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곰 60여 마리 넘어 수용력 한계 도달.. 비지정 탐방로 사고 땐 본인 책임 서식 지역 확대 땐 등산객 만날 가능성 높아.. 인제에서도 반달곰 4~6마리 서식 확인
성체가 된 반달곰은 몸길이가 130~190cm, 몸무게는 100~150kg며, 수컷은 최대 200kg에 달하기도 한다.
“반달곰과 인간의 ‘충돌예상지’는 지리산 전역입니다.”
지리산에 서식하는 반달곰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등산객과 접촉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생물종보전원(이하 종보전원)에 따르면 현재 지리산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반달곰 수는 총 63마리로 적정 수용 개체수인 78마리에 빠른 속도로 다가서고 있다고 한다. 또한 반달곰의 출산과 수명 등을 고려할 때 2027년 이전에 100마리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멸종 위기 반달곰 복원 계획에 따라 2004년 처음 방사된 지리산 반달곰은 점차 서식 반경을 넓히며 꾸준히 개체수가 증가했다. 2018년 초에는 새끼 11마리의 출산을 확인, 최소 존속개체군 50마리를 돌파했다. 최소 존속개체군이란 특정 생물종이 최소 단위로 존속할 수 있는 개체수로 인위적인 개체수 조절 없이 자연에서 종을 보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당초 2020년 목표였던 최소 존속개체군 달성을 2년 앞당긴 것이다.
이처럼 반달곰의 개체수가 증가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지리산권 외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 자발적으로 김천 수도산에 새로운 서식지를 꾸린 일명 ‘오삼이(KM-53)’가 대표적이다. 종보전원에 따르면 오삼이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측정한 데이터에서 곰 한 개체가 가졌던 최대 횡방향 이동거리 40km를 한 번에 2배 이상 경신해 이동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덕유산과 인근 삼봉산 일대에서 새로운 반달곰이 각 1마리씩 발견되기도 했다.
종보전원에 의해 포획된 야생에서 태어난 반달가슴곰 새끼.
대인기피 반달곰, 탐방로 20m 인근 머문 비율 ‘0.8%’
그렇다면 지리산 등산 중에 반달곰을 만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종보전원 김정진 팀장은 “현재 반달곰의 개체수가 많은 만큼, 지리산 전역이 인간과 반달곰이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충돌예상지’다”라면서도 “그러나 반달곰의 대인기피 습성 때문에 정규 탐방로로만 등산하면 (반달곰과) 마주칠 가능성이 극히 작다”고 덧붙였다.
종보전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리산 반달곰 복원 계획이 시작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측정한 데이터 중 곰 한 개체가 가졌던 것 중 가장 큰 행동권은 300㎢다. 지리산국립공원의 면적은 약 440㎢. 가장 작은 행동권을 기록한 것은 활동성이 적은 어린 개체(1년생 미만)면서 사람이 거의 출입하지 않는 지역에 살았던 개체의 13㎢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반달곰의 평균적인 행동권을 약 30~50㎢로 추산하지만, 개체별, 계절별 편차가 심하다고 한다. 반달곰은 겨울잠을 자는 겨울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다가 봄에 활동을 시작한 뒤,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시기이자 교미기간(5~7월)인 여름철 가장 활발히 움직인다. 평균 활동고도는 800~900m 선이지만, 최소 활동고도 200m대에서 최대 1,600m대에 이르기도 한다.
지리산 반달곰의 계절별 평균 활동 고도.
이처럼 반달곰은 왕성한 활동범위를 자랑하지만 정규탐방로에서 반달곰을 만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종보전원의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반달곰이 탐방로에서 20m 이격된 곳에 머문 비율은 0.8%에 불과했으며, 200m 떨어진 곳에 머문 비율은 9%, 500m 이상 떨어진 곳은 30%, 1km 이상 떨어진 곳에 머문 경우는 59%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팀장은 “이는 정규 탐방로가 대개 능선을 따라 조성돼 있는 데 반해 반달곰은 능선을 넘어 움직이는 경우가 잘 없고, 사람을 기피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위치추적기를 단 반달곰이 정규탐방로 인근에서 감지되면 즉각 비상근무자가 투입된다. 하지만 대인기피 성향으로 인해 이 근무자들조차 반달곰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반달곰이 지리산에 머문 이래 등산객을 직접적으로 공격한 건 2014년 6월 8일 오후 10시 30분경 벽소령대피소 근처에서 비박 중인 등산객의 침낭을 물어뜯은 것이 유일하다. 그러나 지리산 인근 농가에 끼치는 재산 피해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종보전원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반달가슴곰에 의한 피해사례는 한봉피해가 297건, 양봉피해가 55건, 기타(장독대 파손, 나무 훼손 등) 55건 총 407건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보험 배상액은 2006년에 2억4,800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2008년 1억1,200만 원을 기록한 후 연간 3,000만 원 내외 선을 유지했다.
지리산 반달곰의 평균 행동권.
지정 등산로서 피해 입을 땐 공단에서 보상
김 팀장은 “만약 반달곰에 의해 등산객이 상해를 입을 경우, 공단이 가입한 대인대물피해배상책임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비법정탐방로에서 상해를 입은 사례는 통상적인 피해배상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웃도어 전문보험사인 해피몽 관계자도 “별도의 등산보험에 가입한 경우 야생동물에 의한 상해를 약관에 의거해 일정 부분 치료비를 보장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달곰과 공존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지금, 이를 위해선 등산객 스스로 반달곰 조우 시 행동 요령을 숙지하는 수밖에 없다.
김 팀장은 “반달곰이 동면에 든 겨울에 ‘야호’ 소리를 질러 소란을 피우면 반달곰이 놀라 깨어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며 “곰이 활동 중인 봄, 여름, 가을에는 금속성의 종 또는 방울을 매달고 산행해 사람의 존재를 알리고, 2인 이상 산행하며, 곰과 마주할 경우 자극적인 행동을 피하고 조용히 자리를 이탈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곰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높게 조성된 시레토코국립공원 탐방로.
또한 김 팀장은 “지리산국립공원이 일본 홋카이도 시레토코국립공원처럼 나아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시레토코국립공원에는 수천 년 전부터 불곰이 살았는데, 홋카이도 개척 후 1900년대 들어 무분별한 포획 등으로 불곰의 개체수가 급감해 멸종위기에 이른 바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일본정부는 1964년 시레토코반도 내 386㎢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했고, 현재는 지리산 반달곰의 약 5배인 300마리 이상의 불곰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불곰 복원에 성공한 것은 당국뿐만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했기 때문이다. 현지 마을 주민들은 모금을 통해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자발적인 시민성금으로 보전가치가 큰 자연자산이나 문화유산을 매입해 영구 보전·관리하는 운동) 운동을 펼쳤다. 시레토코국립공원의 일부 구간 탐방로는 불곰이 올라올 수 없도록 3m 높이의 고가 나뭇길로 조성돼 있다. 마을 인근과 시설물에는 전기 울타리가 설치돼 있고 불곰 신고센터도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적절한 관리 시스템이 조화를 이뤄 거둔 성과다.
소백산에 방사된 여우.
“여우, 먼저 공격하는 경우 거의 없어”
한편, 지리산 반달곰이 빠른 속도로 늘어남에 따라 소백산 일대에서 복원 중인 토종여우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보전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여우 23마리를 추가로 방사했으며, 2012년 여우복원 사업이 시작된 이래 현재 총 54마리가 야생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조성래 국립공원 생물종보전원 중부센터장은 “여우는 반달곰과 달리 복원 사업의 역사도 짧고 생태 연구도 많이 축적되지 못한 상태라 행동권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진한 상태”라며 “엄밀한 연구결과로 추산된 값은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소백산 국립공원을 포함해 공원 경계에서 반경 20km 지역에 100개체 정도 서식하면 복원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 센터장은 여우가 반달곰처럼 개체수가 늘어날 경우 사람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여우는 대형 포유류인 반달곰과 달리 중소형 포유류로 위험성이 적으며, 사람을 먼저 습격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우의 생태적 특성상 등산 중에 여우를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 센터장은 “여우는 고지대에 사는 반달곰과 달리 해발고도 200~300m대의 저지대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기 때문에 높은 산중에서는 마주칠 일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저지대, 산자락 인근 민가에서 자주 출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과 접촉할 확률은 곰에 비해 더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천연보호구역인 강원도 인제 대암산과 향로봉 일대에 4~6마리 정도의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호진 인제천리길 대표는 “지난해 1월 4일 탐방로 탐사 도중 눈길에 찍힌 어미와 새끼 반달가슴곰의 발자국을 발견했다”며 “지리산에서 이동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독립적인 야생 개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