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논란에 얼룩진 佛 세자르 영화제

강영운 2020. 3. 4. 15: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범죄 전력있는 폴란스키 감독
감독상 수상에 비난 쏟아져
여성계 "부끄러운 줄 알라" 비판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살 플레엘 극장에서 열린 제45회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여성운동가들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을 비판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로이터 = 연합뉴스]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가 성폭행 의혹에 쌓인 로만 폴란스키에게 감독상을 안기며 '성(性)인지 감수성' 부족을 드려냈다.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는 프랑스 영화와 영화인을 격려하기 위한 시상식이다. 걸출한 작품을 배출하며 프랑스의 오스카로 통하기도 한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성폭행 전력에도 영화 `장교와 스파이`로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영화제가 추문으로 얼룩진 건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살 플레엘 극장에서 열린 제45회 세자르상 시상식에서다. 영화 '장교와 스파이'를 연출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자 현장에서는 야유와 함께 비난이 쏟아졌다. 로만 폴란스키가 수 차례 성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아델 에넬은 "부끄러운줄 알라"고 외치며 식장을 떠났다.

로만 폴란스키는 1977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13세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돼 미국 검찰에 유죄를 인정했다. 범죄인정 조건부 감형협상(플리바게닝)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듬해 미국을 떠나 40년 가까이 도피 중이다. 스위스에서도 또 다른 성폭행 혐의로 고소됐다가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비난 여론을 의식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을 비판하는 시위대. [로이터 = 연합뉴스]
로만 폴란스키는 끔찍한 가해자임과 동시에 역사의 희생양이기도 하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그의 가족은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며 세운 크라쿠프 게토에 갇혔다. 폴란스키의 어머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해당했고, 아버지는 강제수용소에서 노역을 살았다. 폴란스키가 '피아니스트(2002년)'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정밀하게 묘사한 배경에는 비극의 가족사가 자리하고 있다.

가족사의 비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1969년 범죄자 찰스 맨슨이 수하들을 교사해 로만스키 자택에서 그의 임신한 아내와 지인 5명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찰스 맨슨은 자신의 음반 발매를 거절한 음반 제작사 테리 멜처를 죽이려고 했지만, 이미 그는 이사를 떠나고 로만스키가 새 주인이 된 뒤였다. 로만스키는 당시 런던 출장으로 집을 비웠다. 그의 아내는 맨슨의 '착오'에 의해 살해당하는 비운의 희생자가 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 의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독일 나치정권과 극악한 살인마의 피해자인 로만스키가 수 차례 성폭행으로 최악의 성범죄 가해자로 남게 된 셈이다.

[강영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