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80세 이상은 치료 포기?..선택의 기로 선 의료진

양소리 입력 2020. 3. 16. 14:36 수정 2020. 3. 16. 18: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료 체계 과부하..치료 '우선순위' 만들어
의료진 "전쟁터에서나 적용하던 방식"
[브레시아=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의 한 병원이 급증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급하게 간이 침대와 모포를 깐 병상을 만든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인 이탈리아 북부의 의료 체계는 이미 과부하 상태다. 지금 이탈리아는 '누구를 살릴 것인가'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2020.3.16.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이탈리아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 1월 30일이다. 그로부터 약 7주가 흐른, 15일 오후 6시(현지시간)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2만4747명, 누적 사망자는 1809명에 이른다. 코로나19 확산이 집중된 이탈리아 북부의 의료 체계는 이미 과부하 상태다.

지금 이탈리아는 '누구를 살릴 것인가'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가장 먼저 위기를 직면한 곳은 북부 피에몬테 주(州)의 토리노다. 최근 텔레그래프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피에몬테 주 시민호보국은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한 위기 관리 프로토콜을 작성해 최악의 순간에 먼저 치료를 받아야 할, 즉 생명의 우선 순위를 결정했다.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의료 물품은 물론 병실과 의료진 등이 한계에 도달하면서다.

해당 문건에는 "비상사태 시 집중치료의 대상은 80세 미만이거나 찰슨 동반질환지수(Charlson Comorbidity Index)가 5점 이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찰슨동반질환지수란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 등의 합병증의 중증도를 나타낸 것으로 최저 0점부터 최고 6점까지로 분류된다. 소생술 역시 환자의 회복 능력을 고려해 시도할 것을 명시했다.

문건은 "모든 환자에 집중적인 치료를 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면, 이용 가능한 제한된 자원을 사용할 치료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경우엔 비용에 따른 효율을 계산해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의사는 "누가 살고, 누가 죽느냐를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 결정하라는 지시다"면서 "이건 전쟁터에서나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피에몬테 주의 문건은 이미 완성된 상태다. 의회의 과학기술위원회의 승인만 떨어지면 곧장 지역의 병원으로 보내져 현장에서 적용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 방안을 이탈리아 전역에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정부가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해 유럽지역 전역의 내·외국인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368명의 사망자가 늘어 총 사망자 수가 1809명으로 증가했고, 스페인에서도 사망자 수가 292명으로 급증했다. 프랑스에서도 현재까지 127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이탈리아의 집중 치료 병상은 총 5090개다. 그러나 사망자와 완치자를 뺀 실질 확진자 수가 2만603명, 이 중 1672명이 중증 환자인 이탈리아에서 5000여개의 집중 치료 병상은 턱 없이 부족하다. 이미 북부에서는 개인 병원과 요양원, 텐트까지 동원해 환자를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롬바르디아 주에 있는 베르가모에서는 벌써 의료 시설이 부족해 목숨을 잃은 이들이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2일 보도했다.

기오르고 고리 베르가모 시장은 "엄청난 숫자의 환자가 발생하며 의료 자원이 부족해졌다. 의사가 노령 환자의 기도 삽관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죽음을 방치했다는 뜻이다. 베르가모 시장은 "중환자실이 더 많았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피에몬테의 코로나19 기술과학위원장은 "피에몬테에서는 이번 문건에 따른 기준 적용을 최대한 늦출 생각이다. 아직 집중 치료 병상이 남아 있으며 더 많은 병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누가 살고, 누가 죽는지 결정해야 할 시점에는 최대한 늦게 도달하고 싶다. 이는 중환자실에 대한 접근과 관련된 문건이다. 중증 환자가 아닌 사람들은 가능한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은 종종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선택의 체계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문건 작성의 이유를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이탈리아 북부는 비교적 의료 체계가 잘 갖춰진 지역이라는 것이다. 경제·금융 중심도시인 밀라노를 비롯해 유명 관광지인 베네치아, 모데나, 피아첸차 지역이 있는 북부는 이탈리아에서도 부유한 지역으로 가장 정교한 의료 시스템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탈리아 공공의료진 대표인 카를로 팔레르모 박사는 "북부의 의료체계가 이번 코로나19의 타격을 견딜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난한 남부가 이를 이겨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밀라노=AP/뉴시스]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거리에서 한 여성이 전광판에 나오는 "다 잘 될 거야"(Andra tutto bene)라고 쓰인 무지개 그림을 바라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을 줄이기 위해 전국을 봉쇄한 가운데 어린이들이 그린 무지개 그림이 소셜 미디어뿐만 아니라 주요 도시의 발코니나 창문, 전광판 등에 등장해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2020.03.15.

이같은 상황은 이탈리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발병 단계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약 10여일 앞서 있을 뿐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국민 7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향후 12개월 동안 인구의 최대 8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건당국의 기밀 보고서가 일간 가디언을 통해 폭로되기도 했다.

만약 이같은 순간이 닥친다면 이들 정부 역시 누가 죽고, 사느냐를 가름할 기준을 세워야 할 수도 있다.

한편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유럽에서 돌아온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 확인되며 역감염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16일 0시부터 유럽 전역의 내·외국인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