안을 가결하면서 배임 논란이 일자, 필수 사용량 보장 공제 제도(전력 사용량이 월 200kWh 이하인 가구에 전기료를 최고 4000원 할인해 주는 제도) 폐지 등 전기료 인상안이 담긴 개편안을 지난해 11월 말까지 마련하고 올 상반기에 정부 인가를 얻겠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한전은 전기 사용 실태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편안을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곽대훈 미래통합당 의원은 "정부가 한전과 총선 이후 전기료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이면 합의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상반기 전기료 인상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정부는 앞서 코로나 바이러스 추가경정예산 중 730억원을 활용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대구·경북 지역 소상공인의 전기 요금을 6개월(4~9월)간 50% 할인해 주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또다시 전기료 면제나 유예를 지시한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료 감면·유예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인상 얘기를 꺼내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탈원전에 적자 누적… 코로나로 전력 판매량 감소

문제는 한전이 전기료를 인상하지 못할 경우 올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한전은 2017년까지 5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탈원전이 본격화한 2018년 208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영업적자가 1조2765억원에 이르렀다. 탈원전·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에 온실가스 배출 비용까지 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5년 한전 부채는 107조3000억여 원이었으나 지난해엔 128조7081억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전력 판매량마저 줄고 있다. 지난 1월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전인데도 산업 활동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다.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세다. 산업용을 포함한 전체 전력 판매량은 지난해 1.1% 줄었다. 연간 전력 소비량이 마이너스(-)를 찍은 건 외환 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1년 만이다.

여기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산업계를 덮치며 제조업 가동률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접어든 3월 이후엔 전 세계 수요 위축으로 전력 판매량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국제 유가 폭락은 한전엔 '양날의 검'이다. 그동안 김종갑 한전 사장은 "두부(전기료)가 콩(연료비)보다 싸졌다"며 전기료 인상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로 산유국 간 증산(增産) 경쟁이 벌어져 국제 유가가 20달러대까지 하락했기 때문에 전기료 인상 요구를 꺼내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전기료 지원 여력 상실

앞서 한전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내에 확산했던 2015년 폭염을 이유로 주택용과 산업용 전기료를 한시적으로 인하했다. 당시는 한전이 11조3467억원이란 영업이익을 내는 등 재정 여력이 충분한 시기였다. 반면 지금은 탈원전 등으로 재정이 그 어느 때보다 열악한 상황이다. 한전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1월 2일 2만8500원이었던 주가는 25일1만8800원까지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만 고집하지 않았어도 한전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 전기료 감면 등 지원책으로 내놓을 '실탄'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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