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수산시장, 신종 코로나 최초 발생지 아니다", 中 마침내 공식 인정

김광수 2020. 2.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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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정확히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개별 연구자가 아닌 중국 공식 기관이 "우한 수산시장은 신종 코로나 발생지가 아니다"라고 확인한 건 처음이다.

중국 남부 윈난성에 있는 시솽반나 열대식물원은 20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전세계 4개 대륙, 12개국에서 93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샘플을 분석한 결과,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확산된 바이러스는 당초 다른 곳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수산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지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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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에서 검출된 건 외부 바이러스 파생형

밖에서 유입… 12개국, 93개 샘플 분석 결과

원인 규명, 경로 파악, 재발 방지 범위 넓혀야

60년 전통 시솽반나식물원, 20일 연구결과 공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폐쇄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 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정확히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야생동물을 판매하던 중국 후베이성 우한 화난수산시장이 최초 발생지로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외부에서 수산시장 안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됐다”고 중국의 저명 연구소가 발표했다. 개별 연구자가 아닌 중국 공식 기관이 “우한 수산시장은 신종 코로나 발생지가 아니다”라고 확인한 건 처음이다.

중국 남부 윈난성에 있는 시솽반나 열대식물원은 20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전세계 4개 대륙, 12개국에서 93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샘플을 분석한 결과,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확산된 바이러스는 당초 다른 곳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러스의 발생지를 규명하는 건 출처를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중간 숙주를 파악하고 바이러스 발생을 통제하면서 재발을 방지하는데 큰 의미를 갖는다고 식물원은 설명했다. 이 식물원은 1958년 설립한 열대식물과학연구소로, 설립 이래 60여년간 과학연구의 요람이자 중국 최고 수준인 5A급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2015년 3월 영국 윌리엄 왕세손이 방문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번 연구는 식물원과 화난농업대학, 베이징 뇌과학센터가 함께 진행했다.

연구진은 120곳의 변이 지점에서 93개의 바이러스 샘플을 검출했다. 이를 58종의 유전자 단일형으로 나눠 다시 3개의 오래된 슈퍼전파자 단일형(H1, H3, H13)과 2개의 새로운 슈퍼전파자 단일형(H56, mv2) 등 5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여기서 핵심은 ‘H1ㆍH3ㆍH13’ 3개의 기존 샘플이 모두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비롯됐느냐는 점이다. 그렇다면 수산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지가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장이 아닌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돼 변이를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신종 코로나의 발생 원인과 전파 경로를 추적하면서 수산시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현재의 방식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중국 윈난성 시솽반나 열대식물원이 20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논문에 등장하는 그래픽. 전세계 4개 대륙, 12개국에서 검출한 93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샘플을 5개 그룹으로 나눠 분류했다. 식물원 홈페이지 캡처

연구진은 우한 수산시장에서 유전자 단일형 H1과 여기에서 파생된 H2, H8~H12를 찾아냈다. 하지만 우한에서 검출한 샘플 H3는 수산시장과 관련이 없었다. 또 다른 단일형 H13와 H38이 ‘중간 매체’를 통해 박쥐 바이러스(RatG13)와 연관됐고, 다시 H3을 거치면서 파생형인 H1을 만들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중간 매체’는 중간 숙주일 수도, 아니면 최초 감염자인 ‘0번 환자’일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정리하면, 우한 시장 안에서 검출한 H1 바이러스는 H3라는 외부의 바이러스가 중간 단계를 거치면서 시장으로 전파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다른 곳에서 시장으로 유입돼 시장 안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됐고, 또 이후에 시장 밖으로 퍼져나갔다”고 해석했다. 화난수산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일한 발생지가 아니라는 의미다.

샘플 H13과 H38은 각각 중국 광둥성 선전과 미국 워싱턴주의 환자에게서 검출됐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1월 초 사이에 우한의 친척집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선전과 워싱턴이 또다른 바이러스의 발원지라기 보다는 우한에서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연구진은 “우한에서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확보한 기존 샘플에서 H13과 H38 단일형은 검출되지 않았다”며 “몇 개의 거점병원에 국한해 샘플 채취 기간이 짧았던 만큼, 우한의 다른 병원에서 이들 두 개의 바이러스 샘플의 출처를 찾는다면 신종 코로나 원인 규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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