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가 보냈다는 방호복 4만7000개, 대구선 "본 적 없다"

양지호 사회정책부 기자 2020. 2. 2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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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호 사회정책부 기자

대구의 의료진을 찍은 사진은 예외 없이 온몸을 감싼 흰색 방호복 차림이다. 감염을 완전 차단할 수 있는 '레벨D 방호복'이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방역 전사들에게 지급돼야 할 기본 중의 기본 장비다. 일회용 장비지만 확진자 230여명이 입원해 있는 대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는 이 방호복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하루에 방호복 350개가 필요한데 일주일치(2400개)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대구에는 28일 기준으로 전국 확진자의 70%에 달하는 1579명이 있는데도 이 지경이다. 방역 당국은 지난 26일 검체 채취 시에는 전신 방호복 대신 가운을 걸치는 것을 권장한다는 지침을 내기도 했다. 방호복이 부족하니 이런 고육지책까지 나왔다. 최전선에 서 있는 의료진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정부의 공식 설명은 딴판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28일 브리핑에서 "현지 요청에 따라 대구 의료진에게 전신 방호복 약 4만7000개, 마스크 7만7000개를 보냈다"고 했다. 현장에서 방호복이 모자랄 리가 없다는 투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18일 대구에서 신천지 확진자 발생 후 정부는 전국적으로 전신 방호복 총 19만개를 지원했다. 또 이달 안에 20만개를 추가로 보낼 예정이다.

책상머리 관료들의 계산과 긴박한 현장은 언제나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정부에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방호복이 턱없이 모자란다"고 했다. 이상호 대구의사회 총무이사는 "오늘 선별진료소 11곳에 물어봤더니 하나같이 '방호복이 부족하다'고 했다"며 "연예인(아이유)이 보내준 방호복은 보건소별로 100개씩 왔는데 나라에서 보냈다는 건 못 봤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방호복을 지방자치단체 보건소를 통해 의료 기관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좀 지체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곧 괜찮아진다고, 별일 아니라고 한다. 유완식 대구의료원장은 지난 25일 대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묻지 말고 무조건 주시면 아껴 쓰겠습니다"라고 했다. 얼마나 다급하면 저런 말을 했겠나. 이게 나라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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