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 '팬데믹' 전망 높아져..치료제·백신 '시간벌기' 관건

이연희 입력 2020. 2. 28. 19:59 수정 2020. 2. 2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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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헷갈려 전파 용이..각국 교류↑방지 난감"
WHO 실제 팬데믹 선언할지 의문..소극적 태도
의협, 3월 첫주 일주일간 사회적 거리두기 제안
[서울=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의 상태를 전염병 경보 6단계 중 4단계인 '에피데믹(Epidemic)'으로 정의하고 있다. WHO의 전염병 경보단계 중 4단계에 해당하는 에피데믹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심각한 증상의 질병이 발생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pandemic·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할 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팬데믹이 될 경우를 대비해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각국이 확산 방지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9일 방역당국도 팬데믹을 준비하고 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지난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처음으로 팬데믹을 언급했다.

그는 "전 세계 아마 모든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은 일단은 마음속으로는 팬데믹을 각오하고 있으며 '팬데믹이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팬데믹은 새로운 질병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뜻한다. WHO 6단계 전염병 경보단계 중 가장 위험한 5~6단계에 해당된다. 한 국가나 대륙에서 빠르게 퍼지는 '국지적 유행'인 에피데믹(epidemic)은 4단계에 해당된다.

WHO는 아직까지 코로나19를 '에피데믹'으로 정의했지만 '팬데믹'을 선언할 경우 세계 각국은 국가 차원의 의료제도와 시설, 인력을 총동원해 확산 방지에 나서야 한다. 국가는 개인에 보호장비를 배포하고, 국가 보건계획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등 의약품을 보급해야 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팬데믹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발언했다.

팬데믹은 지난 1918년 50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H1N1) 당시 선언된 바 있다. 스페인독감은 당시 2500만명 이상, 신종플루는 76개국에서 160만여명이 감염돼 최소 15만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 가능성이 제기된 이유는 이탈리아와 미국 등 서구권에서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6일 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주민이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도 코로나19가 번져 65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의 팬데믹이 될 확률을 기존의 20%에서 40%로 높였으며 전 세계적 경기침체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 28일 뉴욕 3대 증시가 4% 넘게 폭락했고 미국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가 역대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다른 전문가들도 역시 사실상 팬데믹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8일 대정부·국민 권고문을 내고 "최근 이탈리아에서의 급격한 환자 발생, 또, 미국에서도 역학적 연결고리를 밝히기 어려운 감염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려했던 팬데믹 전조 증상"이라고 진단했다.

김홍빈 분당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2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중국에서의 확산 규모와 다른 지역 상황을 보면 상당히 전파력이 강하다"면서 향후 전 지구적인 대유행, 즉 팬데믹 상황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감기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증상이 애매하기 때문"이라며 "(감염 초기) 바이러스가 많이 배출되니 다른 사람에게 쉽게 감염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현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라면 각 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환자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교역이나 교류가 있는 상황에서 어느 나라만 청정 지역으로 있을 수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고양=뉴시스] 최동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27일 경기 고양시 주교동 내 공용주차장에 마련된 차에 탄 채로 검사받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y)' 식 선별진료소인 '고양 안심 카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2020.02.27. photocdj@newsis.com

다만 실제 WHO가 팬데믹 선언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에 팬데믹을 선언했을 때 불필요한 공황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타릭 자사라비치 WHO 대변인도 지난 27일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팬데믹'이라는 용어를 다양한 순간에 사용한다. 그러나 공식적인 선언은 기피한다"고 설명했다.

권 방대본 부본부장은 "개인위생에 철저를 기하고 또 한국의 검사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웬만한 감염자나 환자, 접촉자도 어려운 여건 속 최선을 다해 방어하고 있다"면서 "이런 노력들이 전체적인 유행의 규모나 방향을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플루는 당시 치료제가 있었지만 코로나19는 즉각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치료제도 백신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의협은 "심각하고 되돌릴 수 없는 위협의 가능성이 있다면 설령 그것이 과학적으로 확실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사전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전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에 따라 모든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정치·경제적 충격을 각오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사회를 잠시 멈추는 극단적인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3월 첫째 주 가족이 집에 머무르고 모임·행사 취소, 재택근무 및 연가·휴가 권고 등 일주일간 사회적 거리두기 (social distancing)를 제안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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