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검사 수사·기소권 '진실과 오해' / OECD 국가 4곳 중 3곳 檢 수사권 부여 / 28개국서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보장 / 英·美는 분리 알려졌지만 구분 어려워 / 연방·연합국 체제인 탓 지역마다 달라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이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진형사사법제도를 가진 대부분의 나라가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 있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주장을 측면 지원한 것으로 해석됐다. 법조계에서는 그러나 황 원장 등 검·경 수사권 분리론자들이 주장하는 ‘선진국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취지의 주장이 확증편향(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 연합뉴스
16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정확한 분류가 어려운 미국과 영국을 논외로 하고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나라는 26개국으로 약 74%에 달했다. 검사에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있는 나라는 미국, 영국 등 7개국을 뺀 28개국(80%)이다. 세계적으로 OECD 회원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것을 감안하면 선진국 ‘대부분’에서 검찰이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한국은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검사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같은 대륙법 국가인 독일과 일본도 마찬가지로 검사의 수사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독일 형소법 제161조는 ‘검사는 모든 종류의 수사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일본의 형소법 제191조도 ‘검찰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스스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프랑스도 형소법 제41조에 ‘검사는 범죄의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일체의 처분을 행한다’고 명문화했고, 형소법 제68조에 ‘검사가 현장에 도착한 때에는 사법경찰관의 권한은 정지된다’고 해 직접 수사 시 검사의 우위권을 보장했다.
추미애(왼쪽) 법무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이밖에도 네덜란드, 스위스, 덴마크 등 상당수 유럽 국가들이 검사에게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보장하고 있다.
영미법 국가인 영국과 미국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된 것으로 국내에 알려져 왔으나 연방 혹은 연합국가인 탓에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영국은 구성국 4개의 검찰시스템이 각기 다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 검찰은 왕립소추청(CPS)과 중대비리수사청(SFO)으로 나뉘어 있는데, CPS는 기소권한만 있지만 SFO는 기소권한과 수사권한을 모두 가진다. 스코틀랜드 검찰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영국이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된 나라로 분류하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 역시 각 주마다 다양한 형사소송절차가 있고 연방검사는 또 이와 다르다. 넓은 영토 특성상 미국의 지방검사는 수사와 기소를 모두 할 수 있다. 연방검사는 주로 기소만 하지만 법적으로는 수사권이 규정돼 있다. ‘연방검사 직무규정’ 9-2항 1에 ②에는 연방검사의 권한으로 ‘의심되는 또는 혐의를 받는 미합중국에 대한 범죄의 수사’를 명시했다. 연방검사는 직접 수사를 위해 9-2항 10에 의해 대배심을 활용해야 한다.
한국의 움직임과는 다르게 2000년대 이후 수사·기소 제도를 개혁해 검사에게 수사권까지 부여한 나라도 2곳이 있다. 오스트리아는 2008년 개헌을 통해, 스위스는 2011년 형소법을 제정 및 시행하면서 기존에 없던 검사의 수사권과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확립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를 토대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