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1층부터 명품 대신 식품 깔고 '벌크 진열'..신세계의 '혁신 DNA'
◆ 창간 54 다시 뛰는 기업 ◆
최근 신세계백화점은 업계 처음으로 백화점 1층에 식품관을 선보였다. 개점 10년 만에 리뉴얼 중인 영등포점은 1층과 지하 1층, 총 2개 층으로 구성한 1400평 규모 식품전문관을 지난 1월 오픈했다. 백화점 첫인상을 결정하는 1층에 식품관을 꾸미는 것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백화점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1층은 화려한 명품이나 화장품을 배치해 고객의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이처럼 과감한 혁신을 택한 이유는 생활전문관이라는 영등포점 리빙관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영등포점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생활 장르와 식품 장르를 함께 구매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이었다. 이를 감안해 점포 내 매출 시너지 효과와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고려해 기존의 틀을 깨는 매장 구성을 한 것이다.
고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기존 식품매장의 패킹 상품 진열이 아닌 알록달록한 과일·채소를 그대로 쌓아두는 일명 '벌크 진열'을 통해 소비자들 오감을 자극했다.
리뉴얼한 식품관에는 '베이커리 구독 경제'도 처음으로 선보였다. 업계 최초로 영등포점 메나쥬리 매장에서 시작한 빵 월 정액 모델은 한 달 5만원에 하루에 빵 1개를 가져가는 서비스이다. 30일 동안 매일 가져갈 경우 정가의 3분의 1 가격에 사는 셈이다. 베이커리 구독 서비스는 집객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고객 입장에서는 새로운 빵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고 백화점은 매일 새로운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 이득이다.
지난해 10월 오픈한 신세계 영등포점은 건물 한 동 전체를 생활전문관으로 만드는 실험을 했다. 국내 소비자의 생활 수준이 점점 높아지면서 리빙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실제 선진국의 경우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에 진입한 시점부터 소비자들이 인테리어 등 라이프스타일과 관련 상품에 관심이 늘었다. 세계 유수의 백화점이 대거 자리한 프랑스의 경우 '봉마르셰' '라파예트' '프랭탕' 등 별도 생활전문관을 운영하며 고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영등포점 리빙관(생활전문관)은 1층 식품관을 제외한 지상 2~6층의 총 5개층을 생활장르 매장으로 꾸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전체 약 1500평 규모로 한국의 대표 주거 형태인 '아파트'를 접목해 층을 구성한 것도 특징이다. 2층에는 키친&다이닝룸(부엌), 3층은 스마트홈(프리미엄 가전), 4층 베드&바스룸(침실·욕실), 5~6층 리빙룸(거실·가구)의 4개 구역으로 크게 나눠 각 구역에 맞는 상품을 한곳에 모았다.
신세계의 혁신 DNA는 2016년 대구신세계 신규 오픈 때에도 빛을 발했다. 국내 모든 백화점이 오랫동안 고수하던 '명품 브랜드는 1층'이라는 공식을 과감하게 깨버린 것이다. 5층에 자리한 대구신세계의 명품 매장은 5000평이라는 업계 최대 규모 면적을 자랑한다. 대구는 버스터미널과 연결된 1~4층과 달리 5층부터 한 층에 소형 백화점 전체 매장면적에 버금가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신세계는 4년 전 대구 신세계 오픈과 함께 백화점 업계 최초로 뷰티 편집숍 '시코르'를 열면서 K뷰티 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시코르는 소유보단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코덕(코스메틱 덕후)들 취향에 적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셀프바'에 2030세대는 열광했다. 럭셔리 제품부터 인기 K뷰티 브랜드까지 화려한 조명과 거울 앞에서 마음껏 발라볼 수 있는 '언택트 마케팅'이 통한 것이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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