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바지 내린 은지원.. 왜 이런 것까지 봐야 하나요

김종성 입력 2020. 2. 2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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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4주째 시청률 제자리걸음 MBC <끼리끼리> , 실패한 예능 전철 밟나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한 무리의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몇 명이나 나오는 걸까. 근데 정말 남자들만 나오는 걸까. 숫자를 세어보기로 한다. 한 명, 두 명, 세 명... 무려 열 명이다. 살짝 괴기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일단 모였으니 뭔가를 하긴 해야 할 텐데, 그들은 성향에 맞춰 '끼리끼리' 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출연자의 성향을 존중하는 버라이어티라나.

그 결과, 하이 텐션을 지닌 '흥끼리(인교진, 이용진, 하승진, 황광희, 정혁)'와 천하태평인 '늘끼리(박명수, 은지원, 장성규, 이수혁, 인피니트 성규)'로 나눠졌다. MBC <끼리끼리> 제작진은 이들에게 다르면 다른 대로 자신의 성향대로 행동하라고 했지만, 사실 별 거 없다. 팀이 생겼으니 그동안의 버라이어티가 그러했듯 게임을 하며 전리품을 챙기는 식이다. 

"형님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하루 이체 한도가 초과해서 7000만 원만 빌려주실 수 있습니까?"

첫 방송에서 장성규는 전셋집 이사 잔금 처리를 못해 이삿짐 센터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멤버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녔다. 처음 부탁했던 박명수가 난색을 표했고, 이용진은 선뜻 4000만 원을 빌려줬다. '선넘규(선을 넘는 장성규)'의 캐릭터를 활용한 설정이었지만, 큰돈이 오가는 상황을 의리나 우정에 빗대는 장면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웃음으로 포장하기에 적절치 않았다.
 
 <끼리끼리>는 일요일 주말을 탈환하기 위해 MBC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예능의 트랜드를 반영하거나 신박한 아이템을 갖고 있지도 않은 <끼리끼리>는 실패한 예능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는 듯 하다.
ⓒ MBC
 
지난 16일 방송된 4회는 어땠을까. 첫 여행을 떠난 멤버들은 차가운 얼음물에 들어가 뜨거운 군고구마를 먹는 '앗 뜨거! 앗 차가!' 게임을 했다. 승리하는 팀에게는 캐리어와 점심 식사가 제공됐다. 뻔한 구성과 색다를 것 없는 웃음이었다. 라면을 끓여 먹으며 상대팀을 놀리는 장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이후에는 퀴즈 대결과 진흙탕 썰매 레이스가 뻔하게 펼쳐졌다. 

'출연자 옷 벗겨' 웃음 만들려한 제작진 

"바지를 어떻게 벗어요. 안돼요!"

거기까진 평범한 버라이어티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몸에 지닌 것(옷가지)들을 이어서 더 길게 묶은 팀이 승리하는 '길게 길게 이어라' 게임을 하는 대목에선 두눈을 의심해야 했다. 대범한(?) 박명수는 겉옷을 훌렁 벗어던지고 어느새 내복 차림이 됐고, 게임 좀 해 본(?) 은지원은 아예 내복까지 벗어재껴 하의실종 상태가 됐다. 그리고 박명수의 하의까지 끄집어 내렸다. 

형들의 살신성인(!)에 동생들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어찌 하겠는가. 게임은 시작됐고, 시작된 이상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을. 곧 장성규도 하의 탈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 형 삼각 속옷이다"라는 만류의 외침도 그를 막지 못했다. 결국 열 명의 남자 연예인들은 옷을 홀라당 벗고 (심지어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심정으로 양말까지) 그걸 묶어 길이를 재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을 보다말고 달력을 확인해야 했다. 분명 의심의 여지 없이 지금은 2020년인데, 어째서 새해를 맞아 새롭게 시작한 이 예능은 이런 모습인 걸까. 남자 출연자만 그것도 열 명이나 끌어 모아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기획부터 구시대적이라 할 만한데, 출연자의 옷을 벗겨서 웃음을 만들어 내려고 한 제작진의 의도는 더 어이없다.  

일요일 주말 탈환하기엔 역부족인 <끼리끼리>

사실 <끼리끼리>는 일요일 주말을 탈환하기 위해 MBC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동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는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9.3%, 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와 SBS <런닝맨>(6.7%)의 대항마로 남자 연예인들을 무더기로 내보낸 것이다. 파일럿도 거치지 않을 정도로 MBC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끼리끼리>의 결과는 어땠을까? 

지난달 26일 첫 선을 보인 <끼리끼리>는 첫회 2.1%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4주 연속 제자리걸음이다. 한영록 PD는 "이 멤버들로 파일럿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만큼 자신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런 '근자감'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아직까지도 남자 출연자들을 우르르 출연시키면 적당한 시청률이 보장될 거란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걸까. 혹시 MBC 버전의 < 1박 2일 >을 만들고 싶었던 걸까. 

서울 YMCA는 2019년 8월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의 예능 프로그램 18개를 조사했는데, 고정 출연자 총 133명 중 남성은 72.9%로 여성 27.1%의 2.7배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끼리끼리>는 '평범'한 예능의 범주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전히 방송국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는 남자 제작진들의 '끼리끼리'에서 파생된 게으름의 산물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예능의 트랜드나 사회적 변화에 대한 고민도 부족하고, 그렇다고 신박한 아이템을 갖고 있지도 않은 <끼리끼리>는 실패한 예능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다. 출연자들이 옷을 홀딱 벗 모습을 보며 웃을 만큼 요즘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낮지 않다. '근자감'으로 가득찼던 <끼리끼리> 제작진에겐 애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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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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