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관여 맞지만 처벌 못 해"..유죄 없는 '사법농단' 왜?

채윤경 기자 입력 2020. 2. 14. 20:21 수정 2020. 2. 1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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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법농단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전·현직 판사는 모두 14명입니다. 지난달에 이어 어제(13일)와 오늘, 3건의 재판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취재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법원에 출입하고 있는 채윤경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채 기자, 무죄를 선고받은 판사들이 누군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현직 판사들이 기소된 사건이 2건,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건이 1건입니다.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판사는 법조비리 사건인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당시 비리 판사와 관련된 영장 정보와 수사 정보를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를 받았는데요.

법원은 "영장정보를 기밀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 판결을 했습니다.

임성근 판사는 앞서 보신대로 후배 판사에게 판결문을 수정하라고 지시했었는데 역시 무죄였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법원에서 사실관계가 아예 없었다는 게 아니라 그건 인정하지만 죄가 되지 않는다, 이런 판결을 내린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법원은 먼저 공무상 비밀누설에 관대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신광렬 판사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영장정보를 보고한 건 사법행정상 필요한 것이었다고 봤습니다.

법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영장판사들이 외부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수습하기 위해 관련정보를 받는 건 직무의 일환이라는 겁니다.

공공기록물에 대한 기준도 까다롭게 봤는데요.

유해용 전 판사는 판사를 그만두면서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만든 검토보고서 1만여 건을 들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검토보고서는 공공기록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앵커]

재판받고 있던 당사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았습니까?

[기자]

당사자들이라고 하면 개입된 재판의 피고인들이나 검찰 이런 사람들인데요, 이들은 판결 내용이 바뀌었는지, 재판 절차에 별도의 개입이 있었는지, 그리고 내 소송 정보가 빠져나갔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법원 안에서 판사들끼리 업무상 관행적으로 해온 것들인데 이번 수사와 재판으로 드러난 것이죠.

[앵커]

어찌 보면 국민들이 사건 당사자 피해자인 건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기자]

재밌는 건 재판부가 동료 판사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는 건데요.

신광렬 사건 담당 재판부는 "영장 처리내용을 상부에 보고하는 건 전통이었다"면서 그 근거로 영장판사 경험이 있는 임종헌 전 행정처차장, 임성근 부장판사의 증언을 들었습니다.

모두 사법농단으로 재판받는 피고인인데 이들의 말을 근거로 판단한 거죠.

[앵커]

임성근 판사의 재판부도 인상적인 얘길 하는 거 같은데요.

[기자]

재판부는 임성근 판사가 판결문을 고치라고 지시한 건 맞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대신 후배 재판장들이 그 말을 듣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재판장들이 독립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재판개입이라고 볼 수 없다, 영향이 없었다는 겁니다.

[앵커]

재판 개입이 인정되는데도 죄를 물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되는 겁니까?

[기자]

재판부는 오늘 위헌적이다,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죄는 안 되니 징계하라고 했죠.

그런데 이미 대부분의 사항이 시효가 지나서 징계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월권죄나 지위남용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법관 탄핵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법원행정처의 지시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냈던 이탄희 전 판사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법원이 재판관여 등에 대해 위헌성을 인정한 만큼 관련 판사들을 탄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오늘 판결이 다른 사법농단 재판에도 영향을 주겠죠.

[기자]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들과 공범으로 얽혀있는 혐의가 많습니다.

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재판개입 혐의를 받고 있어서 앞으로 있을 재판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채윤경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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