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던 마스크가 쏟아졌다" [김기자의 현장+]

김경호 입력 2020. 2. 29. 09:03 수정 2020. 3. 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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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물량이 쏟아진 오프라인 시장 / 인터넷 상거래 카페 '중고나라' 마스크 판매 글이 무더기로 올라와 / 명동 일부 마트마다 KF94 마스크 수십 상자가 진열돼 / 매장마다 3000~4000원 선, 20개 묶음에 7만원에 판매 / 약국에서는 정부 공급 마스크를 받지 못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마트에서 마스크를 장당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KF94 마스크 20개 7만원, 장당 3500원에 팔아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품귀 현상을 빚던 마스크가 이젠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수출을 제한하는 한편 약국과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에 물량을 대량 공급하면서 온라인 중고품 상거래 카페 ‘중고나라’에는 뜯지도 않은 새 마스크를 상자당 4만~10만원, 장당 1000~3000원에 팔겠다는 누리꾼들의 글이 무더기로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이 “미개봉 일회용 마스크 일반 성인용 50매 4만원에 팝니다”라고 글을 올리자 이내 다른 누리꾼은 “30매에 1000원 하던 일회용 마스크”라고 폭리를 지적하는 댓글을 달았다.

본격적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빚던 시기에 장당 최대 9000원에 팔겠다는 이도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5배 이상 뛴 가격이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남아있는 마스크는 ‘너무 비싸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지난 28일 오전 서울 명동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달라졌다. 1장에 2000~3000원 하던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1000원대까지 떨어졌다.

한 네티즌이 “중고나라 100매, 장당 2000원에 팔겠다”고 올리자 “(이미) 1000원대로 떨어졌네요”라며 “이러다 돈 버시겠어요”라고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달렸다.

마스크 물량이 쏟아진 오프라인 시장

오프라인 시장도 전과 달라졌다. 지난 28일 비 오는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둘러보았다.

몇몇 마트의 매대에는 ‘KF94’라고 선명하게 표시된 마스크 수십상자가 진열돼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려 했는지 박스마다 형광색 바탕에 현란한 붉은 글씨로 ‘3000원’이 눈에 띄게 적혀 있었다.

비닐 덮개로 빗방울을 피한 일부 길거리 화장품 매대도 마스크를 구비해 놓고 있었다. 매장마다 낱개당 3000~4000원에 판매하고 있었고, 20개 묶음은 7만원에 내놓기도 했다.

매장은 달라도 똑같은 마스크가 판매되는 게 가장 먼저 눈에 들었다.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서 마스크를 장당 3500원, 20장에 7만원에 각각 판매하고 있다.
 
이날 한 마트에서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손님이 언성을 높이면서 직원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50대로 보이는 이 손님이 “주인 나오라고 해”라며 목소리를 높이자 “지금은 만날 수 없다”는 직원 대답이 돌아왔다. 허탈해하던 손님은 자리를 뜨면서 “매점매석 하는 OOO”라고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그동안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던 마스크들이 오프라인 매대에 등장하니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러나 마스크 공급 물량이 늘어날 조심을 보이자 몇몇 유통상인이 쟁여둔 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비싼 값에 받기 위해 푼 게 아니냐는 의혹이 들었다.

그간 경찰은 마스크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단속에 나섰다.

전국 지방경찰청 18곳과 경찰서 255곳에 마스크 유통질서 교란행위 특별단속팀을 운영하고, 생산업체 152곳의 관할 경찰서에 전담팀을 편성했다.

주요 단속 대상은 횡령 및 배임 등 마스크 유통질서 교란과 사재기 등 긴급 수급조정 조치 위반 행위 등이다. 적발되면 부당 이득 등의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한다는 게 경찰의 방침이다.

약국서 마스크는 여전히 ‘품절’

명동 약국의 사정은 또 달랐다. 대부분 정부 공급 마스크를 받지 못해 매대는 텅 비어 있었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지난 28일 오전 서울 명동의 한 약국 앞에서 한 시민이 멀찍이서 유리문 넘어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6일 ‘마스크 긴급조치’ 시행에 들어가 이튿날부터 하루 마스크 생산량의 50% 이상인 약 500만장을 전국의 농업협동조합 하나로마트와 우체국, 약국 등 공적 기관에 날마다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7일 들어서도 정부 설명과 달리 마스크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마스크 수급 불안과 관련해 “내일(28일)부터 우선 120만장을 전국 약국을 통해 판매하겠다”며 사과했다.

그럼에도 지난 28일 명동 중심거리의 한 약사는 “없습니다”라며 “마스크가 들어와도 다음주가 될 것 같고, 정확히 언제 입고될지는 모릅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찾는 사람은 많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약국의 관계자도 “3월2일에나 마스크가 공급된다고 하는데, 그것도 그날이 돼야 알 수 있다”며 답답해했다.

국세청, 위법 행위 대응

국세청도 마스크 유통질서 확립에 나섰다. 마스크 제조·유통업체뿐 아니라 핵심 재료인 필터를 만드는 업체까지 상대로 사재기나 무자료 거래 등 위법 행위가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서 마스크를 장당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 28일 국세청은 마스크 MB필터(멜트블로운 부직포) 제조업체 12곳에 대한 일제 점검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의 MB필터 생산량은 국내의 95%를 차지한다.

MB필터 업체에 대한 국세청의 주요 점검 사항은 ▲무자료 거래(무증빙 현금거래, 밀수출 등) ▲공급 기피 및 가격 폭리(갑작스러운 공급 중단 후 고가 판매) ▲제조업체의 유통구조 왜곡(특정인과의 고액 대량 거래) 등이다.

국세청은 점검 결과 무자료 거래 등 거래질서 교란 행위나 탈세가 확인되면 문제의 업체를 즉시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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