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귀족처럼, 숟가락으로 퍼먹는 막걸리 '국순당 이화주'

국순당에 따르면 이화주는 고려 시대 명주를 재현한 것이다. 다른 탁주와 달리 쌀로 빚은 누룩 '이화누룩'을 쓴다. 쌀이 귀한 시절 술은 물론 누룩까지 쌀로 만든 만큼 귀족층이 즐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화주의 술병은 납작하고 동그랗다. 술병이라기보다는 잼, 또는 스파게티 소스 병처럼 생겼다. 뚜껑을 돌려 따면 이화주가 드러난다. 한눈에도 진해 보이는 것이 과연 숟가락으로 먹어야겠다 싶다.
이화주의 '이화(梨花)'가 배꽃처럼 희다는 데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글쎄, 정작 병에 든 술의 빛깔은 순백보다는 도정을 조금 덜 한 쌀알의 빛깔에 가깝다. 또 다른 설은 배꽃 필 무렵에 빚어서 이화주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나는 후자 쪽에 더 믿음이 간다.
숟가락을 병에 넣어 크게 한 숟가락을 뜬다. 숟가락이 푹 들어간다. 주둥이가 넓어 숟가락으로 떠먹기 편한 잔을 꺼낸다. 이화주를 넉넉히 퍼 담는다. 냄새를 맡는다. 시큼해서 상큼하다. 잘 빚은 막걸리에서는 이런 냄새가 난다.
찬 이화주를 입에 문다. 진득한 것이 숫제 요구르트다. 나는 내로라하는 고급 탁주를 여럿 마셔 보았다. 이화주만큼 점도가 높은 술은 없었다.
술맛을 음미한다. 냄새처럼 맛도 시큼하고 상큼하다. 그리고 적당히 달다. 아주 신선한 과일이 떠오른다. 맛있어서 한참을 천천히 음미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술의 온도가 올라간다. 온도에 따라 맛의 결도 달라진다. 초콜릿의 달콤한 풍미, 쌀의 고소한 풍미가 한층 풍만해진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과일향이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단맛과 고소한 맛이 새콤한 맛과 조화를 이룬다.
이화주를 먹을 땐 조심해야겠다. 맛이 좋다고 막 퍼먹다가는 만취할 수 있다. 떠먹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화주는 엄연한 술이다.
나 못지않은 애주가인 내 아내는 "홍삼 진액이 있다면, 이화수는 감히 막걸리의 진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떠먹는 것에 영 적응이 되지 않는다. 무릇 술을 마실 때에는 잔을 꺾는 기분이 나야 하는데 숟가락으로 건배를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그게 조금 아쉽다"고 평했다.
문제없다. 잔에 따라 마시면 된다. 그래도 큰일 안 난다. 그저 조금 꾸덕꾸덕한 것을 감수하고 마시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나는 잔을 기울여 그대로 마시는 편이 좋다. 맛과 향이 더욱 강렬하기 때문이다.
단지 기분 탓일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숟가락을 쓸 땐 술이 곧바로 혀 중앙에 닿는다. 하지만 잔으로 마실 때에는 술이 입술에서부터 술이 입안 전체에 닿는다. 이 과정에서 풍미가 배가되는 것이 아닐까.
재구매 의사 있다. 혼자 먹어도 좋지만, 귀한 식사 자리의 디저트로도 손색이 없다. 아마 숟가락과 함께 세팅하면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400㎖ 한 병에 3만5000원. 알코올 도수는 12.5도.
[술 칼럼니스트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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