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전환 시대] <3·끝>"에너지 전환은 국가 생존의 문제..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최재필 입력 2020. 2. 25. 16:01 수정 2020. 2. 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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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오바마 정부와 獨처럼 정책 연속성 담보돼야
탈원전에 집중된 관심..시스템 바꾸는 게 핵심
급진적인 에너지 믹스 목표 주장도 오해서 비롯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사회적 합의 먼저 이뤄야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에너지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전자신문이 주관한 에너지 대전환 시대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양종석 전자신문 산업에너지부 부장, 김정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혁신정책관, 김홍장 충남 당진시장(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 회장), 문승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

에너지 전환 정책이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비롯해 수소경제 활성화, 에너지효율 개선 등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반면 에너지 전환 정책을 단순히 탈원전으로만 인식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불필요한 오해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자신문은 정부·지자체·유관기관·학계·연구원 등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에너지 전환 정책 성과와 향후 정부 계획을 비롯해 잘못 알려진 오해, 기초 지방정부와 협업을 위한 제도 개선, 현실적인 요금 개편을 위한 선행 작업 등이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또 전문가들은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 에너지 전환은 인간 생존이 달린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정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혁신정책관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김홍장 충남 당진시장(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 회장)

문승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산업에너지부 부장

◇양종석(전자신문 산업에너지부 부장)=우리나라는 지금 국가 백년지대계인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좌담회는 올해 3년째를 맞는 '에너지 전환' 정책 성과를 짚어보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세계 추세에 발맞춰 우리나라는 올바른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산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차원이다. 정부·지자체·연구원 등은 지난 2년여 간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김정일(산업부 에너지혁신정책관)=2017년 10월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재생에너지 3020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제도 근간을 마련했고, 정책을 지속 추진 중이다.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는 상당히 빨라졌다. 최근 2년새 태양광은 2.5배, 풍력은 1.5배 정도 규모가 늘었다. 수소차·수소충전소 보급에도 속도가 붙어 수소경제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김정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혁신정책관.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는 2022년까지 조기 폐쇄하기로 했고,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약 25% 줄였다. 원전은 비중을 줄이면서도 생태계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에너지 전환 핵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자발적인 에너지 효율 목표제와 에너지공급자효율향상 의무화제도(EERS) 등을 마련해 고효율 소비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 벤처기업이 시장에 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서울·광주 지역에 스마트그리드 시범단을 지정하는 등 산업구조 혁신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김홍장(충남 당진시장)=지방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산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경제논리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당진시는 지난해 지방정부 최초로 에너지센터를 설립해 재생에너지 필요성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유언비어 불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너지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리고, 세계가 기후온난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을 국민과 공유·논의해야 한다. 범정부 차원에서 체계화된 대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김홍장 충남 당진시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한병화(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에너지 전환 정책을 가장 비중 있게 다룬 정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추세와 역행하는 석탄·원전 발전 증가가 현 정권에서도 지속됐다면 되돌아가긴 정말 어려웠을 거다. 이 부분을 정부가 제대로 짚고 막았기 때문에 성과는 분명했다고 본다. 다만 정부가 에너지 전환을 선언하면서 산업별 맞춤 정책을 함께 제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또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여러 사안들이 정치적 이슈에 묶이는 등 안타까운 부분도 눈에 띈다.

◇양종석=해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일찍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 이미 목표 달성에 도달한 국가도 등장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 중인 다른 나라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문승일(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아직까지 에너지 전환에 100% 성공한 나라는 없다. 그러나 독일 사례에서 배울 점이 있다. 독일 정부가 에너지 전환에 본격 관심을 갖은 시기는 1990년대 초반이다. 30년 동안 대외 환경은 격변했지만 오히려 정책은 견고하게 추진됐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국가는 변하지 않는다'는 가치관을 확고히 심어줬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한병화=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고 당선돼 어려움이 컸다. 그는 당선 전부터 에너지 전환을 가장 큰 정책 목표로 추진했지만, 당선 이후 여소야대가 형성됐고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입법이 어려웠다. 당선 직전 3번 정도 찾아간 곳이 고효율 태양광 집적 전지를 개발한 솔린드라는 업체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후 관련 분야에 약 5000억원 정부 지원금을 투입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1년이 안 돼 부도났고,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하며 공화당은 반발했다. '탄핵감'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실패이고, 계속 전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석탄발전소·천연가스 발전소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엄격히 차단했다. 재생에너지·전기차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관련 산업은 급성장했고, 정권 말기에 3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냈다. 현재 미국 재생에너지 산업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역사적 고점에 이르렀다.

◇양종석=에너지 전환 정책 시행 과정에서 오해 또는 바로잡고 싶은 부분도 많을 것 같다. 이에 대한 견해를 부탁한다.

◇김정일=에너지 전환은 곧 탈원전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를 생산·소비·전달하고, 관련 산업을 일으키는 등 전반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바꾼다는 의미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소비할 지, 신산업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정책이다. 단순히 에너지 믹스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다. 에너지 운영 방식을 환경친화적이고 세계 추세에 발맞춰 바꿔가는 과정으로 봐야한다. 그리고 에너지 전환은 우리나라만 추진하는 정책이 아니다. 원전 비중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전환을 급격하게 추진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선진국은 물론, 세계 평균보다 낮은 편이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올리겠다는 것인데, 연 1%포인트(P) 늘어나는 수준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매년 각각 1.8%P, 독일 2.4%P씩 올려가고 있다. 우리나라 속도가 세계적으로 봤을 때, 결코 과속은 아니다. 원전의 경우, 2024년까지 4기가 더 늘어나고 향후 60년간 가동되다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을 고려하면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가는 방향이다.

일각에선 원전·석탄을 줄이면 전력 수급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앞서 정부는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안정적 예비율 22%를 확보한 후 전원 믹스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9차 계획 역시 석탄은 LNG로 보충하는 방식으로 제시하고, 안정적 수급 여건·예비율을 전제 조건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려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김현제(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우리나라는 에너지 시스템을 잘 구축해 전기를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공급해왔다. 그래서인지 에너지 전환을 선언하는 순간부터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들 오해가 많다. 깨끗한 에너지, 환경을 강조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한다면 비용을 올리는 것에 대해 국민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적정 가격이 수립돼야 한다. 여러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이 당장 내일부터 올라간다는 식이 아닌, 장기적 로드맵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체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점을 정확히 알릴 필요는 있다고 본다.

◇문승일=정치 상황에 물려 있는 발전원 논쟁은 시한부 논쟁에 불과하다. 값싼 전기를 아무 영향 없이 계속 쓸 수 있다면 누구도 전환 필요성을 못 느낀다. 산업용 전기 효율 개선을 이끌어낼 묘책이 나와야 한다. 가령,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몇 % 인상될 수 있다는 신호를 미리 제시하고, 기업들은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전기 다소비 기업이 효율화할 수 있도록 정부 사업과 엮어주는 혜안도 필요하다. 정부가 보다 클리어하게 인상요인을 전달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

◇양종석=에너지 전환 정책의 지속가능한 추진을 위한 핵심 과제를 설명해 달라.

◇김현제=에너지 전환 정책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시장이 뒷받침 돼야 한다. 배출권 시장,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시장 등 연결고리를 형성해 에너지 전환을 잘 서포트 할 수 있는 기반이 닦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시장 구조가 개선·통합돼, 유연하고 내재화된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온실가스·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은 인간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비용 부담에 대한 현실화도 이뤄져야 한다.

◇한병화=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공장을 세울 때, 풍력·태양광으로만 전력을 수급하도록 설계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등이 미비해 유럽식 공장을 짓지 못한다. 유럽연합(EU) 집행부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에 세금을 붙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다보니 배터리 업체들은 해외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실정이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경제도 치명타를 입는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문승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문승일=에너지 전환은 국가 생존의 문제다.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통해 산업적 성과를 이룬 점도 부정할 순 없지만, 소비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주저앉을 수도 있다. 급선무는 요금체계 개편이다. 가정용은 우리나라가 OCED 평균 절반 밖에 쓰지 않는다. 그러나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계에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산업계는 전기 효율 개선 의지와 기술을 충분히 지니고 있지만, 실행 동기가 부재하다. 전력 소비량 10%를 충당하기 위해 석탄·원전을 더 짓는 것보다 효율화를 선행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김홍장=에너지기본계획을 광역정부까지 포함하도록 돼 있는데, 기초 지방정부까지 확대 적용했으면 한다. 정부가 궁극의 성과를 창출하려면 기초 지방정부 협업이 중요한데, 제도적으로 미진하다. 일례로, 당진시는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하려고 계획 중인데 PPA 등 제도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RE100 산업단지에 참여하겠다는데, 제도에 가로 막혀선 안 된다.

◇김정일=정부는 수용성과 국민 참여를 높이면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겠다. 아직도 에너지 전환 정책을 왜 해야 하는지, 이걸 하면 뭐가 이로운지, 탈원전인지 등 논쟁이 수두룩하다. 결국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고, 인간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회적 합의 얘기도 나왔는데, 에너지 전환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바꿔나가는 것이다. 주민이 참여하고, 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되도록 해 볼 계획이다.

또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겠다. 기업이 스마트한 생산방식을 고민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다면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한 비합리 제도들은 정상화해 나가겠다. 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면 고민해보고, 시장 독과점 정상화가 필요하다면 되짚어 볼 것이다.

정리=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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