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9번 확진자의 꼼꼼한 일지.."무고한 시민에 피해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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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129번 확진자로 지명된 A(58)씨가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느끼고 쓰기 시작한 일지의 첫 문장이다.
그의 유별난 동선을 확인한 인천시는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이 A씨처럼만 행동하면 주변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선별진료소에서는 뚜렷한 의심 증상이 없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해 주지 않았다고 A씨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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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다른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다음 기록을 남깁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129번 확진자로 지명된 A(58)씨가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느끼고 쓰기 시작한 일지의 첫 문장이다.
그는 코로나19 증상을 느낀 직후부터 스스로 일지를 쓰고 주변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을 최대한 자제하며 먼 거리도 걸어 다녔다.
그의 유별난 동선을 확인한 인천시는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이 A씨처럼만 행동하면 주변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A씨는 확진 판정 후 1주일 만에 건강을 되찾아 3일 인하대병원에서 퇴원을 앞둔 상황에서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의료진과 국민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인천 세 번째 코로나19 확진자인 문화해설사 A씨는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너무 안타까웠다"며 "(절 치료해) 새로운 생명을 주신 의료진과 인천시, 국민들께 경의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1월 23∼26일 서울 창덕궁과 경복궁 등 관광지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문화 해설을 마친 뒤 인후통이 느껴지자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했다.
불안감을 느낀 그는 31일부터 집에 머물며 증상과 치료 상황을 일지로 꼼꼼히 기록했다. 홀로 모시고 사는 83세 노모의 건강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어머니와 단둘이 있는 집에서도 A씨는 계속 위생장갑과 마스크를 낀 채 생활했고 식기도 무조건 소독해서 썼다.
그는 격리 기간 기록한 38쪽짜리 일지에는 날짜와 함께 '오후 9시 50분 오른쪽 36.1도, 9시 51분 왼쪽 36.07도', '목 뒤 어깨에서 등목으로 불편해진다'는 등의 신체 증상도 꼼꼼히 기록했다.
아직 증상이 나타나기 전 대중교통을 이용한 내역도 '1월 24일 12시 10분쯤 집에서 도화역 도보 이동' 이나 '12시 30분쯤 전철 승차, 종로3가역 하차해서 3호선으로 갈아 탐' 등으로 상세하게 적었다.
A씨는 "평소 남에게 폐 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데 흉통으로 잠을 못 이룰 만큼 아픈 날도 있어 더욱 조심했다"며 "1339와 보건소에 연락해 검사 권유를 받고 움직였고 30∼40분 거리 병원에 걸어갈 때는 인적이 드문 철길을 따라서 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인천의료원 권유를 받고 길병원 선별진료소로 이동했던 지난달 8일에만 택시를 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당시 선별진료소에서는 뚜렷한 의심 증상이 없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해 주지 않았다고 A씨는 덧붙였다.
결국 A씨는 지난달 13일 동네 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흉통이 계속돼 23일 같은 병원에서 2차 검사를 한 끝에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이에 "일지에는 제가 격리 과정과 갈수록 심해지는 증상들을 겪으며 경험한 감정도 함께 적혀 있어 부끄럽다"며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은혜가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완치돼 퇴원했다"고 전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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