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3일 "진짜 얄미웠던" 강호동, 최연소 천하장사 등극 [오래 전 '이날']

김지환 기자 2020. 3. 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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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3월13일 “진짜 얄미웠던” 강호동, 최연소 천하장사 등극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포츠 레전드’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JTBC 스포츠 예능 ‘뭉쳐야 산다’에는 ‘월드컵 4강 신화’ 안정환 감독을 비롯해 ‘도마의 신’ 여홍철,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농구 대통령’ 허재, ‘천하장사’ 이만기, ‘양신’ 양준혁, ‘마린보이’ 박태환 등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에 올랐던 레전드들이 축구라는 낯선 종목에선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들보다 훨씬 일찍 예능에 진출한 스포츠 스타가 있었는데요, 바로 강호동입니다. 개그맨 이경규의 권유로 방송인에 도전한 강호동은 1994년 MBC 코미디 프로그램 ‘오늘은 좋은날’의 코너 중 ‘소나기’에서 “행님아! 예쁘게 봐주이소”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방송가에 안착했습니다.

유재석, 신동엽 등과 함께 손꼽히는 예능 MC인 강호동은 아시다시피 모래판의 황제였습니다. 30년 전 오늘 경향신문 스포츠면엔 ‘모래판 황제도 세대교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JTBC 예능 ‘아는 형님’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10일 ‘모래판의 황제’ 이만기를 메어꽂고 백두장사 타이틀을 차지, 호동왕자가 됐던 강호동은 12일 성남체육관에서 끝난 제18회 천하장사 결정전 준결승과 결승에서 이만기와 유영대를 2-0과 3-0으로 각각 꺾고 프로씨름 입문 1년 만에 최연소 천하장사에 등극하며 황제로 격상했다.”

강호동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만기 형님과 경기를 할 때 부담이 없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백두장사 타이틀을 차지한 뒤 부담이 생기더라”며 “그동안 훈련이 너무 힘들어 김학용 감독이 원망스러웠으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며 능청을 떨었습니다.

경기 때 괴성을 지르는 버릇에 대해선 “상대의 기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고 나의 기가 꺾이지 않게 하기 위한 파이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 처음 열린 이 대회에선 프로씨름 1세대들의 퇴조 기미가 뚜렷해졌습니다. 금강·한라·백두·천하장사 등 4개 타이틀 가운데 단 한 개도 1세대들의 몫이 되지 못했으며 각 체급을 통틀어 16강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신예들로 랭크됐다고 합니다.

당시 이만기는 강호동에게 패한 뒤 강호동이 청하는 악수도 뿌리치고 모래판을 내려왔다고 합니다. “자존심이 몹시 상한 이만기는 새까만 후배인 강호동이 선배의 귀뺨을 때리려는가 하면(첫 판에서 강호동이 달려들 때를 가리킴) 고의적으로 턱을 자신의 귀 밑에 대고 누르고 둘째 판에서 샅바 신경전을 펼 때 ‘잡아, 빨리 잡아’라고 반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둘째 판에선 샅바를 잡던 중 강호동이 돌연 이만기의 샅바를 놓고 일어나 고함을 쳤는데요, “나에게 이xx, 저xx 한다”고 소리친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강호동이 속한 일양약품 측이 심판부에 진의를 파악토록 요청해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고 합니다.

이만기는 2018년 9월 JTBC 예능 ‘아는 형님’에 출연해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짜 얄미웠다. 퍼포먼스 하는 건 좋은데, 사람 앞에 두고 ‘아악!’ 하는 거다. 앞에서 보면 정말 환장한다. 사실 그때 은퇴를 준비 중이었다. 내가 전성기에 은퇴하면 씨름의 맥이 끊길까 싶어 날 이기는 후배가 나타나면 자연스럽게 물려주고자 했다. 그런데 호동이가 앞에서 막 약을 올리는 거다. 얼마나 화가 나던지.”

이만기의 이야기를 들은 강호동은 “하늘 같은 대선배님이다. 기가 죽기 싫어서, 마음의 영웅이라서, 겁이 나서 화이팅으로 감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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