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 떨어졌다' 승객의 호소..日크루즈 누가 '공포'에 빠뜨렸나

박가영 기자 2020. 2. 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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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크루즈선에는 승객과 승무원 등 총 3700여 명이 타고 있어 확진자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5일 크루즈에서 10명의 집단 감염이 확인되자 선내 승객과 승무원에게 신종 코로나 잠복 기간으로 알려진 14일간 크루즈 내에 머물러 달라고 요구했다.

크루즈 특성상 고령자 승객이 많아 이들의 신체적 부담과 집단 감염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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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이슈+]중국 다음으로 신종 코로나 확진자 많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편집자주] 온라인 뉴스의 강자 머니투데이가 그 날의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선정해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드립니다. 어떤 이슈들이 온라인 세상을 달구고 있는지 [MT이슈+]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요코하마 다이코쿠 부두에 정박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사진=AFP
"크루즈선은 '떠다니는 바이러스 배양접시(Perti dish)'라고 불린다."(미국 CNN)

일본 요코하마항에 떠 있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그 안엔 135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있다. 이 크루즈선에는 승객과 승무원 등 총 3700여 명이 타고 있어 확진자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낭만이 가득했던 호화 크루즈선이 순식간에 공포의 섬으로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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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요코하마에 발 묶인 크루즈선, 탑승자 강제 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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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지난달 20일 요코하마항에서 출발해, 22일 일본 규슈 남단 가고시마현, 25일 홍콩, 27~28일 베트남, 1일 나하시를 거쳐 4일 새벽 요코하마 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홍콩에서 내린 80세 현지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일정을 앞당겨 지난 3일 요코하마에 입항했다.

3700여명의 탑승자들은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이후 11일 현재까지 강제 격리돼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5일 크루즈에서 10명의 집단 감염이 확인되자 선내 승객과 승무원에게 신종 코로나 잠복 기간으로 알려진 14일간 크루즈 내에 머물러 달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탑승자들이 선내에 '감금'된 상황에서 확진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탑승자 65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으며, 선내 확진자는 총 135명이 됐다. 이는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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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늑장 대응이 만든 '공포의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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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확인된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한 일본인 승객이 '약이 부족하다'고 쓴 일장기를 내놓고 있다./사진=뉴스1

일본 언론 '크루즈 집단 감염'의 원인을 선내 특수 상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선내에서는 많은 사람이 일정 기간 같은 공간에서 숙식을 함께하기 때문에 인플루엔자와 노로바이러스 등의 집단 감염이 일어나기 쉽다. 이번 신종 코로나 집단 감염도 확진자와 함께 식사하거나, 장시간 같은 방에 머무는 등 사람 간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 당국의 늑장 대응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공포의 크루즈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본은 원래 재난 대응을 엄청 잘 하는 나라이고 (재난 대응) 매뉴얼 자체가 존재했던 나라"라며 "현재 그 매뉴얼 자체가 작동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회의 명령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이상한 시스템이 돼 버렸다"라면서 현재 크루즈에 의약품이나 물, 식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승객 전원에 대한 감염자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일본이 왜 이런 식으로 하는지 아무도 이해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의 설명처럼 현재 크루즈 탑승자들은 지병 관련 의약품이 부족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크루즈 특성상 고령자 승객이 많아 이들의 신체적 부담과 집단 감염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NHK에 따르면 한 70대 승객 A씨는 집에서 가져온 고혈압과 콜레스테롤약 등이 다 떨어졌고, 아내의 약도 이날 모두 소진될 것이라며 필요한 약을 선내 담당자에게 알렸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선내에는 은퇴한 연령의 노인들이 많고, 모두 각자 지병들이 있다"며 "지금 우리에겐 바이러스 감염뿐만 아니라 항상 먹어왔던 약을 받을 수 없는 것도 시급한 문제"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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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빼는 일본 정부 "크루즈 감염자, 국내 감염자 포함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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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 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를 이송하기 위해 보호장구를 착용한 운전자가 구급차를 운전하고 있다./사진=뉴스1
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일본은 감염자 수 줄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일본은 크루즈선 감염자를 자국 감염자 수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감염 확인이 일본 땅에 상륙하기 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일본 내 감염이 아니라는 논리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지난 7일 내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크루즈선 감염자는 국내 확진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본 도착 전 감염됐기 때문"이라며 "WHO도 크루즈 선내 감염을 국내 발생과 분리해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WHO는 지난 6일자 '신종 코로나 상황 보고서'부터 일본 내 누적 확진자와 기타 지역(국제 운송 사례) 확진자를 나눠 분류하고 있다. 이처럼 WHO 분류에 따라 크루즈선 탑승자는 '기타 지역' 감염 사례에 묶어야 한다는 것이 일본 측 입장이다.

이를 두고 올림픽을 앞둔 일본 당국이 감염자 수를 축소하기 위해 '편법'을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크루즈선 감염자까지 포함하면 일본 내 감염자 수가 160명을 넘어서 중국 다음으로 감염자 수가 많은 국가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루즈선 감염자 중 절반 이상이 일본인이다. 지난 10일 추가된 확진자만 보더라도 65명 중 일본인이 44명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올림픽 개최에 문제가 있어 뭔가 변경할 경우엔 3월 중순까지 그 결정을 해야 한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는 3월 중순까지 도쿄올림픽을 이대로 할지 말지 완벽하게 결정한다고 한다"라며 "확진자가 너무 많으면 이미지가 안 좋아져서 ('그 배는 일본 아니야'라는 식으로) 그렇게 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가토 후생상은 "세계에서 '일본이 위험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우려한 조치냐"라고 추궁을 받자 "(사실과) 전혀 다르며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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