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윤종훈 "김지석X유인영 '타이밍', 또 기억상실증? 뻔하지 않다"

최보란 2020. 3. 2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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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증 vs. 과잉기억증후군'

배우 윤종훈(36)이 기억을 소재로 한 한 두 작품으로 대중과 만난다. 웹드라마 '타이밍'과 MBC 새 수목극 '그 남자의 기억법'을 통해서다. '타이밍'은 기억상실증을, '그 남자의 기억법'은 과잉기억증후군을 다뤘다. 두 작품 모두 '기억'을 주요한 장치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웹드라마 '타이밍'은 그 탄생 과정이 조금 색다르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사랑을 쓸까요?, 더 로맨스'(이하 '더 로맨스')에 출연 중인 배우 김지석과 유인영이 직접 대본을 썼다. '더 로맨스'는 배우들이 작가로 변신해 로맨스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직접 시놉시스를 구성하고 대본을 집필하는 과정을 그려내는 프로그램으로, 예능 속에서 김지석과 유인영이 완성한 작품이 바로 '타이밍'인 것.

'타이밍'은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여사친 효민의 기억을 찾아 주기 위해 함께 해 온 12년을 추억하는 남사친 보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윤종훈이 우정과 사랑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을 디테일하게 풀어나갈 보석 역을 맡게 됐다. 한보름이 효민 역으로 캐스팅돼 윤종훈과 호흡한다. 남녀 주인공의 이름인 보석과 효민은, 김지석과 유인영의 본명이다.

두 배우의 실제 스토리가 투영된 작품인 만큼,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 배우가 누가될지도 관심이 쏠렸다. 연기자 입장에서도 도전이었던 이번 작품에 대해, 윤종훈은 "마음을 끄는 결정적인 한 장면이 있었다"라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처음 대본 봤을 때 단 한 신을 보고 선택했어요. 대본이 배우에게 와 닿아야 하잖아요. 꽂힌 신이 딱 있었어요. 기억을 잃은 여자와 그 기억을 찾아주려는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반전이 되는 장면이랄까요?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 얘기하기 어렵지만, 그 신이 결정적으로 마음을 움직였죠."

'기억상실증'이란,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한 소재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타이밍'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윤종훈은 연기하면서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된 매력을 느꼈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재로써 사용되지 않았고, 촬영하면서도 차별화되도록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15분씩 끊어서 보는 거보다 60분을 한 번에 몰아보면 더 감정이입이 잘 될 거 같았어요. JTBC에서 단막극처럼 통합으로 편성이 된다고 하니, 그걸로도 보시면 웹드라마로 보실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타이밍'의 주연 배우로서 윤종훈 또한 '더 로맨스'를 빼놓지 않고 챙겨봤다. 드라마의 탄생 스토리를 직접 보는 것은 배우로서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두 사람의 10여 년 우정과 사랑 사이 뭔가 알싸한 감정을 풀어내 시청자도 흥미롭게 보시는 거 같아요. 저 또한 '이들이 이런 감정을 생각했었고, 이런 얘기를 나눴었구나' 공감하면서도 보고 있고요. 게다가 대본에도 실제 두 사람이 나눈 얘기를 많이 풀었더라고요. 역할 이름도 두 분의 본명이고. 제가 연기했지만 두 사람이 느꼈던 감정이 느껴지는 거 같아요."

만약 '타이밍'이 아닌 '더 로맨스'에 출연 제안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직접 대본을 집필할 기회가 오면 펜을 들 수 있겠냐는 물음에 윤종훈은 과거 20부작으로 시나리오를 썼던 경험을 조심스레 꺼내놨다.

"만약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면, 배우니까 배우를 지망하는 어떤 인물이 겪게 되는 과정을 쓰고 싶어요. 자전적인 스토리도 있고 보거나 들은 얘기가 섞이지 않을까... 자아를 잃을 정도의 수치나 수모부터, 그들끼리의 기 싸움 같은 것들요. 연극영화과마다 기 싸움이 있거든요. 특히 단편 영화제 같은데 참가하면 보통 학교 작품이 많이 나오는데, 뒤풀이에 가면 서로 학교를 물어보기도 하고, 지망생들 사이에서도 인지도라든지 그런 것을 두고 신경전이 있어요. 사실 한 10년 전인가? 20대 시절에 그런 이야기를 20부짜리로 써 본 적이 있어요. 하하."

그러면서 윤종훈은 "글을 쓴다는 건 어려운 작업인 거 같아요. 완벽한 창작이잖아요. 어떤 배우들은 작품을 하면서 더 좋은 연기를 위해 작가님 감독님과 조금씩 바꿔나가기도 하는데, 저는 일단 대본 그대로 하는 걸 선호해요. 엄청난 고뇌의 산물이라 여겨지고, 그걸 제가 더 잘 써낼 자신이 없어서요"라며 "물론 쓰라면 쓰겠지만, 조금 부끄러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배우가 쓴 대본인데다, 주인공 캐릭터가 현실 인물을 반영했기에 연기적으로 접근하기가 훨씬 용이했다. 하지만 그만큼 실존하는 인물에 나의 연기가 잠식당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성도 있었다.

"김지석 형이 썼다는 것을 알고 연기하는 게 많은 참고가 되죠. 지석 형이 연기하시는 보석의 모습도 상상이 되고요. 다만 지석 형에게 캐릭터에 대해 상의를 하거나, 역할에 대해 일부러 물어보진 않았어요. 배우만의 해석과 느낌을 담아서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김지석에게 유인영이 있었다면, 윤종훈에게는 한보름이 있었다. 이전에 없던 시도에 동참해 준 동료 배우는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한보름 씨랑 같이 교복 입고 촬영했던 게 기억나요. 저나 보름 씨나 교복 입을 나이는 한참 지나서 무척 쑥스러워하면서 찍었죠. 근데 한보름 씨는 교복이 되게 잘 어울리더라고요. 하하. 사실 처음엔 좀 어렵게 느꼈어요. 제가 좀 낯가림도 있고요. 근데 같이 촬영하다 보니 정말 열심히 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연기나 작품을 대하는 보름 씨가 태도가 이상적이었어요. 그런 면에 감동했고, 저도 같이 열심히 하게 됐고, 촬영하면서 즐거웠어요. 헤어질 때 '다음에 또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 이런 얘기를 나눴죠."

김지석과 유인영은 '타이밍'이라는 작품을 통해 사랑은 타이밍이란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했다. 많은 로맨스 드라마의 결론은 "사랑은 타이밍" 혹은 "운명은 결국 만난다"로 나뉘곤 한다.

윤종훈은 "제 생각엔 반반인 거 같아요.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개척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시도를 해야 하고, 그게 타이밍을 만드는 거 아닐까요? 시도했는데 그게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나면 타이밍이 맞은 것이 되고, 그땐 타이밍이 안 맞았지만 조금 지나서 맞으면 그게 운명처럼 여겨지기도 하고요. 결국 시도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라며, '타이밍'도 '운명'도 아닌, '용기가 사랑을 만든다' 쪽에 표를 던졌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촬영 = YTN Star 김태욱 PD (twk557@ytnplus.co.kr), 제공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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