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만희 총회장, 한나라당에 "대권 지장 가져올 것"..'육필 탄원서' 보내

김지훈 기자 2020. 3. 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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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신천지 교육장 출신 신현욱 목사로부터 문건 단독 입수..당시 과천시장 연임 저지 로비 시도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작성한 것으로 제보받은 육필 탄원서. 정식 탄원서 제출을 위한 초안으로 보인다. /사진=김지훈 기자


신천지예수교 이만희 총회장이 과거 지방선거에서 여인국 당시 과천시장의 연임 저지 목적으로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에 "(여 시장을) 공천하면 대권에 지장이 온다"며 로비를 시도했던 정황이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여 전 시장은 3선까지 성공해 신천지의 로비는 불발됐다. 하지만 이 총회장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고심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2일 머니투데이가 신천지 전 교육장 출신인 신현욱 구리 초대교회 담임목사(신천지 전문 구리이단상담소장·2006년 신천지 탈퇴)를 통해 확보한 신천지 문건 사본에 따르면 이 총회장은 여 전 시장과 관련 "또 공천을 준다면 우리 신천지 청년그룹은 시민단체·뉴라이트 등을 동원해 낙선 운동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친필 탄원서를 썼다.

작성 시점과 작성자 이름은 기재되지 않았지만 여 전 시장을 다시 공천하는 문제가 거론된 점에 비춰 제4회(2006년 5월31일) 또는 제5회(2010년 6월 2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신 목사는 이를 두고 "2006년 말 내지 2007년 무렵 확보한 문건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신현욱 목사 "이 총회장 글씨체 틀림 없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작성한 것으로 제보받은 육필 탄원서. 정식 탄원서 제출을 위한 초안으로 보인다. /사진=김지훈 기자

특히 이 총회장이 탄원서 내용을 지시하기 위해 직접 쓴 초고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 전 시장이 3연임 한 것을 감안하면 탄원서가 전달되지 않았거나, 전달됐더라도 한나라당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천지피해자연대가 2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신천지 교주 이만희 구속수사와 가출자녀 귀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신 목사는 "이 총회장의 글씨체는 잘 알고 있고 이 문서가 이 회장이 직접 쓴 것이 틀림없다"며 "한나라당에 실제 전달됐는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천지의 정치 활동에 대해선 "선거 유세 동원하느라고 예배를 안 드리고 동원할 때가 이회창(2002년 대선 당시)였다"며 "그 때가 제일 피크였다"고 말했다.

문건에도 "우리는 지난날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도록 당을 도왔다. 금년 전국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신천지에 기대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신천지는 전국 종교그룹으로 흥성(興盛·융성과 같은 뜻)된 큰 교단"이라며 영향력을 강조하는 문구가 있다.
"과천시장, 신천지에 막대한 피해 끼쳐"…과천시, 신천지 총본부 위치

서울시가 서울 소재 신천지교회 폐쇄 조치를 내린 21일 서울 신천지 영등포교회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낙천을 요구한 이유로는 "과천시장이 자기교회 충성을 위해 우리 신천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기재됐다.

과천시는 부산시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압수수색을 정부에 요청한 신천지 총본부가 위치한 곳이다.

신 목사는 신천지가 한나라당과 반대에 있던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에 로비한 정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이만희 총회장이 주로 보수에 경상도다 보니 한나라당 쪽에 우호적이었던 것 같다"며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신천지 "위급한 사안 많아 당장 확인해줄 수 없어"

탄원서 발송 사실을 비롯해 문서가 담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신천지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위급한 사안이 많아 당장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어 신천지의 정치 활동에 대해서는 “(교단 차원에선) 저희가 저희 업무도 하기 바쁜데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다. 만약 잘못되면 상대방으로부터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총회 차원에선 없다”고 했다.

신천지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코로나 사태와 관련, “신천지예수교회 성도라는 것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확진을 받은 일부 성도들로 인한 감염자 발생에 대해서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정치지도자들과 언론이 무분별하게 ‘신천지가 진원지’라고 비난할수록 우리 성도들은 두려움 속에 쉽게 신분을 드러내기 힘들 것이란 점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신천지예수교회 성도 중에는 신앙을 이유로 가족으로부터 폭행과 핍박 심지어 생명의 위험에 처한 이들이 많습니다. 소위 이단상담소에 끌려가 감금, 폭행 등 불법행위에 피해를 입은 우리 성도들이 1500명이 넘습니다. 이러한 핍박 속에 남편과 아버지에 의해 이미 2명의 부녀자가 목숨을 잃었고 지난 2월 26일 세 번째 희생자가 나왔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천지예수교회 성도들을 향한 낙인찍기, 혐오, 비방을 제발 멈춰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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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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