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들 돌아가라"..과천 신천지 본부 입구엔 신발 5켤레만

편광현 2020. 2.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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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교회 본당이 있는 경기도 과천의 한 건물(왼쪽)과 교회 일시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 석경민 기자

1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신천지 본부 교회가 있는 건물 입구 안내문에는 "신천지 성도님들은 돌아가주시기 바랍니다"는 글이 적혀있었다. 이 건물 9·10층엔 신천지교회가 있고, 아래층에는 대형마트·병원·미용실·식당 등이 들어서있다.

건물 입구뿐 아니라 신천지 교회 앞 곳곳과 주차장이 있는 지하 1~4층 엘리베이터 문에도 "오늘은 예배를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신천지교회 입구에는 신발 5켤레만 놓여있었다.

교회 안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예정된 신천지교회 수요예배가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수요일이면 신천지 교인들이 많이 모인다는 1분 거리의 공터에도 신도처럼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경기도 과천에 있는 신천지 본부 교회 입구. 석경민 기자


전국 신천지 수요예배 안 해
18일 신천지 측은 “당분간 전국 교회의 예배와 모임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천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대구 신천지교회 예배에 두 차례 참석한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전국 신천지 교회는 수요예배가 예정됐던 19일에도 교회 내 모든 예배와 모임을 중지했다. 신천지 관계자는 "31번 확진자 발생한 이후 전국 72개 교회 모두 신도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방역 소독을 진행 중이다"며 "예배는 2~3주 가량 중단될 예정"이라고 했다. 또 그는 "예배가 중지되는 동안 전국의 신도들에게 가정 예배를 드리거나 홈페이지에 있는 강연 영상을 시청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주기적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31번 확진자는 9일과 16일 각각 2시간 동안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예배를 봤다. 신천지 관계자에 따르면 9일과 16일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서 예배한 교인 수는 하루 460여 명이다. 1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31번 확진자와 접촉한 1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과천시 관내시설 잠정 휴관
19일 과천시에선 대구 신천지교회에 다녀온 신도 중 1명이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았다. 이날 오후 김종천 과천시장은 페이스북에 "대구 신천지교회 예배에 참석한 과천 신도 6명 중 1명이 목이 약간 부어오르는 증상이 생겨 보건소에 신고했다"고 적었다. 그는 "대구 신천지 교회에 방문한 과천 교인은 확인된 숫자만 6명"이라며 "1명을 빼고는 추적조사가 아직 이뤄지고 있지 않다. 시민회관·종합사회복지관 등 관내 시설을 내일부터 주말까지 잠정 휴관하기로 했다"고 했다.

신천지 대구교회 모습 [중앙포토]


과천시는 신천지 신도들의 대중교통 이동 동선에 있는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상가 화장실, 자전거 대여소에 대해서 소독을 할 예정이다. 의심 증상을 보인 과천 신천지 신도의 검사 결과는 20일 오전에 나온다.


"신천지의 문제는 아니다"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는 "평소에 교회마다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예배에 참석하라고 권유해왔다"며 "다른 교회도 다 예배를 드리는 상황에서 우연치 않게 31번째 확진자가 우리 교회에 출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상황은 어느 종교, 어느 생활단체에서든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과천에 있는 신천지 본부 교회 앞 안내문. 석경민 기자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는 31번째 확진자의 '수퍼 전파'(다수에게 바이러스를 전파) 가능성에 대해선 "CCTV를 통해 그 환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건물에 들어오는 것을 봤다"며 "어떻게 감염증이 확진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31번 확진자와 같은 층에서 예배한 신도들에게 수시로 연락하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석경민·편광현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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