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닫힌 콜롬비아 국경, 베네수엘라 난민들 어쩌나

김향미 기자 2020. 3. 1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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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1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노르테데산탄데르주 쿠쿠타 인근 라파라다의 다리 부근에서 불법으로 국경을 넘고 있다. 쿠쿠타|AP연합뉴스

코로나19는 취약계층을 더 궁지로 내몰고 있다. ‘베네수엘라 이주민’들도 그 중 하나다. 베네수엘라인 세사르 카스티요(26)는 3개월 전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했다. 그는 8개월된 아기와 함께 보고타 거리를 떠돌며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타향살이로 살아가기엔 퍽퍽하지만 이곳이 조국보단 조금 더 희망적이다. 2년 전 고향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를 다친 그는 병원을 찾아갔지만 항생제조차 구할 수 없었고, 결국 다리를 잃었다. 카스티요는 알자지라에 “베네수엘라에 코로나19가 발병하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라며 “그곳에 ‘의료’는 없고, 사람들은 말 그대로 그냥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14일(현지시간) 아시아와 유럽에서 머문 이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한편 베네수엘라와의 육로 국경을 폐쇄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0명을 넘어서면서 방역 조치를 강화한 것이다. 다만 국경 폐쇄가 불법 이민으로 이어지면, 코로나19 대응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의료 시스템이 붕괴한 베네수엘라에선 ‘콜롬비아행’만이 살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불법 이민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수많은 베네수엘라인들이 콜롬비아 국경을 넘으려 시도했다. 지난 13일 첫 확진자 2명이 나온 베네수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14일 현재 10명으로 늘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14일(현지시간)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 비닐봉지로 얼굴을 감싼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카라카스|로이터연합뉴스

유엔에 따르면 2015년부터 일자리와 의료 서비스를 찾아 베네수엘라를 떠난 ‘탈출 인구’ 약 450만명 중 170만명이 콜롬비아에 머물고 있다. 이민자 신분인 이들은 콜롬비아에 코로나19가 퍼지면, 의료 서비스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한다.

콜롬비아 쿠쿠타 지역의 전염병 전문가인 아틸리오 리베라 바스케스 박사는 “콜롬비아도 코로나19에 막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베네수엘라 이민자와 같이 사회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취약할 것”이라고 했다. 손 소독제와 비누, 음식을 구입할 만한 여력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 “자가격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 난민기구의 요제프 메르크스는 “콜롬비아 내 베네수엘라 난민들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콜롬비아 보건부와 긴밀히 접촉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들에서도 코로나19는 확산세다. 브라질 151명, 아르헨티나 45명, 파나마 43명, 에콰도르 28명 등이다. 에콰도르는 15일부터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고, 과테말라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오는 이들의 입국을 추가로 막기로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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