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X·원숭이' 中·日에 적개심.. 미국인 범죄는 피해자 비난 [한국형 외국인 혐오 보고서]

#2. 한 달가량 앞선 1월17일. 유사한 성추행 기사에 대한 네티즌 반응은 사뭇 달랐다. 술에 취한 20대 남성 C씨가 여성을 성추행하고 달아났다가 뒤늦게 경찰에 붙잡혔다는 기사였다. 기사 댓글에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 여성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김치녀”, “여자가 꽃뱀이네” 등 여성 혐오 표현도 쏟아졌다. “미국인이라니까 여자가 먼저 꼬리 친 것 아니냐”는 댓글에 ‘좋아요’가 이어졌다.

22일 세계일보가 빅데이터 분석업체 ‘올빅뎃’에 의뢰해 최근 5년간 외국인의 주요 범죄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2만6980건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동포(조선족)에 대한 혐오가 두드러졌다.
2016년 1월1일부터 2020년 2월20일까지 게재된 조선족 관련 범죄 기사의 평균 ‘부정어’ 건수는 167.4건에 달했다. 조선족 범죄 기사 한 건에 달린 댓글에 167개 이상의 부정적인 단어가 포함됐다는 뜻이다.
◆중국인·일본에 집중된 혐오

일본인 관련 기사에 대한 댓글도 혐오 일색이었다. 일본인 범죄 기사에는 ‘원숭이’, ‘쪽XX’, ‘왜놈’ 등 특정 단어가 높은 빈도로 사용됐다. “쪽XX XX가 미쳤네”, “역시 원숭이들이 사는 나라답다”, “야동 선진국, 몰카 천국답다. 다 사형시켜라” 등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반면, 미국인 관련 기사에는 댓글의 성향이 다르게 나타났다. 국가, 인종에 대한 전체적인 혐오보다 개인행동에 대한 비난이 많았다. 특히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의 기사에는 “갓양남이 그럴 리가 있나? 92년생 돼지영의 망상이겠지”처럼 오히려 피해자인 여성을 혐오하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나라 거주 비율이 높은 베트남·태국·우즈베키스탄인 관련 댓글에서는 혐오와 비하가 뒤섞여 나타났다. “나라 수준이 그 모양이니 뻔하다”, “우리나라에서 저런 벌레들 좀 치워라” 등의 글이 이어졌다.
댓글에 담긴 감정을 계량화하기 위해 2만6980건 전체를 ‘KOSAC’ 감성어 사전을 통해 분석한 결과도 차이를 보였다. KOSAC은 서울대학교에서 만든 한국어 감성 분석 체계다. 분석에 따르면 미국인 범죄 기사에 달린 댓글은 전체 어휘의 41%가 부정어인 반면, 조선족과 일본인 관련 기사는 부정어 비율이 각각 47, 48%에 달했다. ‘나라’, ‘국가’, ‘사람’ 등과 같은 가치 중립적 단어를 배제할 경우 이 같은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댓글 속 연관어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연관어란 한 문장에서 특정 단어와 함께 자주 쓰인 단어를 말한다. 예를 들어 댓글에 ‘조선족’이라는 단어와 함께 가장 자주 쓰인 단어를 연결하는 형태다.

조선족과 중국인, 일본인의 연관어는 부정의 강도가 강하게 나타났다. 조선족의 경우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난 연관어는 ‘추방’이었다. “조선족은 모두 추방해야 한다” 식의 댓글이 가장 많았다는 의미다. 이어 중국인, 한국인, 한족, 짱X, 판사, 집행유예, 쓰레기, 문제, 인간, 새X 등이 짝을 이뤘다. 판사의 경우 조선족에 대한 법원 판결에 불만을 토로하며, 조선족과 판사를 모두 혐오하는 내용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중국인의 연관어도 조선족과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최다 빈출 연관어는 한국인이었으며 이어 추방, 조선족, 제주도, 폭행, 범죄, 외국인, 금지, 국민, 비자 등으로 높았다. 일본인과 관련된 단어로는 혐한, 처벌, 조심, 협박, 쓰레기, 개돼지, 죽창, 잘못, 주변 등이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댓글에서 나타난 이중적 형태는 국가, 인종, 피부색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출신 국가의 경제, 문화, 정치적 발전 수준 등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거리감’이 달라진다고 본다.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논문 ‘다문화 범죄 보도에서 기사 구성 방식과 출신국에 대한 태도가 댓글이 미치는 영향’에서 이 같은 거리감이 혐오의 강도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외국인 개개인을 지칭하지 않고 그들의 출신국과 종교에 대한 비난성 댓글이 늘었다”며 “특히 복지, 직업 등 희소한 자원을 놓고 경쟁이 벌어진다는 박탈감을 갖게 될 경우, 소수 집단의 존재를 위협으로 인식해 이들에 대한 배타적 태도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어떻게 분석했나... 최근 5년 포털 범죄기사 분석 댓글 약 2만7000건 전수조사
최근 5년간(2016년 1월1일~ 2020년 2월1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 게재된 외국인 관련 뉴스 가운데 국내 거주 외국인 비율을 고려해 분석 대상을 설정했다.
거주 비율이 높은 △중국인 △일본인 △태국·베트남·우즈베키스탄인과 함께,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해 △조선족 △미국인 △주한미군 등 총 6개 집단을 검색 키워드로 선정했다. 기사 유형은 분석의 객관성을 고려해 범죄 기사로 한정했다. 지난해 기준 외국인 범죄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인 △폭력·폭행 △절도 △성폭행 사건을 국적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총 기사 532건(댓글이 없는 기사 제외)에 달린 댓글 2만6980건을 전수조사해 워드 클라우드·감성어·연관어 분석 등을 실시했다.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배민영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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