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지기 전날 야근한 3번째 사망자 부검 없이 화장

이정호 기자 입력 2020. 2. 23. 22:24 수정 2020. 2. 2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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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40대 초반 남성, 고혈압 있었지만 건강…사인 두고 ‘논란’
ㆍ의학계 “급성에 사인 불분명, 정보 얻으려면 부검했어야”

지난 21일 경북 경주 자택에서 숨진 3번째 코로나19 사망자 ㄱ씨(41·남성·한국인)의 ‘사인’이 코로나19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ㄱ씨의 경우 사후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시신이 곧바로 화장되는 바람에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어렵게 된 탓이다. 의학계에선 사망자의 신체 상태를 면밀히 살피기 위한 부검을 거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경주시 등에 따르면 ㄱ씨는 지난 12일과 14일 동네 의원에서 만성 기침약과 기관지염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경주시는 ㄱ씨가 사망한 뒤 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되자 해당 의원을 방역하고 의료진과 접촉자, 사체 운반업자, 장례식장 직원 등을 자가격리했다.

ㄱ씨의 경우 평소 고혈압이 있긴 했지만 40대 초반에 불과한 젊은 연령대의 환자였다. 코로나19 환자 수가 가장 많은 중국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확진자의 평균연령은 50대 후반이다.

ㄱ씨는 사망하기 전날 오후 4시부터 사망 당일인 새벽 1시까지 회사에 출근해 근무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근을 이겨낼 정도의 체력이 있던 젊은 확진자가 갑작스럽게 숨진 데에는 코로나19 외 다른 신체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ㄱ씨가 화장되면서 그의 사인을 정확히 규명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의학계의 한 관계자는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사망한 경우라면 화장이 자연스럽다”며 “하지만 이번 경우는 급성으로 사망했고 사인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중요한 정보를 얻을지 모를 부검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원칙에 따른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마련한 ‘코로나바이러스-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에 따르면 확진자가 사망하면 유가족에게 사망원인을 설명하고 시신처리 시점을 협의하도록 돼 있다. 입관 시에는 밀봉을 풀지 않고 관에 안치해야 하며,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화장을 권고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례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족의 동의 여부”라며 “화장 처리에 유족이 동의해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ㄱ씨의 병원 방문 등 의무기록을 확인 중”이라며 “전문가들과 사망 원인에 대한 판단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진자와 중증 환자가 동시에 늘고 있는 상황에서 부검 없는 장례가 계속 발생한다면 사인규명이나 이에 기반한 부가적인 역학조사 등이 더욱 미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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