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겐 가족이 없다" 출간한 소설가 김기우

이상휼 기자 2020. 2. 22. 20:1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뒤틀린 관계의 인물들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가느다란 희망 묘사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 묻지 말아야 한다, 그저 사랑할 것"
소설가 김기우 프로필 © 뉴스1

(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소설가 김기우 한림대학 교수가 신간 소설집 '가족에겐 가족이 없다'를 출간했다.

경기도 양주시에 이십여년째 거주하는 그는 최근 옥정호수도서관에서 뉴스1 만나 새 소설집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그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어디까지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 묻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저 사랑할 뿐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책을 모든 가족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1990년 계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한 뒤 '바다를 노래하고 싶을 때', '봄으로 가는 취주', '달의 무늬' 이후 네 번째 소설집을 냈다. 그는 이번 소설집에 Δ그림자를 그리는 남자 Δ바다로 간다 Δ봄이 끝날 때 Δ누웠던 자리 Δ물의 꿈 Δ달의 무늬 Δ딸꾹질, 멎지 않는 Δ가족에겐 가족이 없다 등 8개의 단편소설을 담았다.

각 단편들은 다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엇비슷하다. 등장인물들은 가족들이고 화자는 석박사를 이수하고 강의를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가 다루는 인물들은 각 이야기 화자의 외삼촌과 외숙모(그림자를 그리는 남자), 병든 노부모(바다로 간다, 봄이 끝날 때), 누나와 매형(누웠던 자리), 장인어른과 딸아이(물의 꿈), 암투병하며 호주로 떠난 아내(달의 무늬), 미혼모와 엄마(가족에겐 가족이 없다), 일가 친척들(딸꾹질, 멎지 않는)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하거나 조금 독특한 가족의 모습이다.

주로 중년 남성 화자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각 소설들은 연작인 것처럼 느껴진다. 젊어서는 경제적 능력이 없다가 연로해서는 치매 앓는 아버지, 이혼했거나 이혼 중인 부부, 남편을 두고 호주로 떠나버린 아내, 아이는 친정에 맡기고 교회기도원에 들어갔다고 남편에게 통보한 아내 등 위기가정이거나 해체된 가장의 스산한 심리묘사를 담담한 문장으로 묘사했다.

소설가 김기우의 네 번째 소설집 '가족에겐 가족이 없다' 표지 © 뉴스1

해체 위기의 가정 구성원 중에서는 기독교 등 종교에 심취한 여성들도 종종 등장해 '나는 죄인'이라며 자학적 방백을 읊조린다. 한 인물은 "세상의 모든 엄마는 자식의 신도란다. 물 위를 걷는 예수님을 우러르면서도 안타까워하는 신도란다. 아무리 잘못을 빌어도 또 속죄할 게 많은 죄인이다"고 딸에게 말한다.

'그림자를 그리는 남자'는 대필작가(고스트라이터)는 죽은 외삼촌(또는 유령)과 대화를 나누다가 자신의 지인인 갤러리 이사장에게 빙의해 대신 삶을 산다. 다른 이의 삶 속에서 생생한 감각을 느끼는 대필작가는 어차피 자신의 인생이 아니기에 젊은 외국인 유학생과 관계를 맺기도 한다. 이 일이 문제돼 이혼하고 회사 운권도 빼앗긴 갤러리 이사장은 대필작가에게 "가끔 자네의 삶을 대신 사는 꿈을 꿨다. 나는 화가는 못됐고 그들 삶을 대변하는 일로 내 세월을 바쳤다"면서 그 역시 주체적 삶을 살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김기우의 소설 속 인물들이 꿈이나 상념에 침잠하는 것에 대해 변지연 문학평론가는 "붕괴된 가족관계 속에서 소외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철저한 회의·부정이지만 나름대로의 치열한 내면투쟁"이라며 "현실에서 왜곡된 관계들 또는 의무들로부터 상처를 치유하려는 몸부림"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기우 소설 속 인물들은 억압적 현실에 이의를 제기하며 눈물겨운 숨고르기를 시도한다"면서 "서로 긴장 관계에 놓인 인물들이 제각각의 심경을 드러낼 때 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끈이 다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가느다란 희망을 내비친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 출신인 김 작가는 동북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동국대 석사, 한림대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소설집 외에도 장편동화 '봉황에 숨겨진 발해의 비밀', 창작이론서 '아이덴티티 이론의 구조', 어린이 글쓰기 교재 '천하무적 일기왕' 등의 책을 펴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서 소설특강 강의를 진행했으며 현재 한림대와 소설아카데미 등에서 소설창작 등을 지도하고 있다.

daidaloz@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