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원, 11년째 매니저 없이 활동하는 이유 "혼자 다녀도 불편하지 않아요"[EN:인터뷰]

뉴스엔 2020. 2. 2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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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글 황혜진 기자/사진 정유진 기자]

"혼자 다녀도 불편하지 않아요."

올해 데뷔 11년 차에 접어든 배우 양경원은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이 활동 중이다. 2010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데뷔한 그는 2012년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에 입단한 이후 '신인류의 백분토론', '뜨거운 여름' 등에 출연하며 무대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tvN '아스달 연대기'를 시작으로 2월 16일 화제 속 막을 내린 tvN '사랑의 불시착'까지 연이어 안방극장에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지만 여전히 홀로 운전해 촬영장과 집을 오간다. '사랑의 불시착' 이후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도 연락받은 순서대로, 매체 명과 시간을 엑셀표에 손수 정리해 소화 중이다.

21일 뉴스엔과 만난 양경원은 모든 스케줄을 아내 천은성과 공유하고 상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아직 소속사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결심은 하지 못했다. 회사 체계 때문은 아니다. 사실 혼자 다니는 것에 대해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 회사와 함께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는 일이 있을 거다. 그래서 언제 어느 시점에 어떤 곳과 인연을 만들어 함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2월까지 혼자 인터뷰를 정리하고 그 후 고민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혼자 다니는 게 사실 불편하지는 않다. 연락이 오면 엑셀표로 직접 정리해 다니고 있다. 만약 나와 맞는 회사를 들어가게 되더라도 현재의 단점을 없애자는 목표로 들어가는 건 아닐 것"이라며 "최대한 내 목표점과 그분들의 목표점이 가장 많이 맞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걸 대화로써 알 수 있느냐는 미지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제가 살아오면서 인복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었거든요. 분명히 또 좋은 인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있어요. 감사하게도 함께하자고 연락을 주시는데 아직 뵙지 못했어요. 혹시 건방져 보일 수 있을까 봐 현 상황을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죠. 충분히 이해한다고, 나중에 결심이 서면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하셨죠. 그 배려가 굉장히 감사해요. 요즘 모든 게 다 고마워요. 작품 추천을 해주는 분들도 있고 회사, 기자님들의 연락도 많이 받고 있어요. 감사한 만큼 더 차분히 신중히 알아보고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내와 이야기를 잘 나눈 후 내린 결론이에요. 너무 들뜨거나 쉽게 생각하고 쉽게 행동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더 신중하고 겸손하게 활동하고 싶어요."

'사랑의 불시착'은 배우 양경원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작품이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윤세리(손예진 분)와 마주한 표치수(양경원 분)는 "에미나이. 후라이까지 말라"는 대사로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겉으로는 윤세리와 티격태격하지만 내면에는 그 누구보다도 여리고 따뜻함을 품고 있는 5중대 최고 '츤데레' 표치수는 '사랑의 불시착' 시청자들에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였다.

양경원은 "외향적으로는 신경을 안 쓰는 게 가장 신경 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피부톤을 맞추기 위해 촬영 한 달 전부터 태닝을 계속 진행하긴 했지만 메이크업은 하지 않았다. 흉터는 그렸다. 시청자분들을 생각해 화장을 해야 했을 수도 있었지만 인민군이니까 굳이 하지 않아도, 오히려 태닝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표치수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분장팀과 합의 하에 화장을 하지 않았다. 물론 분장팀도 연출부와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치수는 쉽게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그래서 더욱 끌리는 캐릭터였다. 양경원은 "내면적으로 끝까지 잡고 고민했던 것이 '과연 치수가 어떤 사람이냐.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의도를 갖고 이런 행동과 말을 할 것인가'였다.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으로 저지르는 일에 대한 고민도 했다. 치수를 대신 표현하는 배우로서 표치수의 무의식도 분명히 의식하고 있어야 그 무의식을 대신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치수의 무의식이 무엇인가를 계속 고민했다"고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작품 중간에 극단 동료들, 연출 형과 워크샵을 진행했는데 그런 고민을 공유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표치수가 한마디로 이런 사람이라고 규정짓기 시작했죠. 아주 완벽히 이해한 건 아니지만, 표치수는 굉장히 나약한 사람이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인물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모습이 밉지 않고 측은해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했죠. 방어기제는 강한 척, 괜찮은 척, 무서운 척이었어요. (표)치수에게는 실제 느끼는 걸 부인하고 다르게 표현하는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게도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이었죠. 시청자분들이 표치수라는 인물을 좋아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것도 그런 의미이지 않을까 싶어요. 말을 그렇게 험하게 해도 밉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작가님도 그렇게 표치수가 존재하도록 만들어놓은 것 같고 그게 잘 맞아떨어져 저도 덩달아 지금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게 아닐까요?"

표치수는 김주먹(유수빈 분), 박광범(이신영 분), 금은동(탕준상 분)과 함께 '북한군 F4'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양경원과 유수빈의 실제 나이 차는 11살, 유수빈과 탕준상의 나이 차는 11살이다. 양경원과 탕준상은 22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양경원은 "초반 나이 차에 대한 걱정이 있긴 했지만 그들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나에 대한 걱정이었다. 내가 그들보다 나이가 현저히 높아서 세대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까 그런 우려가 살짝 초반에 있긴 했는데 금세 없어졌다. 초반부터 서로 얼굴도 자주 보고 이야기도 자주 나눴다. 목적은 알아가고 가까워지기 위함이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더 이야기하고 싶고, 보고 싶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모두에게 그저 감사하다. 그 친구들이 날 맏형으로서 정말 존중해주고 따라줬다. 언제는 친구 같고 언제는 동생 같고 그랬다. 대부분은 동료 같은 사이였다. 내가 어떤 걸 강요하거나 그런 스타일은 아니지만 아이들도 무조건 '예'라고 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잘 받아들여줬다"고 5중대원들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아이들의 색깔이 너무 달랐어요. 정말 오합지졸이었죠.(웃음) 5중대들도 그렇지만 실제로 양경원, 유수빈, 이신영, 탕준상도 만만치 않게 오합지졸이었어요. 근데 사랑이 넘치는 오합지졸이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친구들에게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어요. 덕분에 정말 감사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죠. 연기에 있어선 세 친구 다 정말 그냥 동료예요.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이렇게 연기를 하나 싶었고 제가 모자란 게 아닌가 싶었어요. 굉장히 훌륭한 고민을 갖고 있고, 깊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에요. 평소는 평소대로 즐거움과 행복감이 있었고, 연기할 때는 정말 그 인물로 살게끔 해줬던 친구들이었어요. 그래서 종영이 더 아쉬웠어요."

5중대를 이끌어준 현빈에게 감사 인사도 전했다. 양경원은 "정말 배려의 아이콘이고 멋짐이 흘러내리는 분이었다. 얌전한데 개구쟁이이기도 했다.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유머러스함이었다"며 "우리에게 워낙 큰 스타이자 연예인이었다. 어렵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걸 유연하게 해주기 위한 장난들을 먼저 많이 쳐줬다. 연기할 때는 정말 리정혁이라는 캐릭터를 탑재하고 온 사람이었다. 손예진 선배님도 그렇고 두 분 다 신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는 분이었다. '괜히 저 사람들이 스타가 아니구나', '괜히 주연이 아니구나' 싶었다. 많은 고민을 하고 오고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온 분들이었다"고 말했다.

"전 신인이고 현장 스태프들에게 다시 한번 찍고 싶다는 이야기를 바로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절대 현장 사람들이 눈치 보게 하기 때문이 아니라 혼자 눈치를 보는 거죠. 그런 속마음을 두 분 다 잘 읽어줬어요. 큰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상대 배우들의 마음을 다 헤아려 다시 찍을 수 있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줬어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어떤 기운이 있나 보다 싶었죠. 직접 와서 물어봐주기도 했어요. 마침 카메라 감독님도 '조명이 약간 달랐던 것 같아'라며 다시 한번 가자고 해줬어요. 다시 찍고 나서 (현빈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줬는데 정말 멋있더라고요. 남자인데도 정말 멋진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정말 리스펙(존경)하는 배우예요."

뉴스엔 황혜진 blossom@ / 정유진 noir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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