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늦게 태어났더라면"..코로나19 개학연기에 불안한 고3

정성조 2020. 3. 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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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들 "학교 지침 불명확..학원·독서실 못 가고 생활패턴 무너진 느낌"
3주 개학 연기에 여름방학 단축 걱정.."내신 시험 범위·입시 일정 조정 필요"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승혜(18)양은 올해 3학년이 된다. 3월 3일, 원래대로라면 새 학기 교실에 있을 때지만 개학이 3주 미뤄진 통에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자습하고 있다.

주변 친구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다니던 학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휴원이거나, 휴원이 아니더라도 걱정이 돼 못 가고 있다.

김양은 "학교에서 고3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명확하게 말해준 것이 없다"며 "코로나19 확진자는 늘어날 텐데 이렇게 계속 개학을 연기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이달 23일로 재차 늦춰진 가운데, 대학 입시를 앞둔 전국의 고3들은 혹시 모를 감염병 걱정에 더해 수험준비가 차질을 빚을까 우려도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울산에 사는 고3 이동훈(18)군은 "생활 패턴이 무너진 느낌"이라고 했다. 학교도 못 가는 상황에서 겨울방학 동안 다닌 독서실과 헬스장이 코로나19로 최근 열흘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군은 "결국 집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사실 잘 안 된다"며 "자꾸 늦게 일어나게 되고 딴짓을 하는데 그러다 보니 더 불안감이 커지고 악순환이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구리에 사는 박소정(18)양도 느슨해지는 게 걱정이다. 박양은 "누구는 '지금이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기회이지 않냐'고 하던데 내 경우엔 학교에 가야 긴장감이 들고 정신도 더 차려진다"면서 "친구들이 '학교 가고 싶어질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젠 학교 가고 싶다'는 말도 한다"고 전했다.

'개학 2주 추가 연기' 발표하는 유은혜 부총리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 개학 추가연기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정 수업 일수를 확보해야 하는 각급 학교는 개학이 미뤄진 총 3주만큼 여름방학·겨울방학을 줄여야 한다. 순간순간이 소중한 고3 수험생들에게는 이 또한 간단치 않은 문제다.

경남 진주에 사는 유모(18)군은 "이대로라면 한창 더운 6∼7월에 쉬지 못하고 계속 학기가 이어지게 될 것 같다"며 "고3은 시간이 생명이라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여름방학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충전하는 시간이 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시모집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자기소개서 등 입시 자료를 준비할 여름방학이 결정적인 시기라 더 걱정이다. 수시모집에는 통상 3학년 1학기 내신 성적까지 반영되는데 이대로면 개학 후 곧바로 중간고사를 봐야 할 수도 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소정(17)양은 "수행평가와 중간고사 일정이 한꺼번에 몰려 제대로 준비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이라며 "입시 일정을 변경하기는 힘들더라도 시험 범위나 수행평가 등을 좀 줄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3을 지도해야 하는 교사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경남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로 재직 중인 A(33)씨는 "3월 초는 학생 얼굴을 보고 상담하는 기간인데 현재는 전화 상담만 하고 있다"며 "입시 전략을 짤 시간이 줄어 가을이 되면 학생들의 불만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A 교사는 "학생들은 개학이 미뤄진다면 수능시험 등 입시 일정도 미뤄져야 한다는 것 같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학생들은 다른 해 수험생과 비교해 손해를 본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지금 고3들은 교육제도가 바뀌는 시기를 여러 차례 겪어 자신을 '마루타'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지금 상황까지 겹치면 피해 의식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수험생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2002년생이 대다수인 올해 고3 수험생들의 '역정'이 회자하고 있다. 한 수험생은 올해 고3이 초등학교 교과 개편이나 중학교 자유학기제, 고입제도 변화 등을 이미 겪었다며 "차라리 한 해 늦게 태어났더라면 좋았겠다"고 자조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교육 당국의 관리나 통제를 받기 힘든 재수생들 역시 고민이 예상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사각지대에 있는 재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특히 큰 것 같다"며 "학원 휴원이나 개학 연기 등 날짜도 못 믿는 상황이니 더 불안할 텐데, 이런 시기일수록 개인 컨설팅이나 과외가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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