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속 타는데.. 밀레니얼은 왜 사회적 거리두기 외면할까
강릉서 확진자 나오기 직전 굳이 여행간다는 딸
전문가 "2030세대는 국가적 목표에 익숙지 않아"
"'나는 아닐 거야'라며 한창 건강 과신하는 시기"
질본 "건강해서 '조용한 증폭 집단' 가능성 우려"
"방역 전 세대 참여 위해 사회심리적 접근 필요"
![[서울=뉴시스] 28일 오전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지난 주말 서울의 한 클럽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다. 2020.02.28.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003/19/newsis/20200319070200686qjvh.jpg)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대구 달서구에 사는 한모(49)씨는 최근 아들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2월 말 아들(26)이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며 밖에 나가 밤늦게까지 들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씨는 30분마다 아들에게 전화를 하고, '조심성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 '회사 사람들이랑 가족이 너 때문에 피해 볼 수 있는 건 생각 안하냐' 등의 문자를 수차례 보냈다. 아들은 그날 자정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방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달 넘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20~30대 밀레니얼 세대는 당국 권고에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8일 기준 서울 동대문구 세븐PC방 방문자 중 10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들 중 7명은 20대였고, 1명은 10대였다. 그 외 2명은 50대였다. 지난달 28일에는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커뮤니티에 사람이 가득 찬 서울 강남의 한 클럽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진 속 클럽 내부 전광판에는 '코로나 따위 개나 줘라' 등의 문구가 나오고 있었다.
◇말려도 나가 노는 밀레니얼 세대에 부모 속은 타들어간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40대 주부 A씨는 올해 대학교 1학년인 딸이 일주일에 한 번씩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걱정이 많다. A씨는 "수업도 없고 (집에서도) 할 게 없으니 (딸에게) 나가지 말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며 "나갈 때마다 잔뜩 긴장된다"고 말했다.
심심해 하는 딸을 일대일로 가르치는 음악학원에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선생님이) 확진자의 접촉자일 수 있어 학원에 오지 말라'는 문자를 받았다. A씨는 "음악 선생님이 투잡을 뛰었는데, 원래 다니던 직장 동료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더라"며 "안심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에서 마사지샵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B씨는 최근 20대 중반인 딸과 크게 다퉜다. 딸이 난데없이 강릉 여행을 가겠다고 하면서다. B씨는 "그때가 강릉에 놀러갔던 20대 줌바댄스 강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이었다"며 "딸을 말리다 대판 싸웠다"고 말했다. 딸은 '놀러가는 게 뭐가 어때서 난리냐'며 대들다 결국 강릉 여행을 강행했다. B씨는 "화가 너무 나서 언제 오는지 묻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국가적 방역', 집단적 목표에 익숙지 않은 청년들
전문가들은 20~30대 밀레니얼 세대는 혈기 왕성한 데다 자유분방해 '국가 방역의 문제'라며 위에서 '탑-다운(top down )' 형태로 내려오는 권고에 잘 따르지 않는다고 말한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19일 "국가주의에 영향을 많이 받은 50~60대는 통제 형태의 국가적인 목표가 있으면 거기에 잘 따르는 성향이 무의식적으로 형성돼 있다"며 "반면 20~30대 청년들은 자기만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사고를 중시하며 (통제에) 잘 순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성향과 액티브한(활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결합해 청년층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개인주의가 발달하면서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1990년대 후반부터 성장한 세대에서는 개인주의가 굉장히 발달해 있고, 개별적이고 단독으로 성장했다"며 "그런 개별화된 경험이 공동체 의식을 다소 떨어뜨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처럼 공동체를 위해 사회적 책무가 강조될 때 소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는 병에 걸리지 않을 거야'라며 건강에 대해 과신하는 성향으로 인해 사회적인 거리 두기를 등한시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튼튼하고, 면역력도 좋은 상태"라며 "발달심리학적으로 이 시기에는 질병 문제에 대해 '나는 안 걸릴 거야'라며 부정하는 심리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질병을 앓아본 경험이나 주변에서 아픈 사람을 보는 경험이 적은 것도 이런 성향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청년, '조용한 전파집단'으로 작용해 문제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건강한 청년층의 경우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나갈 수 있지만, 지역사회에 감염병을 전파시키는 '조용한 증폭집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15일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은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소아·청소년은 발병률 자체는 낮고 중증 진행률도 낮다"며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려도) 사회적 활동이 일어날 수 있어 전파를 증폭시키는 집단으로 작용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루엔자를 보면, 서로 긴밀히 접촉하는 사회집단이 아동·청소년인데, 이들에서 일어나 가정으로 전파되고, 가정에서 직장 일하는 부모를 통해 사회로 전파된다"며 "(이게) 통상적인 유행전파 양상이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층은 아동·청소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걸려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1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8413명 중 20~30대 젊은층은 3215명에 달하는데, 사망자는 30대에서 한명 나왔다. 50대 이상인 3502명의 확진자 중 사망자가 82명에 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망한 30대도 평소 간 질환과 신부전을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밀레니얼 세대에겐 "권고 대신 권유"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해외에서도 유입되는 현 상황에서 청년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소홀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성향을 고려해 '권고'가 아닌 '권유'의 형태로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며 방역 정책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인진 교수는 "젋은 세대에게 '국가에 의해 이것이 옮음으로 이렇게 하라'는 방식의 당위론적이고 규범적인 메시지 전달은 효과적이지 않다"며 "'왜 해야 하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내러티브 방식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인이 아닌 타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명호 교수는 "정말 잘 아는 가족이나 친구한테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며 "중국이나 이탈리아 등에서는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데 이런 것들이 청년층에게는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젊은 층이 사람이 많이 몰리는 클럽 등에 가다 확산 가능성을 높이고, 결국 전 사회적 확산까지 일으킬 수 있다"며 "이들에 맞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써 사회적 거리 두기가 효과적으로 실천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감염병을 차단하기 위해 물리적 시설이나 인력, 치료법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심리적 접근도 중요하다"며 "어떻게 전 세대가 문제에 동참하고 같이 참여해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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