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마리 꿀벌' 떼죽음.."중국산 사료에 독성물질" 공방

정해성 기자 2020. 2. 1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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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혀를 내민 채 비틀대는 꿀벌들입니다. 약 3주 동안 벌통 안에서 자랐지만,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죽음을 맞습니다. 바닥엔 꿀벌 사체가 가득합니다.

[위충섭/농부 (전남 진도) : 공장 자체가 새카맣고. 이 벌 사체 썩는 냄새가 날 정도였으니까요]

작년에 이 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말하는 농가는 66곳, 폐사한 꿀벌은 1억8백만 마리로 추정됩니다. 농가들은 독성이 있는 사료 때문이다, 업체는 농민이 잘못 키운 거다 주장이 엇갈립니다.

먼저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날아다녀야 할 꿀벌들이 바닥을 기어 다닙니다.

죽은 벌들도 수북합니다.

지난해 1월과 2월 사이, 전국 각지에서 촬영된 장면입니다.

이런 피해를 호소하는 농가는 전국적으로 66곳입니다.

지난해 최소 1억8백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농민들은 한 업체가 수입한 중국산 사료를 먹였다가 이렇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이정호/농민 : 공동구매한 사료를 사용하고 나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는데. 농가에서 다른 화분(사료)으로 바꿨어요. 그러고 나서 피해가 없어졌지.]

농민들은 지난해 2월, 서울대에 시험해달라고 의뢰했고 사료에서 제초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정부인정기관의 시험에서도 독성 물질인 할록시포프와 이산화황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업체는 "독성 물질이 나온 건 유감"이지만, 사료 때문에 벌들이 죽은 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A업체 : 농약에 오염된 벌인데 그것이 미세해요. 지금도 (업체 스스로) 실험하고 있고, 그래서 아직까지는 전혀 이상이 없어요.]

농민들이 벌을 잘못 키운 탓이라고도 했습니다.

[A업체 : 봄철에 일찍 벌을 키우면서 생겨난 벌의 이상증세가 아닌가.]

이런 책임 공방이 수개월 이어졌고 결국 몇몇 농가는 꿀벌이 태어나는 올해 1~2월 사이 직접 시험을 했습니다.

해당 사료를 넣은 벌통과 그렇지 않은 벌통을 비교했습니다.

전남 진도의 한 양봉 농가에 나와 있습니다.

이쪽이 해당 사료용 화분을 공급한 벌통인데, 이쪽을 보시면 벌들의 사체가 다수 보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기 벌들은 움직임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벌은 혀를 안 내밀어요. 이것도 죽었잖아요.]

다른 업체의 사료를 공급한 벌통에선 자라난 꿀벌이 촘촘하게 모여 있습니다.

이 결과를 본 농민들은 이제서야 상황을 외부에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임상희/농민 : 그때는 (원인을) 잘 몰라서. 업체에서 조용히 좀 해달라. 원인이 규명되면 우리가 다 보상해주겠다.]

■ "지원금 줄테니 언론 제보 말라"…'각서'로 농민들 입막음

[앵커]

사료를 수입하는 업체와 농민들은 작년에 각서를 한 장 썼습니다. "지원금을 줄 테니까 언론에 제보하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농민들은 독성이 있는 사료가 여전히 유통되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다면서 저희한테 알려왔습니다.

이어서 김태형 기자입니다.

[기자]

각서에는 업체가 농민들에게 지원금을 준다고 돼 있습니다.

농민들은 명확한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언론에 알리지 않는다고도 나옵니다.

이 각서가 작성된 시점은 지난해 3월 18일.

서울대의 시험 결과가 나온 2주 뒤입니다.

업체는 63개 농가에 총 1억6천만 원을 줬고, 농민들은 제초제 성분이 나왔다는 걸 외부에 알리지 못했습니다.

[임상희/농민 : 방송에 제보하겠다 말하니까 업체에선 우리가 일단 후원금을 줄 테니 자기네 연구할 시간을 좀 달라…]

업체 측은 공개적으로 시험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A업체 대표 : 공개시험을 정상적으로 해서, 농촌진흥청에서 하든지. 관련 기관이 해서 밝혀야지요. 이것을…]

하지만 현재로선 업체 내부에서 이뤄진 시험밖에 없었습니다.

업체는 이걸 근거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농민들은 자신들이 참관하지 않은 시험이라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발합니다.

공개 시험 약속이 1년 가까이 지켜지지 않자, 농민들은 꿀벌의 떼죽음을 외부에 알리게 됐습니다.

농촌진흥청은 독성 물질인 할록시포프와 이산화황이 벌에 영향을 미친다는 국내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고 했습니다.

인과 관계를 놓고 양쪽의 주장이 부딪히는 사이, 해당 사료는 지금도 전국에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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