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띄운 편지] <3> "퇴원하며 죄스러워하는 모습 안타까워.. 지금은 따뜻한 마음 모을 때"

김재현 입력 2020. 3. 9.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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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19일 오후 대구시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에 긴급 이송된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 첫 확진자가 나오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17일부터 경북대병원에선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북 구미의 폐렴 환자가 신종 코로나로 의심된다는 귀띔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환자는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와 치료를 받고 검체검사를 한 결과 음성판정이 나왔다.

잠시 한숨을 돌리려던 찰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대구에서 31번째 확진자를 시작으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이 와중에 청도대남병원에서 이송된 한 환자의 보호자는 그 병원에도 신종 코로나 환자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곧장 이 환자에 노출됐던 의료진 50여명이 격리됐다. 접촉한 환자들의 병실도 모두 비웠다. 확진자도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병동 6개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3주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마치 먼 옛날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신종 코로나 환자를 돌보기 위해선 기존 인력의 3배 정도가 필요하다. 전쟁터에 방어망을 겹겹이 치듯 현장에서도 확산 방지를 위해 3차 방어벽까지 쳤다. 다인실을 1인실로 개조하고, 환자는 환자대로, 접촉 의료진까지 격리 조치됐다.

2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보호구 착의실에서 의료진이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간호사들은 3교대로 일하고 있지만 노동강도가 강해져 다른 과에서 근무하다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생활 패턴이 송두리째 바뀌다 보니 힘든 게 당연하다. 의사들은 오전 8시 이전에 출근해 밤 10시 넘어 퇴근하는 삶을 반복 중이다. 퇴근을 해도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시 눈만 붙이고 나가기 일쑤다.

현재 경북대병원 중환자실 음압병상은 12개, 일반 음압병상은 23개까지 늘어났다. 병상이 확보되면서 처음보다 환자 치료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의사들이 최일선 선봉에 서 있다. 타과 의사들도 지원되고 있다. 중환자 29명을 돌보고 있고, ‘PAPR’이라고 부르는 우주복 같은 방역장비를 착용하고 투입된다.

최근 대구의료원이나 계명대 동산병원 등 타 병원들이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환자들을 경북대병원으로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 폐질환을 가진 환자들이다. 병원에서 20년 이상 치료를 받던 한 환자는 최근 신종 코로나 감염 후 기저질환과 결부돼 하루 이틀 만에 상태가 급속히 나빠져 돌아가시기도 했다. 고령이나 만성 폐질환, 투석 환자,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는 악화 속도가 더 빠르다. 젊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젊은 사람이 검사를 미루다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일부 환자는 죄책감이나 미안한 감정도 갖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 차원이라며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다독이지만 그들의 마음을 모두 어루만지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안타깝다.

다행히 상태가 좋아져 퇴원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다 호전된 사람도 있다. 다만 퇴원자들은 조용히 떠나길 원하고 있다. 의료진에 “고맙다”는 인사는 누구 하나 잊지 않지만 과도한 사회적 관심은 부담스럽다.

28일 오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밤샘 근무를 마친 의료진이 서로를 격려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에 있으면 시민들이 느끼는 걱정과 두려움, 공포가 의료진에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울먹이는 사람도 있다. 초기에 비해 상황은 안정돼 가지만 그렇다고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들도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감염 위험에 노출된 고위험군이기도 하다. 병원에는 무증상자도 많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른다.

의료진의 자기 보호는 매뉴얼을 얼마나 준수하는가에 달려 있다. 의학적 근거에 기준한 마스크나 방호복, 각종 장구를 제대로 착용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탈진 상태에 놓인 의료진이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매뉴얼이나 수칙을 이행하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현장에선 의료장비와 물자가 가장 필요하다. 보호물자는 밖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의료진이 열심히 일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장비를 지원하지 않은 채 책임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는 특정 종교를 중심으로 확산한 측면이 있다. 대구가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을 수 있다. 지난달 18일 이전까지 대구에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도 방심했을 수 있다.

일상생활에도 많은 병이 있다. 신종 코로나는 중독성이 강하다기보다는 강도는 세지 않지만 물밑에서 퍼져 나가며 잠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 생활수칙을 준수하면 이번 파도 또한 충분히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대구에 국민들의 따뜻한 정성이 모이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마스크, 간식, 성금 등 분에 넘치는 사랑이 사회를 훈훈하게 달구고 있다. 따뜻한 힘과 마음이 모인다면, 신종 코로나도 헤쳐 나갈 것으로 믿는다.

김용림 경북대병원 코로나19 대응본부장ㆍ진료처장

김용림 경북대병원 코로나19 대응본부장. 경북대병원 제공

1960년 대구 출생

경북대학교병원 진료처장

대한이식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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